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CC반대 기층파고드는데 준비위는 뭐하나?
상태바
WCC반대 기층파고드는데 준비위는 뭐하나?
  • 이현주 기자
  • 승인 2012.06.21 18:3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해설 - WCC 한국총회 준비 이대로 좋은가? (상)

예배 등 공식행사에서 한국 정서 알리기 차질 우려

기술과 외형에 집착하다 '에큐 영성'이라는 본질 놓쳐

“한국 교회는 기술적인 측면에서는 준비를 잘하고 있지만 영적 준비가 부족한 것 같다”. 지난 11일 한국 방문 기자간담회에서 WCC중앙위원회 의장 알트만 박사가 한국 교회에 전한 말이다. 회의 준비에는 부족함이 없지만 정작 한국 교회가 에큐메니칼의 영성을 강화하는 일에 얼마나 나서고 있는지 알 수 없다는 아쉬움이 담긴 지적이었다.

세계교회협의회 WCC 10차 총회는 불과 16개월 앞으로 다가왔다. 그러나 총회 유치 후 2년 넘도록 상임위원회 조직만 늘이고 채우는데 시간을 보내고 있다. 정작 WCC총회 전후로 진행해야할 프로그램에 대한 논의는 답보상태다. WCC 반대의 소리는 높아지고, 일부 WCC 총회 참석 의사를 밝힌 목사들은 ‘이단’ 시비까지 감수해야할 상황에 처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총회 한국준비위원회는 느긋하다.

제네바 본부의 준비와 비교하면 결코 늦지 않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WCC 총회 준비 곳곳에서 누수가 발생하고 있다. 에큐메니칼 저변확대를 위한 총회 유치라는 목적이 무색하게도, WCC총회는 자칫 한국 교회를 ‘두 쪽’낼 화근 덩어리로 전락할 것이라는 우려가 높아지는 상황이다. WCC 총회 준비 과연 무엇이 문제인지 짚어보았다. <편집자 주>

성도에게 확산되는 WCC 반대 여론

지난 8일 한국교회발전연구원 모임에 참석한 여의도순복음교회 이영훈 목사는 WCC 반대 대책활동이 확산되면서 자신도 난처한 일을 겪는다고 고충을 토로했다. 이 목사는 “조직적, 전국적 반대여론이 우리 교회 성도들에게까지 유인물로 전해진다”며 “WCC에 대해 동성애, 공산주의, 종교다원주의로 일방적으로 몰아가고 있어 자칫 한국교회가 분열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WCC를 반대하는 내용이 책자로 만들어져 평신도들에게 퍼져 나가고 있는 것이다.

이뿐만이 아니다. 한국기독교총연합회가 기하성 여의도에 보낸 공문에 첨부된 예장 합동 측 목회자들의 탄원서에는 ‘WCC 한국준비위원회 고문을 맡고 있는 여의도순복음교회 조용기 목사와 준비위 의장단 중 한 명인 이영훈 목사에 대해 종교다원주의 여부를 조사해달라’는 내용을 담고 있다. 조용기, 이영훈 목사로 시작된 탄원이 누구에게로 향할지도 알 수 없는 일이다. 물론 이 탄원서의 실체를 확인할 바 없지만 WCC의 이단 용공 논란과 더불어 목회를 흠집내는 근거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 WCC에 참여하거나 암묵적 동조 의사를 밝힌 복음주의권 목회자들은 근심이 깊어지고 있다.

# 아직 미진한 조직 곳곳 ‘구멍’

최근 한국 준비위원회 앞으로 한 통의 사직서가 날아들었다. APC(WCC 총회 준비위원회, Assembly Planning Committee, 이하 APC)) 예배위원으로 추천된 장빈 목사가 더 이상 활동하지 않겠다는 의사를 전달한 것이다.

APC 예배위원은 제네바에서 가장 강력하게 요청한 자리이자, 한국 교회가 이를 놓고 묘한 신경전을 벌인 전례가 있기도 하다.

지난해 6월, WCC준비기획위원장 김삼환 목사와 부위원장 박종화, 이영훈 목사 명의로 제네바에 한 통의 공문이 전달됐다. 총괄 책임자가 정해졌으며, 예배위원도 확정됐다는 내용이었다. 그러나 한국 회의에서 이 같은 결의는 없었다. 당시 제네바 공문 사건은 WCC 회원 교단의 갈등을 불러왔다. 합의되지 않은 내용을 기획위원회가 확정된 것처럼 제네바에 알렸다는 것이다. 공문 발송을 미리 알고 있었던 통합측은 “결의를 바탕으로 하고 있어 문제될 것이 없다”는 해명과 함께 “WCC 측에서 5월 30일까지 예배위원을 선임해달라고 요청할 만큼 시간적으로 촉박했다”고 말했다.

