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복음서(53) 수난 기사의 유사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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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복음서(53) 수난 기사의 유사성
  • 승인 2005.10.12 2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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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관복음 사이의 비교를 통해 발견할 수 있는 두가지 사실은, 첫째 예수님의 수난 이야기, 즉 그리스도의 죽음과 부활을 다룬 이야기가 단일 주제로 다른 이야기보다 그 분량이 상당히 크다는 점이고, 둘째 그 수난 이야기의 순서가 유사하다는 점이다.


첫째, 그리스도의 죽음과 부활 이야기가 다른 이야기들과 비교할 때 분량이 크다는 것은 기독교의 핵심이 이 사실에 달려있기 때문이다. 이 점은 사도 바울이 자신의 복음을 소개하면서 오히려 웅변적으로 제시하고 있다. “내가 받은 것을 먼저 너희에게 전하였노니 성경대로 그리스도께서 우리 죄를 위하여 죽으시고 장사 지낸 바 되었다가 성경대로 사흘 만에 다시 살아나사”(고전 15:3-4).


아울러 사도행전에 의하면 사도들의 설교의 핵심이 바로 나사렛 예수의 죽음과 부활이었다(베드로= 행 2:22-24, 3:13-15, 4:10-12, 바울= 행 13:27-30, 17:18 등). 그리고 사도 베드로 역시 그의 서신 서두에 그리스도의 죽음과 부활을 분명하게 선포하고 있으며(벧전 1:3), 히브리서 또한 이를 밝히 말하고 있다(히 13:12). 따라서 예수님의 죽음과 부활이 일차적으로 유대교와 차별화되는 기독교의 가장 근본적인 진리인 까닭에 수난 기사의 분량이 크다는 것은 지극히 당연한 사실인 것이다.


둘째, 수난 이야기의 순서(order)가 공관복음에서 유사하다는 것은 우선 복음서의 이야기들의 순서가 각기 다르다는 것을 전제로 한 것이다. 복음서는 역사적인 자료를 근거로 한 책이지만, 세 복음서에 등장하는 이야기들의 순서가 다 같은 것은 아니다. 일례를 들면, 첫번째 어부 제자들을 부르신 사건과 베드로의 장모를 고치신 사건의 경우, 마가복음과 마태복음과 달리 누가복음에서는 이 순서가 도치(倒置)되어 나타난다.


마가복음/제자 부르심= 1:16-20, 장모 치유= 1:29-31, 마태복음/제자 부르심= 4:18-22, 장모 치유= 8:14-17). 즉, 예수님이 먼저 베드로의 장모를 고치신 후에 밤이 맞도록 고기잡이를 끝낸 베드로와 그 동료 어부들을 만나 부르신 것이다(장모 치유= 눅 4:38-39, 제자 부르심= 5:1-11).


이 두 사건에서 발생한 순서의 변화는 공관복음에 기록된 많은 이야기에서 볼 수 있는 변화의 한 예에 불과하다. 이러한 변화가 발생한 것은 성령의 영감 아래 복음서 기자들이 주님의 행적과 교훈에 관한 전승을 배경 공동체의 상황과 수신인들을 고려해 각기 나름대로 해석했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복음서 사이에 발생되는 이러한 차이점을 바로 이해하기 위해서는 복음서 기자들이 어떤 의도와 목적(복음서 기자의 신학)으로 동일한 이야기를 다르게 해석하였는지를 주의 깊게 관찰해야만 할 것이다.


이처럼 순서의 차이가 많던 복음서의  구조가 수난 이야기에서부터는 거의 유사하게 전개되는 것을 보게 된다. 그리고 순서만 유사한 것이 아니라 서로 중복되는 이야기도 수난 기사 앞부분보다 훨씬 더 많음이 드러난다. 이것은 수난 이야기, 즉 주님의 죽음과 부활이 기독교의 핵심으로써 초대 교회에 가장 널리 알려짐으로 인하여 복음서 자료 중 가장 먼저 문자화되어 기록되었을 것이기 때문으로 이해된다.


/교수·천안대 기독신학대학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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