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복음서(48) 그리스도의 죽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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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복음서(48) 그리스도의 죽음
  • 승인 2005.10.12 2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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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전’이란 무엇인가? 잘 아는 대로, 성전은 제사장들이 제사 드리는 곳이다. 제사란 사람들이 지은 죄를 소나 양 같은 동물들에게 전가시킨 후 그 동물들을 죽임으로써 사람들의 죄를 용서받게 하는 것이며, 따라서 이런 죄 사함의 제사가 시행되는 성전은 곧 구원의 장소였다(히 9:11-22). 이런 까닭에 유대인들은 성전을 목숨처럼 중요시 여겼고, 따라서 훼파되었을 때마다 재건하기 위해 애썼다.


성전의 중요성은 유대교에서 세상을 지탱하는 세 개의 기둥(성전, 율법, 선행) 중 하나로서 성전을 포함하는 데서도 발견할 수 있다. 그런데 구원의 통로로서 이처럼 소중한 기도하는 집인 하나님의 성전이 사람들의 탐욕으로 말미암아 더럽혀진 까닭에 마침내 성전은 돌 하나도 돌 위에 남지 않을 정도로 철저하게 무너지게 될 것을 주님은 예언하셨다(마 24:2, cf. 마 23:38). 따라서 성전 청결 사건은 기도하는 하나님의 집으로서의 제 기능을 못하는 타락한 성전에 대한 심판으로서 주님의 메시야 됨의 또 다른 증거인 것이다.


신약성경에서 성전을 가리키는 단어는 두 가지다. 하나는 ‘히에론(hieron)’으로 보이는 건물로서의 성전을 말하고, 다른 하나는 ‘나오스(naos)’로 하나님의 법궤를 안치해 두는 장소인 지성소를 가리킨다. 성전은 크게 다섯 구역으로 나누어져있다. 맨 바깥에 이방인의 뜰(이방인이 이곳에서 벗어나 안으로 들어가게 되면 곧 죽음이었다), 그 다음이 미문(美門)으로 통하여 연결된 여인의 뜰, 그리고 그 다음이 ‘니가노르’라고 불리는 문과 연결된 유대인 성인 남자만이 들어갈 수 있는 이스라엘인의 뜰, 그리고 제사장들만이 들어갈 수 있는 제사장의 뜰, 그리고 그 안쪽에 하나님의 임재의 상징인 지성소. 특별히 지성소는 아무나 아무 때나 들어갈 수 없고, 오직 대제사장만이 일 년에 오직 한 번 대속죄일 때 들어갈 수 있다(히 9:7). 그토록 거룩한 곳이기에 휘장으로 늘 가리워져 있었다.


그런데 주님이 십자가에서 죽으실 때 바로 이 지성소의 휘장이 위에서부터 아래로 찢겨졌다고 복음서는 한결같이 말한다(마 27:51). 이것은 주님의 죽으심으로 말미암아 성전 안에 존재하는 이러한 차별적 구분이 모두 사라짐으로서 누구든지 담대하게 지성소, 즉 하나님의 보좌 앞으로 나아갈 수 있게 되었음을 보여준다(히 4:16). 마 21장의 성전은 히에론이며, 그 배경은 이방인의 뜰로 보여진다.


죄사함의 장소로서의 성전은 이제 종교 지도자들의 부패와 타락으로 말미암아 더 이상 그 본래의 역할을 다하지 못하게 됐고, 그리하여 주님은 성전의 타락과 함께 구원의 길을 상실한 백성들에게 보이는 성전을 통한 일시적 구원이 아니라, 참 성전이신 그리스도를 통해 없어지지 않는 영원한 구원의 길을 제시하였다.


바로 이런 맥락에서 주님은 모든 인류를 위한 제물, 즉 희생양이 되셔서 십자가에서 죽음으로써 단 번에 온 인류의 죄를 사함 받게 함으로 말미암아 성전 본래의 역할과 기능을 회복하시면서, 마침내 죄와 사망에서 인류를 구원하셨던 것이다(히 9:26-28).


/교수·천안대 기독신학대학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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