학력인정이냐, 기독교 설립정신 고수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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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력인정이냐, 기독교 설립정신 고수냐?
  • 정민주 기자
  • 승인 2012.06.29 08: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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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독교학교교육연구소, 한국 기독교대안학교 실태조사

꾸준히 증가하는 교회의 대안학교 설립 41.7%
교사에 대한 처우 개선으로 교육의 질 높여야

최근 기독교학교교육연구소(소장:박상진 교수)가 실시한 기독교대안학교 실태조사에 따르면 2011년까지 세워진 기독교대안학교는 121개. 올해 개교한 10개의 기독교대안학교까지 포함하면 총 131개다. 2006년 59개교였던 것을 볼 때, 5년 사이에 2배 이상 증가한 것으로 한 해에 평균 12개교 이상이 설립된 것. 가히 폭발적인 성장이다.

▲ 기독교대안학교와 일반대안학교 설립학교 수 추이(출처:2011기독교학교교육연구소 기독교대안학교 실태조사)

기독교대안학교 설립이 늘어나는 중요한 요인 중의 하나로 꾸준히 증가하는 ‘교회의 기독교대안학교 설립’을 들 수 있다. 기독교대안학교 중 41.7%가 교회가 설립한 것으로 나타났고, 장로교를 비롯한 거의 모든 교단들이 기독교대안학교 설립에 동참하고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 2011년 기독교대안학교 설립주체(출처:2011기독교학교교육연구소 기독교대안학교 실태조사)
이에 대해 박상진 소장은 “교회가 기독교대안학교 설립의 주체가 된다는 것은 교회가 교육적 사명을 강하게 인식한 결과”라며 “종래의 주일학교 차원의 교육을 넘어 주중의 학교에서도 명실상부한 기독교교육이 이루어져야 함을 깨닫고 실천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박 소장은 “하지만 기독교대안학교를 설립한 교회들이 학교의 교육대상을 교인의 자녀로 제한하거나 일정 비율을 확보하는 경우, 교인이 아닌 다른 가정의 자녀들에게는 기회가 제한되는 문제를 야기할 수 있다”며 “기독성을 강조해야 하는 기독교대안학교로서 교회와의 관계를 어떻게 정립하느냐의 문제는 향후 해결되어야 할 중요한 과제”라고 말했다.

이러한 성장에도 불구하고 기독교대안학교는 몇 가지 문제를 안고 있다. 그중 가장 크게 이슈가 되는 것이 ‘인가문제’. 전체 기독교대안학교 중 83.5%가 비인가학교이고, 대안학교로서 인가를 받은 학교는 4.1%에 불과하다. 이들 비인가학교 중 77.4%가 학력인정이나 학생들의 진로, 안정적 교육환경을 이유로 대안학교 설립인가를 희망하고 있다.

▲ 대안학교 설립인가 희망 여부와 그 이유
하지만 인가를 원하지 않는 학교도 22.6%나 된다. 학력인정이나 재정지원 등의 혜택을 받기 위해서는 인가가 필요하지만, 인가를 받음으로 인해서 기독교대안학교로서의 자율성과 독특성이 약화될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2009 대안학교 실태연구’에 따르면 학교뿐만 아니라 학부모들도 인가로 인한 대안교육의 성장ㆍ확대를 기대하기 보다는 대안학교의 특성을 훼손할 우려를 가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와 관련 박 소장은 “일반대안학교에서도 인가문제에 대해 대안학교의 특성을 훼손할 가능성이 크다는 입장을 가지고 있다”며 “인가를 받더라도 기독교적 대안성을 추구하는데 어려움이 없는 자율성 확보를 전제로 인가를 받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 외에도 교사와 교지 소유, 재원 마련도 설립인가를 받을 때 겪게 되는 어려움이다. 교육과학기술부의 ‘대안학교의 설립 운영에 관한 규정’에 따르면 대안학교의 교사 및 교지는 해당 대안학교를 설립ㆍ경영하는 자의 소유여야 한다. 하지만 기독교대안학교 가운데 학교 소유의 건물을 가지고 있는 경우는 42.2%에 불과하고, 교회 건물을 사용하거나 임대하는 경우가 많다.

또 인가를 받았다하더라도 건물의 용도를 변경하고, 학교보건법이나 교육청의 요구를 따라야 하는 등의 어려움이 있다. 기독교학교교육연구소 김지현 연구원은 “여명학교를 비롯해 인가를 받은 대안학교들은 대안학교만을 위한 행정이 없이 일반학교 기준에 맞춰야 하는 것에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다”며 대책마련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또한 기독교대안학교 ‘교사의 전문성’도 문제가 된다. 기독교대안학교의 가장 중요한 특징 중의 하나가 소규모 학교임과 동시에 소규모 학급이라는 점이다. 공교육의 일반학교와 비교해볼 때, 교사 1인당 학생 수가 월등히 작다. 교사 1인당 학생 수가 작은 것은 그만큼 교사와 학생 간의 인격적인 관계를 맺을 수 있고, 학생 개인의 다양성과, 개성 등이 존중되는 교육이 가능하다는 장점을 가지고 있다.

그러나 기독교대안학교 교사의 교사자격증 소지 여부를 보면, 절반이 약간 넘는 53.3%만이 교사 자격증을 소지하고 있다. 이는 기독교대안학교의 특성상 교사의 소명과 영성, 인성 등의 자질을 더 중요시하기 때문에 교사 자격증이나 교과 전문성을 덜 중요시한 결과로 볼 수 있다. 하지만 기독교대안학교 교육의 질이나 전문성을 생각할 때 보완이 필요한 부분이라 할 수 있다.

이에 대해 좋은교사운동 김성천 정책위원은 “아무리 좋은 사명감을 가져도 전문성이 없다면 소명이나 학교의 목표, 철학을 제대로 구현하기 어렵다”며 “교사의 전문성을 갖추기 위해서는 적은 월급을 주고 소명감에 호소하는 방식이 아니라 교사에 대한 일정한 처우를 해야 함과 동시에, 연맹에서 기독교대안학교 교사 양성과정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기독교학교교육연구소는 지난달 26일 명동 청어람에서 ‘2012 기독교대안학교 실태와 발전과제 모색’이라는 주제로 제2회 기독교대안학교 실태조사 세미나를 가졌다.

이번 세미나에서 ‘한국 기독교대안학교에 대한 진단과 분석’이라는 주제로 발제한 박상진 소장은 “기독교대안학교의 활발한 설립과 이로 인한 학교 수의 증가는 그만큼 이 땅에 기독교교육운동이 확산되고 있는 결과”라며 “양적으로만이 아니라 질적으로도 성숙하여 기존의 학교에서 이루어졌던 왜곡된 교육에 대한 진정한 대안적 교육이 구현 될 수 있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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