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발적 성장의 폐해 신뢰도 추락으로 이어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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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발적 성장의 폐해 신뢰도 추락으로 이어져”
  • 최창민 기자
  • 승인 2012.02.23 14: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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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연중기획 / 무너진 한국교회, 다시 세우자 ③ 사회적 신뢰도 추락 (하) 안티 기독교의 확장

▲ 지난 2007년 10만여 명의 성도가 참여한 대형집회가 열리는 등 교회 성장에 대한 바람은 지속됐다.

17.6%. 지난 2010년 한국 기독교가 받은 신뢰도다. 이 조사에서 기독교를 신뢰하지 않는다는 응답은 무려 48.4%에 달했다. 호감 종교를 조사한 자료를 보면 그 심각성이 더욱 명확해진다. 가장 호감이 가는 종교를 묻는 질문에 가톨릭은 35.5%, 불교는 32.5%의 응답을 받은 반면, 기독교는 22.4%에 그쳤다. 일반 대중 대다수가 한국 교회를 신뢰하지도 않고, 호감을 갖고 있지도 않다는 것이다. 더욱이 조사 대상의 18.3%가 자신을 개신교 신자라고 밝힌 점을 감안하면 개신교 정체성을 가진 신자조차도 한국 기독교를 신뢰하지 않고 있다는 것이 드러난다. 최근 2~3년 사이에 신뢰도가 더 떨어졌다는 사람도 26.6%에서 30.8%로 점차 증가하고 있다. 앞으로의 전망도 밝지 않다는 방증이다.
한국 교회의 신뢰도가 크게 추락한 이유를 놓고 여러 가지 분석이 나오고 있다. 신뢰도가 추락한 근본적인 원인을 추적하기 위해서는 교회의 행적을 볼 필요가 있다. 이에 본지는 한국 교회의 사회적 신뢰도 추락 과정과 배경을 역사적인 관점에서 살펴볼 예정이다. 
                                                                                                         <편집자 주>

민주화 운동 불구 군사 쿠데타 옹호로 신뢰 잃어
단군상 파괴, 아프간 피랍 등으로 안티세력 확산

1960년대부터 1980년대까지 한국 교회는 세계적으로도 유례를 찾기 어려울 정도로 급성장했다. 한국종교사회연구소 1993년도 통계에 따르면 1960년에 5,011개였던 교회는 1970년 12,866개, 1980년에는 21,243개로 큰 폭의 증가세를 보였다. 또한 1990년에는 35,819개로 증가했다. 불과 30년 만에 한국의 교회 수가 일곱 배 이상 증가한 것이다.

# 1960년대 이후 교회의 성장
특히 1970년대는 교회 수보다 교인 수 증가폭이 더 컸다. 즉 개별교회의 규모가 커졌다는 의미다. 이른바 대형교회들이 속속 등장하기 시작한 것도 바로 이 시기라고 할 수 있다. 특히 1950년대까지 1만 명에도 미치지 못했던 오순절교회는 1980년대 들어 여의도순복음교회만 20만 명의 교인을 가진 교단으로 성장했다. 성결교단 또한 1960년대부터 크게 성장해 기독교 주류 교단으로 자리 잡았다.

신학자들은 교회가 성장할 수 있었던 배경에는 분단이라는 특수성이 존재했다고 말한다. 1960~70년대 반공주의를 기반으로 하는 군사독재 시대가 강화되면서 억압적인 독재정권 하에서 자신의 욕구를 분출할 수 있는 길을 차단당한 국민들이 점차 욕구불만 상태에 놓이게 됐다는 것이다. 이와 함께 개발독재라고 불리는 일방적인 경제성장이 저임금, 열악한 노동환경, 피폐한 생활, 부의 양극화 등을 불러 계층간 불만과 상대적 박탈감을 커지게 한 것도 한몫했다.

이런 사회 문화적 현상은 물질주의와 배금주의적 가치관을 강화시켰고 공동체성과 인간관계를 파괴했다. 특히 도시 속에서 소외감과 정체성의 위기를 느끼는 사람들이 종교를 통해 소속감을 갖길 원했고 교회가 그 역할을 감당하며 안식처를 제공해 줄 수 있었던 것이다. 이 때문에 도시화가 진행될수록 기독교인의 수가 증가하는 현상이 나타났다. 1985년 인구센서스 조사에 따르면 도시의 기독교인 비율이 높게 나타나 도시화와 교회의 성장이 무관하지 않음을 알 수 있다.

이와 관련 김병서 교수(이화여대)는 “분단과 개발독재 상황이 조성한 심리적 불안감, 정치경제적 불균형, 사회적 불만, 그리고 가치관의 혼란은 기독교뿐 아니라 종교가 전반적으로 성장하는데 유리한 여건을 조성했다”고 말했다. 이원규 교수(감신대)는 “1960년대 이후 여러 종교들이 전반적으로 성장했지만, 현세적 복을 약속한 종교나 교파일수록 더 크게 성장했다”고 분석하고 있다.

