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복음서(49) 성전 정화와 병자 치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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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복음서(49) 성전 정화와 병자 치유
  • 승인 2005.10.12 2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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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태복음의 성전 정화사건에서 우리는 다른 복음서에서 볼 수 없는 짤막한 한 문장을 만나게 된다. “소경과 저는 자들이 성전에서 예수께 나아오매 고쳐주시니”(마 21:14). 앞 절에서는 맹렬한 분노로 거룩한 성전을 상행위 장소로 전락시켜 버린 자들에 대한 책망이 나오더니, 그 다음 절에서는 힘없고 나약한 병자들을 흔연히 고쳐주시는 사랑의 모습이 그려지고 있다.


먼저 주님의 분노에 대해 살펴보자. 이방인의 뜰에서는 두 종류의 상행위가 시행되었다. 하나는 환전(換錢)이고 또 하나는 제물로서 비둘기를 파는 것이었다. 환전이 필요한 이유는 성전세를 내기 위함인데, 모든 유대인들은 반 세겔씩 내야 하는데, 특별히 유월절 가까이에 납부해야 했다. 비둘기는 일종의 제물로 드려졌는데, 여인이 출산 후 결례를 위해(레 12:8, 15:14, 29, 눅 2:22-24), 그리고 문둥이가 그 병의 완쾌를 확인 받기 위해(레 14:22) 필요했다.


환전상(돈 바꾸는 자들)의 폭리를 살펴보면, 당시 하루 노동자의 품삯이 한 데나리온이라 할 경우, 환전 시 1/3 데나리온을 지불해야 하며, 환전 금액이 반 세겔(2.3 데나리온)이 넘을 경우에는 또 다른 1/3 데나리온을 지불해야 했다. 결국 하루 임금의 2/3를 환전 수수료로 지불해야 했다. 


다음으로 비둘기 장사를 보면, 물론 비둘기를 포함해 희생 제물용 동물들은 성전 밖에서도 구입할 수 있었다. 그런데 제사용 동물은 엄격한 심사를 거쳐 흠 없는 상태임이 확인돼야 하는데, 성전 밖에서 매입한 동물들은 이런 심사를 통과할 수 없었고, 따라서 순례자들은 울며 겨자 먹기로 성전 안에서 동물들을 사야 했다. 성전 안팎에서 가격이 같다면 별 문제가 없으련만, 비둘기 한 쌍의 가격이 성전 밖에서는 3.3 데나리온 하는데 반해, 성전 안에서는 무려 25 데나리온이나 됐다. 약 일곱 배 정도 비싸게 팔아먹었던 것이다.


제사용 동물들을 파는 가게를 ‘안나스 시장(Bazaars of Annas)’이라고 불렀는데, 이는 그 가게들이 대제사장 가문에 속한 것임을 보여주는 것이며(눅 3:2), 따라서 순례자들을 착취한 돈의 대부분은 대제사장 가문의 배를 채웠던 것이다(행 4:1). 이렇듯 성전에 하나님을 경배하러 온 순례자들의 돈을 강탈했기에 주님은 그들의 상을 뒤엎으시며 맹렬하게 화를 내셨던 것이다.


예수님은 여기서 예레미야의 글을 인용하여(렘 7:11) 성전을 자신들의 영리적 목적으로 이용하는 자들에 대해 진노하신다. 요컨대 주님의 분노는 이웃 형제들을 착취하는 이들, 특히 종교 혹은 신앙의 이름으로 이웃을 착취하는 자들을 향한 것이다. 이것은 또한 가난하고 힘이 없어 스스로를 지킬 수 없는 이들에 대한 변호이기도 하다.


주님이 성전에서 소경과 저는 자들을 고쳐주신 것은 바로 이런 맥락에서 이해된다. 주님은 남을 괴롭히고 착취하는 자들에 대해서는 맹렬하게 분노하셨지만, 병자와 같이 도움이 필요한 가난하고 나약한 이들에 대해 사랑의 동정을 베푸셨던 것이다. 악에 대한 분노와 약자에 대한 사랑, 이 두 가지는 하나님의 나라를 세워 가는데 꼭 필요한 방편이다.


 
/교수·천안대 기독신학대학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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