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공동체와 신앙공동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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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비공동체와 신앙공동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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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07.12.05 17: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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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성돈교수<실천신학대학원대학교>


과거에는 생존에 필요한 것 이상의 물건을 소유하고 소비할 수 있는 것은 권력의 상징이었다. 모두가 먹고 살기에도 급급하던 시절에 장식품이나 상징물을 소유할 수 있다는 것 자체가 권력의 표시였다. 이러한 소유와 소비를 통한 권력의 모습 나타내기는 이후 유럽에서 ‘사치금지법’으로 나타났다. 권력자들은 낮은 계급의 사람들이 소비를 한다는 것 자체가 권력에 대한 도전이라고 이해를 했다. 그래서 실제적으로 특정한 물건은 평민들이 사용하지 못하도록 하였고 옷에 색깔도 계급과 신분에 의해서 구별하도록 하였다.


이것은 우리나라에서도 조선시대 때 비슷하게 나타났다. 예를 들어 왕의 친자와 친형제는 50칸, 대군은 20칸, 2품 이상은 40칸, 3품 이하는 30칸, 서인은 10칸을 못 넘도록 집의 크기를 규정했던 것이다. 이외에도 관직의 높이에 따라 옷의 색깔도 정하여 입도록 하였다. 이에 따르면 평민들은 색깔을 입히지 못한 흰옷만을 입도록 하였으니 백의민족의 환상은 계급의 소산이었던 것이다. 그러나 산업화 이후 대량생산이 이루어지고 물건들이 풍부해 지면서 이러한 계급에 의한 소비는 무너지고 만다. 쉽게 말해서 소비의 민주주의가 이루어졌다는 것이다.


이러한 소비의 민주주의 덕분에 우리는 대형 마트에서 선택의 자유를 누리며 자신의 주머니가 허락하는 대로 물건들을 살 수 있게 되었다. 그런데 사람들은 이러한 평등의 민주주의를 선호하지 않는다. 어떻게든 자신의 높은 지위를 확인받고 싶어 한다. 그것이 바로 인간의 구별욕구이다. 재산이 많은 사람들은 그들의 높은 구매력으로 보통의 평민들이 살 수 없는 고가(高價)의 것들을 구매하여 차별하고 구별되고자하는 것이다.


그런데 문제는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구별되어진 자들이 평민들이라 부르는 보통의 사람들은 동조욕구가 있기 때문에 그렇게 구별되어진 상황을 거저 구경만 하고 있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들은 그 상층의 계층을 따라가고자 동조의 구매를 하게 된다. 이것이 계층의 상승욕구와 맞물려 과소비의 유행을 만들어 낸다고 한다. 아쉬운 것은 상층계급은 그들의 추격을 뿌리치고 또 다시 도망을 간다는 것이다. 사회는 발전하여 소비의 민주주의를 이루었는데 문제는 이러한 굴레가 우리를 또 다른 계급으로 구분하고 있는 것이다. 이제 이러한 구분은 신분에 의한 것이 아니라 경제력에 의한 것이 다를 뿐이다.


소비 사회는 결국 인간의 욕망에 터해 있다. 더 가지려 하고 더 소비하려하고, 그래서 다른 사람보다는 좀 더 나은 형편과 모양을 뽐내고자 하는 것들 말이다. 그런데 욕망의 끝은 아노미라고 하는 혼돈의 상태로 인간을 몰고 간다. 욕심과 욕망은 있는데 현실적으로 그것을 이루지 못할 때 인간의 아노미에 빠진다는 것이다.


유명한 사회학자인 뒤르켐은 바로 이러한 아노미가 자살의 가장 중요한 원인이라고 했고 그의 이론을 이어받은 머튼이라는 학자는 그러한 아노미가 범죄의 원인이라고도 했다. 뒤르켐은 이러한 욕망을 자제시킬 수 있는 것은 사회라는 공동체라고 하였고 좀 더 구체적으로 종교가 자제를 가르치는 최선의 학교라고 선언하고 있다.


오늘날 한국 사회가 자살률 세계 1위라고 하는 데는 이러한 아노미의 현상에 그 원인이 있다고 본다. 한국 사회는 바로 이러한 경제 중심주의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고 소비 중심의 사회가 되어 있는 것이다. 그러면 교회는 뒤르켐이 이야기하는 그러한 가능성을 제시하고 있는가. 아쉽지만 그렇지 못하고 있다. 교회도 이러한 경제 중심주의와 소비 중심의 사고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으니 이 사회에 희망이 될 수 있을지 의문이다. 뭔가 이 사회에 대안을 제시해야 할 텐데 무엇으로 감당할 수 있을지 걱정인 것이다.


한 해가 저물고 있다. 가장 많은 소비가 이루어지는 성탄절이 다가온 것이다. 예수 그리스도는 간 곳이 없고 상업주의만 난무하는 이 12월에 교회가 이 사회를 향하여 던질 복음이 무엇인가 고민해 보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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