WCC 총회에서 한국이 공식적으로 개입할 수 있는 부분은 예배가 유일하다. 예배에 한국적 정서와 음악, 영성을 담아낼 수 있기 때문이다. 이밖에는 사전대회와 별도행사로만 한국을 알릴 수 있다. 그만큼 예배위원 선정이 중요했던 것을 사실이다. 그러나 예배위원 선정 합의가 늦어진 한국 교회는 지난해 6월 1차 회의에 대표를 파견하지 못했다. 2차 회의 역시 마찬가지. APC 측은 “한국적 예배를 준비해서 시연해달라”고 요청했지만 두 번의 회의 모두 한국 교회는 대표를 못 보냈다. 결국 한국 교회가 가장 비중있게 활용할 수 있는 예배는 WCC 측에서 모든 틀을 잡았다.

이제 한국이 개입할 여지는 없다는 것이 WCC 관계자들의 중론이다. 오는 7월 예배위원회 회의가 예정되어 있지만, 장빈 목사의 사임으로 이건영 교수(성공회대)만 참석할 것으로 보인다. 이날 확정된 예배의 틀은 8월 중앙위원회에 상정된다.

공식행사에서 한국 알릴 기회 놓쳐

이뿐만이 아니다. WCC 한국준비위원회는 본부에서 보내온 10차 총회 포스터를 공개했다. 이 역시 한국적 정서나 특징이 전혀 반영되지 않았다. 당시 제네바에서는 포스터 작업에 참여할 한국 아티스트를 추천하거나, 한국이 원하는 시안을 보내주면 참고하겠다고 알려왔다. 하지만 한국 교회는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

왜 이런 일이 일어나는 것일까. 한국 교회가 10차 총회 행사만 지원한다면, 단순히 장소만 제공하는 역할만 감당한다면 아무 상관이 없다. 그러나 대륙별로 7~8년씩 돌아가는 총회를 단순히 행사지원으로 끝낼 수는 없는 일. 지난해 10월 열린 APC 준비회의에서도 한국을 어떻게 알릴 것인가를 고민했었다. 문제는 아이디어는 있는데 조직이 없다는 점이다.

한국 교회는 WCC 총회 유치 후 2년 간 준비위원회 조직구성을 놓고 실랑이를 벌여왔다. 총회 유치 직후부터 WCC준비위원회에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를 포함시키느냐 마느냐를 놓고 신경전을 벌였고, 복음주의권의 참여를 어떻게 유도하느냐를 심각하게 고민했다.

복음주의권 참여의 욕심은 WCC 준비위원회를 회원 교단 중심의 공적 조직으로 만들지 못한 채, 속칭 대형교회 대표자들을 중심으로 상임위원회를 꾸리고 각 교단 실무자는 실행위원에 배속시켰다. 결의권을 가진 상임위원회는 위원을 확충하며 비대해지고 있지만 정작 교단의 입장을 듣고 결속을 강화할 실행위원회는 제대로 모임조차 열지 못하고 있다. 올 4월로 예정된 실행위원회도 연기됐다.

여기에 각종 WCC관련 프로그램을 담당할 위원회 조직도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 위원 선정을 책임지는 상임위원회는 아직 조직을 마무리하지 못했다. 최근 17일의 일정을 마무리한 ‘평화열차 프로젝트’ 사전답사도 위원회 조직 없이 진행했다. 프로그램 위원회가 조직되지 않았다는 것은 그만큼 총회 준비가 늦어진다는 것을 의미한다.

주일예배, 마당, 사전대회, 청년여성대회, 동북아평화기행, 평화열차 등 한국적 정서를 담은 프로젝트들이 프로그램위원회를 통해 운영된다. 그러나 실무를 책임지고 맡아할 ‘사람’이 아직 없는 것이다.

일각에서는 장빈 목사가 예배위원을 사임한 이유가 이미 모든 것이 결정난 APC 예배위 회의에 참석하는 것은 무의미하다는 회의론과 함께, 프로그램위원 구성 과정에서 실질적으로 예배의 책임을 맡은 자신의 의견을 묻지 않은 채 상임위원회가 모든 것을 좌우하는 것에 대한 불만이 담겨있다는 해석도 나오고 있다.

복음주의권 참여에 대한 희망을 버리지 않는 것도 문제다. 복음주의권이 참여하는 대규모 에큐메니칼 축제를 치러낸다면 사실 그보다 좋은 것은 없다. 그러나 총회를 1년여 앞둔 지금까지도 어느 회원 교단이 아닌 어느 총회에서도 WCC총회 참여를 결정한 곳이 없다. 개인 자격으로 상임위원회를 확충하는 것은 의미가 없다. WCC가 세계에서 유일한 공교회 조직인 만큼 한국 교회의 WCC준비도 애초부터 ‘공교회’의 책임과 역할을 강화하는 쪽으로 갔어야 한다는 뒤늦은 후회가 나오고 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