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빈의 신앙전통, 계승되지 않는 진짜 이유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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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빈의 신앙전통, 계승되지 않는 진짜 이유는?”
  • 표성중 기자
  • 승인 2010.07.20 09: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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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형국 박사, 한국칼빈학회 정례발표회 통해 “교리적 내용에만 집중했기 때문” 주장

“칼빈주의를 표방하는 한국 장로교회들에게서 칼빈의 신앙적 전통이 의도했던만큼 충분히 재생산되지 않은 이유는 신학연구의 초점을 교리적 내용에만 집중했기 때문이다”라는 주장이 제기됐다.

한국칼빈학회(회장:안인섭 박사, 총신대)가 지난 19일 새문안교회 언더우드교육관에서 개최한 ‘2010년 제3차 정례발표회’에 발제자로 나선 오형국 박사(성서유니온 총무)가 이같은 입장을 피력했다.

칼빈의 신학과 인문학의 관계에 대한 재검토‘를 주제로 발표한 오 박사는 “한국 장로교회는 칼빈신학 연구의 초점을 교리적 내용에만 집중함으로써 신학사상의 형식적 구성요소인 지성구조와 정신적 태도를 결정하는 동시대의 인식론 및 인문학적 요소를 파악하지 못했기 때문에 신앙적 전통이 계승되지 못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날 오 박사는 발표를 통해 인문주의는 특정한 철학적 이데올로기가 아닌 학문의 방법론적 사고양식이며 정신적 태도라는 점을 분명히 밝히며, 이러한 학문태도가 성경이 제시하는 신앙의 언어를 동시대의 문화와의 관계에서 호소력을 지니는 언어로 재해석될 수 있는 기반을 제공한다고 주장했다.

오 박사는 칼빈신학에서 나타나는 인문주의에 대해서도 설명했다. 그는 “칼빈의 신학에서 인문주의적 요소는 겉으로 두드러지게 드러나고 있지는 않지만 칼빈은 항상 인간에 대한 정제된 지식을 교회를 향해 제공하기를 원했으며, 동시에 그것을 하나님을 아는 지식의 맥락 속에 집어넣기를 원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인문주의가 종교개혁 신학을 위해 기여한 바는 단순히 성서와 교부 저작의 텍스트를 제공하는 문헌학적 도구 이상의 것”이었다며 “인문주의의 학문과 정신자세는 개혁신학자들이 개신교의 새로운 신학체계를 구성함에 있어서 인신론적 사고의 틀과 수사학적 신학언어를 제공하는 역할을 했다는데 더 깊은 의의가 있다”고 강조했다.

특히 “인문주의 학문은 칼빈의 교의적 내용을 가리거나 약화시키지 않는다”며 “성서에 근거한 칼빈의신앙개념들이 강력한 신학적 호소력과 동시대의 문화와 상관성을 가질 수 있도록 수사학적 사고의 명료성과 박학의 설득력을 제공하는 역할을 했다”고 주장했다.

오 박사는 “한 시대의 신학사상은 본질적으로 성육신적 구조를 갖는 역사의 소산이라는 점을 주목하는 것이다. 따라서 칼빈의 신학사상에서 신본주의와 인문주의의 관계는 영혼과 몸의 관계에 유비될 수 있다”고 피력하기도 했다.

즉, 신본주의적 신앙과 경건의 개념은 동시대의 인문주의 학문과 문화 속에서 신학적 언어와 논리의 형체를 취하며 사상화될 수 있었다는 것이다. 오 박사는 칼빈의 모든 신학적 사색이 보여주듯이 그의 신학은 철저히 성서에 근거한 것이고 동시에 그의 시대에 진행되고 있었던 르네상스의 정신적 변화에 깊이 뿌리박은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처럼 칼빈신학과 인문주의와의 관계를 폭넓은 문화적 관점에서 접근해야 한다고 주장한 오 박사는 “칼빈주의 신학전통의 본질에 대한 탐구는 불분명한 경건적 태도의 차원을 넘어서 타 신학전통과 구별되는 독특성을 찾아보는데 힘을 기울여야 하며 그러기 위해서는 칼빈신학의 방법론적 원천에 주목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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