# 독재 옹호와 성장 둔화
1960년대 이후 전반적인 교회의 성장에도 불구하고 장로교단 가운데 기독교장로회는 다른 교단들만큼 양적인 성장을 이루지 못했다. 이것은 다른 교단들이 교세를 늘려가던 군사독재 시기 동안, 개인구원보다는 하나님의 선교(Missio Dei)의 원칙에 입각해 민주화운동, 인권운동, 노동운동 등을 통해 사회의 구조악과 싸우는데 많은 관심을 기울인 사실과 무관하지 않다.

개발독재 시기에도 교회는 노동자와 빈민에 대한 관심을 중단하지 않고 산업선교, 도시빈민선교, 농민선교 등에 나섰다. 이는 교회가 경제성장 과정에서 소외되고 있던 민중의 삶에 눈뜨고 있었다는 것을 보여준다. 그러나 소외된 민중을 대변하는 교회의 활동은 정부의 감시와 핍박의 대상이 됐다.

진보적 교회와 교단들은 인권과 민주화운동에도 앞장섰다. 1960년대 후반부터 정권을 무조건 지지했던 과거를 반성하고 비민주적인 정치현실을 비판하기 시작한 것이다. 특히 1970년대를 지나면서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를 중심으로 많은 기독교인들이 독재정권에 저항했다. 하지만 그보다 더 많은 교회들이 세상 권력에 대한 복종을 주장하며 정부와 유착했다. 특히 대통령 조찬기도회 등에서 반공논리를 앞세워 군사 독재정권을 지지하고 옹호했다.

교회와 군사정권과의 협력관계를 적나라하게 보여준 사건은 1980년 8월 ‘나라를 위한 조찬기도회’였다. 당시 전두환 세력은 군부를 동원해 ‘국가보위비상대책위원회’라는 초헌법적 기관을 설치하고 정권을 탈취했다. 이때 교회 지도자들은 전두환 위원장을 축복하는 기도회를 개최했으며, 전국에 생중계됐다. 전두환 정권이 5.18을 통해 광주시민들을 무참히 학살한 지 불과 석 달도 못된 때였다.

기독교 성장세가 둔화되기 시작한 것도 이 시기부터다. 이후 1990년대 중반을 지나면서 사실상 기독교는 하향곡선을 그렸다는 분석이 많다. 지난 2005년 통계청 조사에 따르면 개신교인수는 약 861만 명으로 나타났다. 이는 1995년에 비해 그 수가 14만여 명 감소한 것이었다. 하지만 같은 기간 천주교는 무려 75% 가까이 성장해 대조를 보였다.

# 안티 기독교의 등장
한국교회언론회 대변인 이억주 목사는 “기독교 안티들의 등장은 대략 1995년 PC의 대중화시대와 일치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기독교 안티가 인터넷상에서 본격적으로 활동하기 시작한 것은 10여 년 전부터라고 분석했다. 대표적인 안티기독교 사이트인 반기련(반기독교시민연합)이 창립한 것도 2003년이다. 현재 회원도 2만여 명에 이르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그보다 앞서 2000년대 초반 교회는 다양한 사회문제를 낳기 시작했다. 대표적인 사건이 ‘단군상 파괴’였다. 당시 일부 기독교인들이 학교 내에 설치된 단군상을 파괴하는 일이 벌어진 것이다. 이는 사회적으로 큰 파장을 낳았고 즉각 종교 갈등으로 이어졌다. 또한 비기독교인들로부터 호된 비판의 대상이 되기도 했다.

또 2002년 월드컵을 앞두고 일부 기독교 단체들이 대표적인 응원단 ‘붉은악마’의 이름과 상징을 문제 삼고 나섰다. 이들은 ‘백의천사’라는 대안을 내놓으며 붉은악마의 응원 행태를 비판했다. 하지만 이미 대중들에게 친숙한 붉은악마에 맞선 기독교 단체들의 비판은 단군상 사건과 맞물려 기독교를 독선적인 종교로 비춰지도록 하는 역할을 했다.

기독교 안티 운동이 절정에 달했던 사건은 2007년 7월 일어난 아프가니스탄 피랍이다. 당시 샘물교회의 선교는 의료봉사를 병행한 선교활동이었음에도 불구하고, 그동안 기독교가 공격적 선교 방식을 취했기 때문에 발생한 결과라는 것이 정설처럼 받아들여졌다. 이때를 기점으로 해서 한국 교회의 신뢰도는 바닥을 보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듬해 기독교윤리실천운동에서 최초로 실시한 ‘2008 한국 교회 신뢰도 조사’에서 개신교는 18.4%라는 충격적인 신뢰도를 기록했다. 그로부터 5년여가 지났지만 신뢰도는 더 떨어졌다. 모든 기독교인들이 한국 교회의 미래를 걱정해야 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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