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민 교회, 바른 신학과 건강한 목회 양 날개로 성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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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민 교회, 바른 신학과 건강한 목회 양 날개로 성장한다
  • 뉴욕=윤영호 기자
  • 승인 2010.10.20 16: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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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기획 - 미주 한인교회 부흥을 말하다 // 뉴욕 효신장로교회 담임 문석호 목사

“목회를 알아야 바른 신학이 가능할 것이고, 신학을 아는 목회자라야 건강한 교회로 성장시킬 수 있을 것입니다.”

신학적 소양을 갖춘 목회자만이 할 수 있는 말이다. 목회와 신학은 온전한 교회를 이루기 위해 반드시 동반돼야 하는 동전의 양면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다. 하지만 이 요소를 두루 갖춘 교회는 그리 많지 않다.

총신대학교 교단에서 미국 이민교회 강단으로 자리를 옮긴 문석호 목사(뉴욕 효신장로교회)는 바른 신학과 건강한 목회의 밀접한 관계를 사역현장에서 증명해 보이고자 애쓰는 목회자다.

현재 원로목사로 추대된 제1대 담임 방지각 목사의 뒤를 이어 지난 2007년 2대 담임으로 부임한 문석호 목사는 사실 신학대 교수직을 은퇴한 뒤 선교사로서 제2의 사역을 계획하고 있었다. 그러나 문 목사는 20년간의 교편생활을 이민목회현장에 적용하시길 더 원하신 하나님의 섭리에 순종했다.

“물론, 청빙제안이 있었을 때 저는 간곡히 사양했습니다. 선교사역에 더 애착을 가진 제 마음이 그랬고, 또 숨 가빴던 교직생활 이후 생활환경의 변화 욕구도 있었죠. 하지만 결국에는 두 손을 들고 말았습니다.”

효신교회 당시 방지각 목사는 당회의 결정과 공동의회의 결의를 연속적으로 받아 곧바로 한국으로 날아왔다. 문 목사가 더 이상 사양하지 못하도록 환경을 만들어서 설득한 것이 효과를 나타낸 것이다. 원로 목사의 치밀한 준비와 전 교인의 지지에 가 뒷받침됐다. 이민교회 그것도 미국 서부에 비해 거친 이민현장으로 분류되는 동부지역에서 문석호 목사는 새로운 사역을 3년째 수행하는 중이다.

이민교회 목회자로서 이제 3년을 넘어서는 문석호 목사는 효신장로교회와 두 번째 인연이다. 지난 84년부터 3년 동안 이 교회에서 전도사로 섬긴 바 있다. 하지만 20년이 지난 문석호 목사는 신학적 바탕을 건실하게 채운 신학자로 효신교회에 들어섰고, 1,200여 교인들은 제2의 사역에 관심을 높이고 있다.

● 목회에 적용하는 신학돼야 한국교회 성장
20년 교직생활에서 문석호 목사가 얻은 생각은 단 하나로 요약된다. ‘신학교는 영혼 사랑하는 마음을 불어넣는 학문의 요람.’ 신학교가 분명히 학문하는 것이지만, 그 학문이 영혼사랑과 관계없는 것이라면 무가치하다는 것이다. 이런 맥락에서 문 목사는 현장에 적용되지 않는 신학이론과 학문은 단지 말장난에 불과한 것으로 평가 절하한다. 교회를 교회답게 하는 데 적극적으로 적용할 수 있는 학문을 연구하고 발전시키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풀러신학교에서 현대신학으로 박사학위를 받은 그는, 최근의 신학흐름이 단순히 학문을 위한 학문으로 전개되고 있다고 우려를 표시하면서 ‘자기중심적인 경향’으로 치닫는한 교회와 목회에 유익을 줄 수는 없을 것으로 예견했다.

따라서 문 목사가 말하는 신학교는 교회를 세우는 기초 작업에 참여해야 본연의 역할을 감당하는 것으로, 논농사 전에 모판작업을 하는 것처럼 신학교육 역시 교회를 활성화하는 기초 작업에 비교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한다.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는 것이 문 목사의 생각이다. 신학교육과 목회현장이 여전히 분리돼 있고, 신학교에서 배운 것을 목회현장에 제대로 적용되지 못하는 상황 속에서 문 목사는 자신의 책임이 크다고 믿고 있다.

