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핵’의 꿈, 전력소비량 체크하는 ‘에너지 절약’부터 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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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핵’의 꿈, 전력소비량 체크하는 ‘에너지 절약’부터 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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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2.02.09 1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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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미호 정책실장(기독교환경운동연대)

미국 쓰리마일(1971년), 구소련의 체르노빌(1986), 그리고 지난해 후쿠시마 원전사고 등은 핵발전소가 깨끗하고 경제적이고 안전하다는 정부의 일방적인 주장을 철저하게 무너뜨렸다. 이제 핵발전소 문제는 인류 공동체의 운명이 걸린 가장 중요한 과제로 부상하고 있다.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 생명윤리위원회가 최근 ‘탈핵과 윤리’를 주제로 세미나를 개최하며 핵의 비윤리성을 알리고 핵발전소의 폐기를 촉구했다. 일부 발제자들의 주장을 요약해 싣는다.
<편집자 주>
 

원자력발전은 고통 받고 있는 이들의 희생 위에 있다. 우선은 원자력발전소(이하 원전) 노동자, 특히 일용직 노동자의 희생이다. 한전 직원이 주로 컴퓨터를 이용한 중앙제어실 운영과 작업지시 감독 등 비교적 깨끗한 일을 하는 반면, 한전 노동자들은 궂은 일을 맡는다.

그 중 가장 위험한 일은 일용직 노동자들이 한다. 파이프 보수공, 연료교체 작업, 전기 보수 등 순간적으로 피폭에 노출될 수 있는 일들이다. 원전은 이들 노동자들의 희생으로 돌아간다.

방사능 피폭 허용치를 보면 노동자들은 일반인보다 50배나 많은 50mSv이다. 노동자들이라고 해서 방사능에 강한 특수체질이거나 방사성 물질에 면역력이 있을 리가 없다. 때론 생계를 위해 그마저도 제대로 지키지 않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원전 인근 주민과 뭇 생명들도 고통받기는 마찬가지다. 원전은 원자로를 냉각시키기 위해 1초에 68톤의 바닷물을 끌어다 온배수로 내보낸다. 원자로에서 발생한 열에너지는 70%가 버려져 바다를 오염시키고, 오직 30%만 전기로 사용된다. 이로 인해 인근 해역의 수온이 크게 상승돼 바다 생태계가 파괴되고 인근 주민들이 여러 행태로 피해를 보고 있다는 것을 우리는 안다.

핵폐기물 관련해서도 마찬가지다. 사용후핵연료, 곧 고준위폐기물보다는 위험이 덜하다는 중저준위 폐기물 처분장을 짓기 위해 안면도, 굴업도, 부안을 거쳐 경주로 결정된 20년이 넘는 세월 동안 그들이 겪은 고통은 말로 다 할 수 없다.

가동 중인 원전은 수십 종의 방사성 폐기물을 생성하는데, 한 가정의 1년치 소비전력을 만든 핵연료가 타고 나면 그 안에는 50~60조 베크렐, 즉 약 5만 명이 암에 걸릴 수 있는 방사능이 들어있다고 했다. 그뿐 아니라 가동에 필요한 보조 산업, 즉 농축과 가공, 재처리 및 운송과정에서도 많은 양의 핵페기물이 나온다.

세계 원전 역사가 50년이 넘었지만 아직 단 한 곳도 이를 처분할 수 있는 곳은 마련되지 않았다. 지금까지의 누적량은 30만 톤에 달하고, 매년 만여 톤이 추가되고 있는데도 말이다. 우리나라 역시 원전 내 임시 보관중인데, 2016이면 한계에 달한다고 한다. 10년에 걸쳐 잔열을 없애야 하고, 완전히 안전해지려면 10만 년이 걸린다니 이것을 묻을 곳을 찾는다는 것은 앞으로도 불가능한 일일 수 있다.

길지도 짧지도 않은 탈핵 운동의 역사 속에서 우리는 꿈을 꾸게 되었다. 의지만 분명하다면 ‘핵 없는 세상’이 가능하다는 꿈이다. 꿈도 꾸지 않은 채 체념하는 것은 너무 어리석은 일일 것이다. 신규 원전이나 이미 수명을 다한 원전만이라도 막기 위한 작은 실천으로 출발하자.

우선적으로 할 일은 ‘자신이(교회가) 소비하고 있는 전력소비량을 살피는 것’이다. 소비하고 있는 것에 끊임없이 이윤을 좇는 이에 의해 부추겨진 욕망에 의한 것이 있다면 그 ‘에너지에 대한 욕망’을 내려놓을 수 있어야 한다.

자신이 누리고 있는 풍요가 누군가에게 돌이킬 수 없는 희생을 초래하거나 공기와 물과 땅을 오염시켜 회복되기 어렵게 하고, 여러 동식물을 멸종 위기에 처하게 하고 있음을 보게 해주면 불가능한 일도 아니다.

사방에서 들려오는 핵에 의한 신음소리에 귀 기울여야 한다. 그리스도인이라면 미세할지라도 그 소리를 붙잡고 깊이 묵상해야 한다. 만약 우리가 신음소리를 듣고 에너지를 낭비해 온 삶을 진정으로 회개한다면 절제하는 삶을 살 것이다. 그러면 노후화된 원전은 포기될 수 있고, 신규 원전도 더 짓지 않아도 될 것이다.

다음으로 ‘핵 없는 교회’에 대한 목표를 분명히 세운 후, 교회 안에서부터 냉난방 소비를 줄이고, 과도한 조명도 줄이고, 에너지 효율을 높일 수 있는 방안을 세워가는 것이 필요하다. 지금 교회부터 에너지를 덜 씀으로써, 좀 춥게 있으면서, 곁에 있는 이들과 원전이 우리 일상생활에 얼마나 위협적인 것인지 진지하게, 그리고 지속적으로 성찰하며 원자력 폐기를 논하자. 지금 이 순간부터 전력소비량은 줄어들 것이고, 그만큼 재생가능 에너지로의 전환은 수월해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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