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교 판타지’ 드라마, 기독교인이 봐도 되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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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교 판타지’ 드라마, 기독교인이 봐도 되나요?
  • 최창민 기자
  • 승인 2012.03.08 15:4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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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품달’, ‘무신’ 등 전통종교 소재 드라마 흥행

종교 판타지 장르 유행, 포스트모더니즘 영향 받은 ‘혼성 모방’ 문화
무조건 비판 옳지 않아… 기독교적 해석 가능한 성숙한 수용자 돼야

최근 무속신앙, 불교 등 종교를 소재로 해 흥행몰이를 하고 있는 드라마들이 등장하고 있다. 이들 작품은 전통적으로 인기 있는 드라마 장르인 ‘사극’을 주요 테마로 삼아, 한국의 전통 문화, 역사 등과 결합해 이른바 한국적 감성을 자극하고 있다. 또한 종교적 신앙을 전면에 내세움으로써 드라마에 판타지적 요소를 강화하고 있는 것이 특징이다.

대표적인 작품은 최근 인기리에 방영되고 있는 MBC 수목드라마 ‘해를 품은 달’. 이 작품은 무당, 액받이 무녀 등 무속신앙을 소재로 이야기를 전개하고 있다. 드라마 ‘해품달’은 극 초반부터 아역들의 탄탄한 연기력과 풋풋한 로맨스도 화제를 불러일으켰다. 하지만 드라마의 인기 요인 중 하나로 ‘무속신앙’을 손꼽지 않을 수 없다. 조선시대 가상의 왕 이훤과 비밀 속에 쌓인 무녀 월의 애절한 사랑을 그린 ‘해품달’은 처음부터 무속신앙을 전면에 내세워 판타지적 요소를 강화했다.

스토리를 전개하는데 중요한 요소로 등장하는 것이 바로 ‘성수청’(星宿廳). 성수청은 국가와 왕실을 위해 복을 빌고, 재앙을 물리치는 굿을 담당하는 국가 공인 무속 전담기구다. 과거 사극에서 무속신앙은 권력을 뒷받침하는 도구로 등장할 뿐이었다. 하지만 ‘해품달’에서는 성수청 궁녀들이 비중 있게 다뤄지며 이들이 막강한 힘을 발휘한다.

현대에도 무속신앙은 여전히 한국인들 정서의 한 축을 담당하고 있다. 이 같은 설정은 ‘무속신앙’을 ‘한국의 종교’로 포장해 대중들이 거부감 없이 받아들일 수 있도록 이끈다. 무속 판타지 설정이 시청자들의 호기심을 극대화 시키고 있는 것이다.

불교 신앙을 드라마 소재로 활용한 작품도 있다. 고려 무신정권기를 배경으로 한 MBC 주말드라마 ‘무신’은 불교적 신앙을 전면에 내세웠다. 이 때문에 한 트위터 사용자는 “MBC 주말드라마 '무신'은 불교방송에서 방영해야 할 듯하다”고 비꼬기도 했다.

‘무신’은 강력한 무신 정권이 존재하던 고려를 배경으로 약 60여 년간 황제를 대신해 통치해오던 막부를 뒤엎고 최고의 자리에 오르는 노예 출신 한 남자의 이야기를 다룬다. 노예 출신이었지만 후에 정승의 자리까지 오른 주인공 김준. 그는 노예로 전락한 인생이 불교적 신앙과 기도를 통해 최고의 자리까지 오른다는 이야기를 중심으로 하고 있다.

특히 유네스코가 지정한 세계기록유산 해인사 팔만대장경이 드라마 속에서 최초로 공개될 것으로 전해지면서 주목받았다. 팔만대장경은 의천대사가 만든 초조대장경이 몽고의 침략으로 불타 없어지자 몽고군의 침입을 불교의 힘으로 막아보고자 하는 뜻으로 새로 새긴 것이다. 이를 통해 불교적 신앙이 국난 극복의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는 점이 강조된다.

과거에 이 같은 작품이 공중파를 통해 방영될 경우 기독교계는 크게 반발했다. 특히 동성애를 소재로 한 작품이나 귀신 등 무속신앙이 등장하는 작품에 대해 방송금지 가처분 신청을 낸 기독교 문화단체도 있었다.

하지만 최근에는 기독교 문화적 관점에서 비판적으로 수용해야 한다는 분위기가 많다. 대중문화를 소비하는 주체가 특성을 바로 알고 이를 기독교적인 시각으로 재해석하는 것이 기독교 정체성을 가진 성숙한 문화수용자라는 것이다.

종교와 판타지의 융합에 대해 신국원 교수는 포스트모더니즘의 영향이라고 진단한다. 신 교수는 ‘변혁과 샬롬의 대중문화론’에서 “포스트모더니즘은 혼성 모방의 문화”라며 “스타일을 상실한 채 과거의 온갖 것을 마구 베껴 뒤섞어 놓은 ‘혼성 모방’(pastiche)이라는 새로운 기법이 특징”이라고 말했다.

종교 판타지 드라마를 바라보는 기독교적인 시각에 대해서 그는 “대중문화가 주류가 된 현 상황 속에서 무조건적 비판과 단순한 배격은 옳지 않을 뿐 아니라 현실적이지도 않다”며 “기독교적 세계관을 토대로 대중문화에 대한 문제점을 인식하고 분별할 수 있는 문화적 감수성이 요청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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