그가 경험한 신학교 생활은 여러 면에서 만족하기는 하지만, 한 가지 점에서는 아쉬운 점을 지울 수 없다. “과연 영혼을 사랑하는 지도자를 배출했는가”라는 질문에 확답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신학교는 영혼 사랑하는 지도자의 마음을 풍성하게 하는 곳이어야 한다는 것이 목회자로 새 길을 가는 교수출신 문 목사가 말하는 신학교의 정체성이다.
신학과 목회에 대한 문 목사의 생각은, 최근 경영적인 어려움과 개혁주의 신학에서 이탈경향을 보이는 한국 신학교육기관의 향후 진로와 관련해 적지 않은 시사점을 준다. 경영문제와 신학사조 문제라는 두 요인이 신학교육에 영향을 미칠 경우 목회현장에 미칠 파장 또한 적지 않기 때문인데, 미국을 비롯한 서구교회의 몰락에서 배울 것은 확실히 배워야 한다는 교훈을 준다.

● “진정한 목회의 참 맛 느낄 수 있는 최적 장소”
문석호 목사는 지난 84년부터 3년 동안 뉴욕에서 가진 전도사 경험을 통해 이민교회의 현실과 뉴욕 한인커뮤니티의 상황을 누구보다 잘 안다.

한인커뮤니티는 중국 이민자보다는 규모도 작고 이민 역사도 짧다. 그래서 한인사회의 규모 역시 상대적으로 작다. 하지만 빠른 성장세를 보이고 있고 주정부 관련 단체에 진출하는 한인리더의 인원도 증가추세에 있는 것이 사실이다. 한인 리더의 증가는 자연스럽게 주정부의 정책결정에 영향을 미치게 돼 있기 때문에 앞으로 미국사회에 끼칠 한인공동체의 영향력을 분석하는 단체들은 낙관론이 우세하다.

하지만 문제가 없는 것은 아니다. 이민자 특유의 문제 즉, 높은 유동성이 그것이다. 경제적인 기반을 제대로 갖추지 못한 비율이 아직 많기 때문에 더 좋은 조건을 찾아 떠나는 한인들과 새로 유입되는 한인들 사이의 불안정성이 꾸준히 진행되는 곳이 뉴욕이다. 게다가 지난 2008년 뉴욕발 금융 쓰나미의 여파가 계속 이어지는 가운데 한인 대부분이 중소사업자여서 큰 낭패를 보는 중이기 때문에 목회현장 역시 적지 않은 어려움을 보이고 있다.

문석호 목사는 뉴욕의 특징이 바로 이런 점이라고 하면서 광야에 비견되는 이곳이야 말로 목회사명자들이 진정한 목회를 경험할 수 있는 장소가 아니겠냐고 말한다.
그는 기도하지 않으면 안 되는 장소에서 기도하는 목회자를 길러내는 곳이면서, 사랑을 실천하되 끔찍이 사랑해야 하는 최적의 장소로 소개하고 싶다고 말한다.

문 목사는 뉴욕 이민자들의 애환을 잘 아는 목회자다. “다른 목회자들은 뉴욕 목회에 대해 힘들고 어렵다고 합니다. 하지만 저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아요. 상처 입은 영혼들이 거리를 배회하고 있는데 교회가 그들을 격려하지 않으면 누가 하겠습니까. 목회자는 영혼치유의 길을 안내할 수 있어야 하고 인생의 의미를 함께 고민하는 자이어야 한다고 봅니다.”

이런 맥락에서 문석호 목사는 최근 한국 목회지를 향해 떠나는 미국 한인지도자들에 대해 잠시 속내를 드러냈다. 그는 한마디로 압축했다. “이민교회 시각에서 말하면, 배신감과 상처를 주는 행위입니다.”
문 목사는 “답답한 현실”이라고 말하면서 “힘들게 이민자의 삶을 사는 교인들을 뒤로 하고 한국행을 결심한 이유를 듣고 싶다”고 말하며 “개인적인 욕망인지 공익성을 추구하는 것인지 정확히 분별하는 과정을 가져야 할 것”이라고 다소 냉정하게 표현했다. 영혼사랑의 진정성을 가진 목회자라면 오랫동안 사역하던 곳을 떠나는 결심자체가 괴로움일 것이라며 더 이상 일어나지 않길 바란다고 했다.

외국출신 목회자를 원하는 한국 교회에 대해서도 “최고 품질과 브랜드화를 추구하는 교회의 모습이 실망스럽다”고 짧게 대답했다. 한국으로 가는 목회자들을 볼 때 문 목사가 최적의 목회지로 꼽은 뉴욕은 사실 많은 목회자들이 고전을 면치 못하는 척박한 땅이다.

