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사바람 뚫고 꽃샘추위 이기며 부활의 길 함께 걷는 '두 제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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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사바람 뚫고 꽃샘추위 이기며 부활의 길 함께 걷는 '두 제자'
  • 승인 2002.03.3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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뿌연 황사가 걷히고 파란 하늘이 수줍게 자태를 드러낸 지난 3월23일 아침. 부활의 소망을 품고 전국 일주에 나선 안용민(65세·소망교회)·민경근(62세·비전장로교회) 장로를 만나기 위해 천안으로 향했다.
일주 53일째. 봄 햇볕에 그을린 얼굴이 까칠했지만 두 장로는 2개월 동안 전국을 일주했다고 하기엔 너무도 건강해 보였다. 사실 60세를 넘긴 두 명의 노령이 전국을 일주하리라고는 상상도 못했었다. 그러나 그들은 주변의 걱정을 뒤로 하고 노익장을 과시한 채 이제 목적지인 상암경기장에 한발한발 다가서고 있다.

오늘의 목적지는 오산. 30km를 육박하는 거리다. 이날 행진에는 비전장로교회 성도들이 응원을 나왔다. 언론을 통해 안·민 장로의 소식을 접하고 인삼가루를 전하는 등 구간구간 격려하는 손길이 답지하고 일주에 동참하는 성도들도 끈이질 않고 있어 그들에게는 더 없는 힘이 된다. 그리고 부산구간부터는 박경남 장로(정신교회)가 그들의 행진에 동참하고 있다.
안 장로가 채비를 마치고 길을 나섰다. 꽃샘추위도 수그러들고 한낮에는 여름 더위를 방불케 하지만 아침바람은 얄밉도록 차가웠다. 마주오는 차에 신변의 위협을 받고 흩날리는 먼지를 뒤집어 쓰면서 그들은 묵묵히 걷기 시작했다.

지난 1월31일 서귀포 법환교회에서 출정예배를 드린 일행은 이렇게 묵묵히 걸어 광주, 전주, 순천, 창원 울산, 대구, 대전, 수원, 인천 등 월드컵이 열리는 전국 10개 도시와 전국 40여 개 도시를 거쳐 부활절연합예배가 열리는 월드컵상암경기장에 입성하는 것이다.
아침 4시30분에 기상해 하루 평균 30km를 걸었으며 오후 7시30분이면 잠자리에 들었다. 규칙적인 생활이 아니면 일정을 무사히 수행할 수가 없는 자명한 사실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하루하루는 일기로 마무리를 한다. 하루동안의 좋았던 기억, 나쁜 추억, 개선돼야 할 점 등을 생각해 일자렵로 그 사항을 정리하는 것이다.

국도 한켠을 말없이 걷는 이들의 뒷모습을 보면서 많은 생각들이 교차됐다. 젊은이들도 쉽지않은 국토종단을 두 노인이 왜 자청하고 나섰을까? 이 일주를 통해 얻는 것들은 무엇일까? 전국 일주를 제안했던 안 장로는 “전국을 다니며 하나님을 증거하고 흩어진 기독교인들의 마음을 모으겠다”는 생각이었다.
일선에서 물러나 (주)예일기업의 회장직을 맡고 있는 안 장로는 사장인 민경근 장로에게 이 뜻을 전했고 “부활의 기쁨을 나누고 발걸음이 닿는 곳마다 복음의 불길이 활활 타올랐으면 한다”는 바램으로 안 장로의 제안에 동의했다. 그러나 마음만으로 되는 것은 아니었다.

안 장로는 수시로 산행과 도보를 즐겨하며 하루 10시간 이상을 걸을 수 있는 체력이 있었고 민 장로 역시 산사람이란 별명을 얻을 정도로 단련된 체력이 근간이 되어주었다. 그리고 여기에 ‘의지’가 있었다. 육체적으로 불가능해 보이는 일이었지만 주님을 위해 이웃을 위해 하나의 목표를 가지고 걷는다면 가능하리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그것은 현실로 눈앞에 다가왔다.

이렇게 준비되고 의연한 마음으로 행보에 나선 그들에게 하나님은 그때 그때마다 관여하셨고 준비된 손길을 통해 도우셨다. 일치와 협력으로 복음사역에 앞장선 연합단체를 통해 비전을 품게 했고 대자연의 아름다움을 만끽하며 하나님의 위대함을 몸소 체험했다.
아쉬운 일도 있었다. 부활절연합준비위가 전국 일주의 뜻을 도와 전국적인 지원을 이끌겠다고는 했지만 홍보가 부족했던 탓인지 어떤 지역에서는 연합기관의 협조를 받지 못하는 경우도 왕왕 있었던 것. 또한 공장폐수와 부분별한 개발로 하천이 오염되고 산림이 훼손돼 하나님이 주신 아름다운 자연에 오점을 남긴 것 또한 아쉬었다.

일주가 거의 마무리되는 시점에서 일행은 아쉬운 마음이 앞선다. 남북이 분단된 현실 속에 일주행진을 서울에서 끝내야 하는 것. 그래서 빠른 시일 내에 잘라진 국토의 허리가 이어져 백두산까지 종단이 계속될 수 있기를 마음속으로 그들은 기도했다. 그리고 방문하는 도시마다 성도들에게 그마음을 전하며 통일의 그날을 꿈꾸기도 했다.
안용민·민경근 장로는 오늘도 ‘함께 걷자’는 마음으로 오직 한 길을 걷고 있다. 아름다운 복음의 소식을 전하기 전국 곳곳을 누비는 안 장로 일행의 사랑의 발걸음덕에 2002년 부활절은 보다 따뜻하고 사랑이 넘쳐날 것 같다.

안용민 장로가 전국 일주에 사용한 양말은 단 한 켤레뿐 내용인즉은 61일 간의 대장정이었기에 발에 무리를 덜어주기위해 매일매일 발과 양말에 비누칠을 해 신발과 마찰을 최소화했다는 것이다. 그래서 하루 일과를 마치고 샤워를 할 때면 비누를 흠뻑 머금은 양말이 최고의 샤워타월 역할을 했던 것이다. 힘든 일정 속에 즐거움을 전하기 위한 소박한 이야기 인 듯.

민경근 장로는 하동에서 진주구간을 걷던 중 한 눈에 들어온 노고단에서 천왕봉까지의 절경에 넋을 잃고 말았다. 민 장로는 “화창한 날씨 속에서도 좀처럼 볼 수 없는 절경을 하나님이 선물로 보여주셨다”며 전국을 돌며 하나님의 놀라운 창조의 섭리를 마음 껏 느낄 수 있었던 것이 인상적이었다는 것.

김광오기자(kimko@uc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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