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년’ 맞아 경제와 폭력에 대항
상태바
‘희년’ 맞아 경제와 폭력에 대항
  • 최창민 기자
  • 승인 2012.03.16 09:55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WCC 제8차 하라레 총회(1998)

세계 교회 대표들이 모여 함께하자고 선포한 후 정확히 50년만이다. 그래서 WCC 제8차 총회를 ‘희년 총회’라고 부른다. 성경에서 회복과 치유의 의미를 가진 ‘희년’을 맞은 WCC는 총회 장소를 아프리카 하라레로 결정했다. 아프리카는 기독교 인구가 계속해서 늘어나고 있었지만, 가난과 인종갈등, 에이즈 등 질병으로 인해 고통 받는 땅이었다. 세계 어느 곳보다 희년이 절실한 상황이었다. 특히 총회가 열린 짐바브웨는 1980년 영국의 식민지에서 해방됐으며, 당시 WCC가 짐바브웨 애국전선을 지원하면서 큰 논쟁에 휘말리기도 했다. 1994년에는 넬슨 만델라가 남아공 대통령으로 당선되면서 아프리카의 중요성이 고조되기도 했다. 

당시 세계는 동구권 해체 이후 미국 중심의 패권주의가 흥왕했다. 또 신자유주의 경제체제가 발흥하기 시작했고 빈부차이도 심화됐다. 이 시기 한국을 비롯한 아시아 지역은 대규모 외환위기를 겪기도 했다. 이 때문에 아시아에 신자유주의 체제가 강제적으로 이식되면서 미국식 경제가 세계의 흐름을 지배했다. 경제 위기로 인해 유럽은 보수화됐고, 에큐메니칼 운동의 방향과 재정도 큰 위기를 맞았다. 1990년 이후 지구 온난화와 엘니뇨 현상이 세계적인 기상 이변을 일으켰고, 자원 고갈과 인구 증가가 또 다른 위기로 등장하기 시작했다. 1997년에는 교토협약이 체결돼 온실가스 배출량을 줄이기 위한 각국의 노력이 시작됐다. 또 1994년 르완다는 내전으로 경악스러운 인종 청소가 자행됐다. 하지만 국제 사회는 이를 묵인했다.

‘하나님께 돌아가자, 소망 중에 기뻐하자(Turn to God, Rejoice in Hope)’라는 주제로 개최된 하라레 총회는 332개 회원교회 960명의 총대가 참석했다. 특히 4,500여 명의 기독교인들이 모여 대규모 예배를 드렸다. 당시 총회 준비를 맡은 사람은 제5대 사무총장 콘라드 라이저 박사(Konrad Raiser, 독일)였다.

하라레 총회 주제는 기독론, 성령론에 이어 삼위일체론으로 확대됐다. 이 주제는 희년을 생각하며 ‘하나님께 돌아가자’는 회개와 갱신을 강조했다. 특히 로마서 12장 12절에서 “소망 중에 기뻐하자”는 말을 인용하며 고통 당하고 있는 세계를 위로했다. 콘라드 라이저 사무총장은 총회 주제를 언급하면서 “철저한 회개 및 방향전환과 자기평가, 에큐메니칼 운동 안에서 성령을 통해 하나님이 주신 화해와 일치로 초대, 21세기의 전야에서 희망의 공동체가 되라는 메시지”라고 말했다. 브라질 여성신학자 데이펠트(Wanda Deifelt)는 “하나님께 돌아가는 것은 인간성으로 돌아가서 우리 시대의 특징인 고난과 고통과 죽음을 인정하는 것”이라고 해석했다. 코수케 고야마는 탕자를 끌어안는 아버지, 홈리스 예수의 머리에 값비싼 향유를 붓기 위해 옥합을 깨뜨린 여인의 이미지를 사용하면서, “희망은 시간 이야기가 아니라 사랑 이야기”라고 말했다.

8차 총회는 세계 각국에서 자행된 폭력에 대한 심각성을 인식하고, 2000년부터 2010년까지를 ‘폭력극복을 위한 10년’(Decade to Overcome Violence)이라고 선언했다. 또 제3세계의 가난한 국가들 특히 아프리카에 대해 ‘부채탕감운동’을 전개하자고 선언했다. 총회는 에큐메니칼 운동의 대중화를 위해 공청회식 회무진행(Hearing)을 도입했고, 에큐메니칼 공간을 확대하는 의미로 ‘파다레’(열린마당)을 열어 놓았다. WCC와 에큐메니칼 운동의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에큐메니칼 운동의 일반적인 이해와 비전이라는 제목의 CUV(A Common Understanding and Vision of the Ecumenical Movement)문서를 채택했는데, 이 문서는 향후 에큐메니칼 운동 안에 ‘기독교포럼’을 활성화시키는 계기가 됐다. CUV는 “기독교인들이 신앙과 연대의 오이쿠메네를 위해서 다양성 속에서 일치성을 추구하는 대안적인 방법들을 찾아야 한다”고 밝혔다.

이와 함께 총회는 글로벌화 공동체에 대한 ‘대안 공동체’ 추구를 강력하게 추천했다. 경제, 문화적인 글로벌화의 일방적인 지배에 항거할 것을 말한다. 특히 1997년 헝가리 데브레첸에서 열린 WARC 23차 세계대회가 선언 했던 ‘경제 부정의와 생태학적인 파괴에 관한 인식과 교육과 신앙고백의 헌신된 과정’을 환영하고 WCC도 이에 동참할 것을 표명했다. 초국적(다국적) 기업들의 횡포에 대한 대안으로 ‘효과적인 글로벌 거버넌스 체제의 창안’을 추천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