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삼환 목사, 한기총 6.25집회 왜 갔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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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삼환 목사, 한기총 6.25집회 왜 갔을까?
  • 이현주 기자
  • 승인 2012.06.25 1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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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4일 시청앞에서 열린 한기총 6.25국민대회서 축사 전해 논란

WCC한국준비위원회 고문과 상임위원장이 WCC반대집회에서 격려사와 축사를 전해 물의를 빚고 있다. 심지어 이 행사는 예장 통합이 공식적으로 행정보류를 결정한 한국기독교총연합회 주최행사로, 김삼환 목사와 이광선 목사가 통합 증경총회장 자격으로 각각 참석해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24일 오후 4시 시작된 ‘대한민국 지키기 6.25 국민대회’는 한기총이 계획한 첫 장외집회였다. 행사의 주목적은 ‘종북척결’이었지만 WCC의 위험성을 대 사회적으로 알리겠다는 의도를 담고 있었다. 행사 시작 전 하늘에 떠있는 애드벌룬에는 ‘용공주의 WCC 반대’라는 현수막이 걸려 있었고, 순서지 곳곳에서도 ‘종교다원주의, 용공주의 WCC를 반대한다’는 문구를 쉽게 찾을 수 있었다.

이런 집회에 WCC한국준비위원회 고문인 여의도순복음교회원로 조용기 목사와 WCC준비위 상임위원장으로 실질적인 책임과 대표를 맡고 있는 명성교회 김삼환 목사가 참석했다.

김삼환 목사는 내내 굳은 표정으로 앉아 비교적 짧게 자신의 순서만 마치고 돌아갔다. 그가 맡은 순서는 ‘축사’. 즉 이 행사를 축하하는 인사였다. 김 목사는 “한국전쟁을 기억하는 세대들이 점점 줄어간다”며 한반도와 세계평화를 위한 기도를 강조했다.

# 김삼환 목사 왜 갔을까?

홍재철 목사의 간곡한 요청을 받은 조용기 목사의 참석은 이미 알려진 것이었다. 그러나 그동안 한기총과 선을 긋고 있던 김삼환 목사는 과연 왜 한기총 행사에 참석한 것일까?

명성교회 측에 확인한 바에 따르면 지난 22일 금요일 오전 이광선 목사가 김삼환 목사를 찾아왔다. 이 자리에 홍재철 목사와 박중선 목사를 대동하고 나타났다. 홍 목사는 김삼환 목사를 만난 자리에서 “이번 한 번만 참석해주면 앞으로 WCC 반대를 하지 않겠다”고 약속했다고 한다. 이 소식을 접한 교회 내부의 반대는 극심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김삼환 목사는 결국 축사를 수락했고, WCC 반대 구호가 넘치는 행사장에 나타나 축사를 했다.

김 목사의 한기총 행사 참여로 예장 통합은 물론 WCC준비위도 ‘패닉상태’에 빠졌다. 한기총 반대 후 새로운 연합단체로 태동한 한국교회연합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격분하고 있다. 심지어 이날 행사에는 다락방 측 성도들이 대거 동원된다는 소문이 퍼져 있었다. 이런 위험을 모두 감수할 만큼 한기총 집회 참석이 중요했던 것일까.

# 한기총 집회참석으로 잃은 것

한기총 주최 6.25국민대회 참석은 교계에 엄청난 회오리를 몰고 올 전망이다. 특히 김삼환 목사가 단순히 명성교회 당회장 자격으로 간 것이 아니라 통합 증경총회장 이름을 걸고 행사장에 나타난 만큼 통합 교단 내부에서도 난감한 표정이다. WCC 총회준비에 한참 열정을 쏟아야할 시기에 구설수에 오르내리는 것이 부담스럽기 때문이다.

일단 김삼환 목사의 이번 한기총 집회 참석은 3가지 면에서 비난을 면키 어려울 전망이다.