실제로, 여전히 한국을 그리워하는 숨죽인 소리들이 많은 곳이다. 그러기 때문에 문 목사는 이들의 소리에 더욱 민감하게 귀를 기울여야 한다고 강조하는 것이다.

● 이민목회자의 리더십은 점진형이 바람직
문석호 목사는 대학원에서 철학을 공부했다. 행동형이기보다 사색형에 가깝다는 얘기다. 실제로 그의 설교는 행동주의보다는 깊은 묵상과 깨달음을 중시하는 경향이다. 그의 이같은 면은 효신교회를 목양하는 리더십으로 매우 적합하다는 평이다. 이민자들의 특징 가운데 가장 두드러진 요소는 ‘엄격한 자기방어’와 ‘강한 자기주장’이다. 따라서 속을 털어 놓지 않으며, 상대방을 의심하는 경우가 많은 그래서 경계심이 강하다는 분석이다. 만약 이런 요소들이 많은 가운데 ‘강한 리더십’이 나타나면 항상 충돌로 인한 갈등과 상처만 남을 것이기에, 문석호 목사가 가진 ‘점진형 리더십’은 이민교회에 맞춤형이라는 것이다.

본인 스스로도 자신에 대해 “조금씩 확장하는 전진적 리더십”으로 소개하고 있다.
그런 의미에서 문 목사는 목회자로서 가장 중요하게 여길 점을 ‘인성 혹은 품성’으로 요약한다. 믿음은 너무 당연한 것이고, 이것 외에 인격적인 요소들만 잘 갖추어진다면 하나님은 그 분의 시간에 맞춰 반드시 적합한 곳에서 사용하실 것이라고 강조한다. 겸손, 헌신, 열정이란 단어는 품성을 갖춘 목회자가 목회현장에서 견지해야 할 문 목사의 목회적 단어들이다. 이런 범위 안에 자신이 포함돼 있는 사역자라면 이민목회자로서 자격을 일단은 갖추었다는 게 문 목사의 분석이다.

● 다음세대를 향한 교육목회의 힘
문석호 목사가 효신교회에 부임하여 가장 놀란 것은 주일학교 학생들의 비좁은 교육공간을 보고나서였다. 400여 학생들이 충분히 누릴 수 있는 공간이 턱없이 부족한 현실을 어떻게 타개할 것인가에 교수출신 목회자의 고민이 시작된 것이다.

“이민교회의 특징 가운데 두드러진 것은 자녀들 교육에 지대한 관심을 가진 장년부의 색다른 시선입니다. 교육체계가 잘된 교회를 선택하는 것이 일반적인 현상이지요. 부흥과 성장에 큰 요인이 됩니다. 하지만 저는 성장보다도 어린이들의 교육환경을 활짝 열어주고 싶은 마음인데, 다행히 교인들의 지지와 성원에 힘입어 교육문화관 건립이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죠.”

주차장 부지에 총 4층 규모로 세워지는 교육문화관은 최근 효신교회 교인들의 관심아래 자랑거리가 되고 있다. 다음세대에 대한 목회자의 배려가 결집돼 있기 때문이다. 특히 1년에 8만 달러를 장학금을 지정하여 학업지원을 하는 것을 포함하여 유학생을 위한 학사관 운영은 젊은 세대 양육의 필요성을 역설하는 좋은 모델이 되고 있다. 특히 노인을 포함하여 영어훈련을 필요로 하는 교인이 참석하는 ‘효신아카데미’도 교육의 힘을 인정하는 문 목사의 배려에서 나온 교육프로그램이다.

문 목사는 다음세대에 대한 관심 외에 친환경을 강조한다. 우주를 창조하신 하나님의 오묘하신 섭리를 자연 속에서도 충분히 경험하자는 취지이다.

“교회로부터 3시간 거리에 농장이 있는데 교인들이 잘 활용했으면 합니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어느 나라 이민자들과 비교해도 매우 힘들게 일하며 살지요. 그만큼 부지런한 것이고 그 때문에 경제적인 안정도 빨리 찾습니다. 그런데 한 가지 문제는 충분히 쉬지 못한다는 것입니다. 자연 속에서 교인들이 쉼을 통해 충전하도록 무엇인가 도와야 할 텐데…” 다양한 해법을 찾고 있는 문 목사는 척박한 이민자의 삶 속에 하나님의 은혜와 풍성한 안식을 경험하는 이민목회의 또 다른 정착방안을 열심히 적용하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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