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분별한 ‘CCM오디션’ 이대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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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분별한 ‘CCM오디션’ 이대로는 안 된다
  • 최창민 기자
  • 승인 2012.03.13 12: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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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짜 사역자 키우고 창조적 재해석해야

기독교 문화계에서 무분별한 CCM오디션에 대해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기독교 문화기자 모임 ‘크리스천 컬쳐 플러스’(Christian Culture Plus, 이하 CC+)는 지난 8일 연동교회 다사랑에서 ‘CCM오디션을 말한다’를 주제로 세미나를 개최했다.

지난 한 해 동안 진행된 CCM오디션만 해도 여섯 개에 이른다. 극동방송 ‘거룩한 도전’, CBS ‘크리스천 뮤직 페스티벌’, C채널 ‘가스펠스타C’, W뮤즈 ‘나는 CCM밴드다’, 예장통합 문화법인 ‘CCM루키’, 스윗컬쳐 ‘스윗케스트’ 등 다양한 주체들이 CCM오디션 프로그램을 진행했다.

지난해 일어난 CCM오디션 열풍에 대해 “침체기에 빠진 CCM계에 신선한 활력을 불어넣고 신인 CCM 가수를 배출했다”는 긍정적인 평가와 “부실한 CCM오디션으로 인한 피해자가 생겨났으며 배출된 신인들도 설자리가 없다”는 부정적인 평가가 엇갈리고 있다.

이날 참석자들은 CCM오디션이 좀 더 치밀한 대책과 창조적 재해석으로 무장할 필요가 있다고 입을 모았다.

“찬양사역자 지망생 많지만 기획사 없어”
이날 세미나에는 C채널 ‘가스펠스타C’, 예장통합 문화법인 ‘CCM루키’의 기획자 HS엔터테인먼트 은희승 대표가 나와 지난해 진행했던 CCM오디션에 대한 취지와 성과, 소회를 나눴다. 은 대표는 “시대는 변해도 기독교 찬양사역의 비전을 가진 사람들은 많다”며 “세상에서는 대형 기획사와 오디션을 통해 꿈을 꿀 수 있지만 기독교계는 대형기획사가 없다”고 말했다. 이어 “요즘 10대, 20대는 교회 찬양문화로 워십 말고는 CCM 분야에 대한 관심이 적다. 롤 모델로 삼고 있는 크리스천 뮤지션은 나얼, 팀, 박정현 등이다”라며 오디션의 취지를 설명했다.

CCM오디션의 질을 높이기 위해 은 대표는 “참가비를 내고 참여한 지원자의 당락이 1분 만에 결정되는 것은 아쉬운 부분”이라며 “이를 보완하기 위해 심사위원들에게 구체적인 클리닉 언어 사용을 주문했다”고 말했다. 또 “CCM 사역자들과 연계해 지속적으로 교제할 수 있도록 네트워크를 만들어주기 위해 노력했다”고 덧붙였다.

“오디션, 홍보 수단 아닌지 물어야”
실제 찬양사역자들은 오디션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고 있을까. 찬양사역자연합회 기획이사 강훈 목사는 “CCM 시장과 문화에 정말 관심이 있다면 오디션 형식으로 접근하지 않았을 것”이라며 “오디션이 CCM 발전에 도움이 될 지에 대한 근본적인 의문이 있다”고 말했다.

강 목사는 “기존의 오디션을 보면 대회 이후 기획이나 대안이 있는지 의심스럽다”며 “현재 1등을 한 팀이 무엇을 하고 있는지를 보면 알 수 있다”고 말했다. 오디션을 통해 배출된 사람들이 여전히 무대에 설 기회가 없다는 점을 지적한 것이다.

이어 “CCM오디션에 참여한 사역자들도 덕담만 하거나 전문성 없는 평가를 하기 일쑤”라며 “멘토와 멘티가 정말로 스승과 제자의 관계를 가졌는지, 아니면 1회성 면접에 그쳤는지 묻고 싶다”고 꼬집었다. 강 목사는 “정말 진정으로 CCM 가수 양성이 목적인지, 아니면 기획사나 주최측의 홍보를 위한 수단인지 정직하게 물어야 한다”고 말했다.

CCM 문화가 쇠퇴한 것에 대해 강 목사는 “CCM 문화의 몰락은 사역자들이 자초한 측면이 크다. 창작의 부재와 무대의 제한을 통해 스스로 무너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무엇보다 가장 중요한 것은 CCM 가수를 배출할 수 있는 시스템 마련”이라며 “교회와 찬양 사역자들이 연합해 전문적인 양성기관을 만들어야 한다”고 조언했다.

“오디션의 형식적 모방에서 벗어나야”
기독교 문화에 대해 연구해온 성석환 목사(도시공동체연구소장)는 “오디션이라는 형식 자체는 문제될 것이 없다”며 “성가대, 지휘자를 뽑을 때 등 오디션은 교회 안에서 있어 왔다”고 말했다.

그러나 성 목사는 “과연 주최측이 CCM 문화의 질적 향상과 시장 확대라는 장기적인 플랜을 갖고 있는지 의문”이라며 “비전과 능력은 물론, 기독교 문화에 대한 기본적인 소양조차 갖추지 못한 사람들이 나서는 것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이어 “교회가 대중문화를 모방해야 하지만 신학적 장치로 창조적인 재해석, 변혁을 해야 하는데 지금의 CCM오디션은 형식적인 모방에 빠져있다”며 “이 같은 방식으론 대중문화에 아무런 영향을 미치지 못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성 목사는 또 “CCM사역자들과의 강력한 연대를 요청하고 싶다. 어설픈 멘토에 그치지 말고 CCM 발전에 대한 책임을 가져야 한다”며 “한국 교회는 CCM이 어떤 방향으로 전개되어야 하는지에 대한 통렬한 신학적 고민이 있어야 한다”고 조언했다.

마지막으로 성 목사는 “교회는 기독교 문화의 소비자에 그쳐선 안 된다. 생산자의 역할도 필요하다”며 “실력 있는 가수들이 무대에 설 수 있도록 공적시스템을 만들어가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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