첫 째는 WCC 상임위원장이 반대집회에서 축사를 전한 것. 김 목사 참석을 의식한 듯 홍재철 목사와 이날 행사에 주도적으로 참석한 합동측 인사들은 WCC에 대한 비난 수위를 낮췄다. 명성교회 관계자의 항의로 하늘에 떠있던 ‘WCC 반대’ 애드벌룬도 행사 시작 직전 철거했다. 그러나 순서지에는 ‘WCC 개최반대 투쟁을 위한’ 기도제목이 적혀 있고, 구호와 성명서에도 같은 내용을 찾아볼 수 있었다. 그만큼 목적이 분명한 집회였던 것이다.

이런 자리에 상임위원장이 앉아 있다는 것에 대해 한 WCC 회원교단 관계자는 “부끄럽고 민망한 일”이라며 “아무리 반대가 무서워도 이런 자리에 직접 나서서 우스운 꼴을 당해서야 되겠느냐”며 경솔한 행동을 질책했다.

두 번째 논란은 한기총을 행정보류한 교단인 통합 증경총회장이 공식 집회에 참석한 것. 통합은 한기총 사태가 터지자마자 가장 먼저 행정보류를 결정했고, 이후 한교연 창립을 주도했다. 통합은 한기총을 이단옹호 집단으로 몰았고, 불법적으로 홍재철 목사가 대표회장직을 맡았다며 한기총을 인정할 수 없다는 입장을 견지해왔다.

통합은 또 한교연 사무총장 안준배 목사의 취임에 대해서도 불편한 시선을 보냈었다. 지난 임시총회에서 통합은 “기하성이 한기총을 탈퇴해야만 안준배 목사의 인준이 가능하다”며 조건을 내걸었다. 그러나 이번 김 목사의 한기총 집회 참여로 한교연 사무총장에 대한 통합의 교단적 반대도 명분을 잃었다.

‘행정보류’는 사실상 ‘불참’을 뜻하는 것으로 한기총의 공식 행사에 참여하지 않는다는 뜻이다. 그런 상황에서 증경총회장 자격으로 한기총 행사에 참석한 것은 교단 내부의 신뢰를 잃는 행동이다. 한 교단 관계자는 “한기총 해체와 홍재철 목사 반대에 가장 적극적으로 나선 교단의 과거 활동을 생각해서라도 김 목사의 처신은 좀 신중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 관계자는 “통합 내 김 목사의 신뢰가 추락할 것이 자명하고 어떠한 해명으로도 납득이 어려울 것”이라고 강조했다.

마지막 논란은 ‘이단관련 논란’. 이날 집회에는 다락방 측 성도들이 대거 동원됐다. 이들은 동원 사실은 이미 주보를 통해 공지됐고, 많은 언론이 공개했다. 명성교회 내부에서도 ‘이단성 의심단체 참여 집회’라는 이유로 참석을 만류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락방을 영입한 개혁측에 대해 다시 자체조사를 지시하는 것으로 내부 문제를 정리한 한기총은 표면적으로는 재조사를 주문했지만 실질적으로는 다랑방을 회원으로 인정한 지 오래다. 이런 집회에 나서는 것은 분명 목회자들에게 부담이 아닐 수 없다.

예장 통합 이대위 관계자는 “다락방은 통합에서 이단성이 있다는 결론이 난 곳이고, 가장 강력하게 교류를 금지하는 곳은 합동”이라며, “교단의 결의를 무시한 간접교류는 반드시 문제가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6.25국민대회는 한국 교회 안에서 비주류로 전락한 한기총을 다시 주류로 편입시킨 행사였고, 그 일에 WCC 반대에 앞장서 온 통합측이 큰 역할을 감당했다는 사실이다.

더욱 아이러니한 것은 한기총은 반북 보수집회를 동원과 이슈 면에서 성공적으로 치룬 셈이 됐고, 남은 논란은 여의도순복음교회와 명성교회가 떠안게 됐다는 점이다.

6.25대회 파장이 일파만파 확산되는 가운데 지난 22일 금요일 장로그룹의 반대를 무릅쓰고 전격적으로 인원동원을 명령한 여의도순복음교회와 같은 날 축사자로 참여를 결정한 명성교회 모두 이 사태를 어떻게 수습할 지 고심 중인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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