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한 웃음으로 한 길을 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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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한 웃음으로 한 길을 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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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07.10.11 0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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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핵집목사<열림교회>

길이 있다면 그 길은 맨 처음 누군가가 첫 발을 내밀었다. 먼저 걸어간 길을 뒤를 이어 누군가가 또 걷고 걸어 많은 사람들이 다니면 나중에 편리한 길이 된다.

분단으로 살아가고 있는 우리 민족은 더불어 살아갈 길을 끊임없이 개척해 왔다.

그 길을 걸어가다 희생당한 사람도 있고 아픔을 경험한 사람도 있었다 그러나 멈추지 않았다.

남과 북이 함 몸으로 살아가야 한다고 절규하며 분단을 넘었던 아득한 김구 선생의 시절부터 문익환, 임수경으로 이어지는 발길에는 상처들이 생겨났다.

엊그제 분단 이후 처음으로 끊어진 육로의 길을 따라 남한의 대통령이 군사 분계선을 넘었다. 거기에는 그것을 제지하는 군인들이나 경찰들이 없었다. 격세지감을 느낀다.

먼저 그 길을 걸어가다가 다리에 피가 맺히고 고통을 당했던 분들의 공이리라.

이번 남한의 대통령이 군사분계선을 넘어 선 것은 매우 상징적인 의미가 있다.

아니 이미 군사분계선은 남과 북을 가로막고 있는 장벽으로서 효력을 상실했다.

어느 누구라 그 장벽을 넘는 모습을 보고 눈물을 흘리지 않았을까?

감동을 넘어 또 감동이다. 그러나 그러한 감동에 치우쳐 있을 때가 아니다.

평화와 번영의 길로 가는 길은 그냥 주어지지 않는다. 그 길을 향해 수많은 사람들이 손에 손을 맞잡고 나아갈 때 비로소 큰 길이 될 수 있다.

이번 남북의 정상들은 우리민족이 걸아가야 할 길을 양손을 굳게 잡고 제시했다.

이제 우리가 손잡고 그 길을 개척하고 걸어가야 할 때이다. 없던 길을 새롭게 만들어 간다는 것은 쉬운 일은 아니다.

힘들고 어렵고 험난한 과정들이 기다리고 있을 수 있다. 그러나 그 길은 멈출 수 없는 길이다.

이제 손에 손잡고 걸어가야 할 길에는 우리가 함께 치워야 할 걸림돌들이 있다.

하나는 아직도 남과 북을 적대관계로 보고 있는 냉전의식이다. 지난 날 우리민족은 전쟁으로 인한 아픔을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다. 한편에서는 평화를 부르짖고 있지만 이 아픔을 간직한 이들에게는 아직도 냉전의식이 가슴속 깊이 남아 있다. 이제 그 아픔을 어떻게 치유하고 극복해야 할일이 과제로 남아 있다. 이것은 남과 북이 공히 함께 가지고 있는 것이다.

다른 하나는 냉전 법령들이다. 이번 남북 합의에서는 제도적이고 법적인 것들을 고쳐가기로했다. 서로를 적으로 규정하고 극복의 대상으로 생각하는 냉전 법령들을 가지고 있는 한 새롭게 난 평화의 길로 함께 나아갈 수 없다.

우리자신을 옭아매고 있는 냉전벨트를 풀어 헤치고 새로운 미래가치를 향해 나아갈 용기를 가질 때 비로소 우리는 웃으며 평화의 길로 갈 수 있을 것이다.

이미 남과 북은 금강산에서 개성공단에서 더불어 살아가는 연습을 하고 있다. 분단의 역사에서 언제 그런 일이 있었던가? 남과 북이 서로 함께 밥을 먹고 함께 일하며 대화를 나눌 기회가 있었던가? 이제 남과 북은 한 길로 나아갈 새로운 미래가 열려 있다. 어느 한쪽이 먼저 앞서 먼저갈 수 없는 길이다. 함께 걸어가는 길은 속도가 중요한 것이 아니다. 목표가 중요하다. 목표만 같으면 좀 늦으면 어떤가? 좀 늦더라도 함께 도달할 목표가 있지 않던가?

이제 욕심 부리지 말자. 그리고 느리게 걷는 연습도 하자. 그러면서 상대방의 발을 먼저 들여다보고 상대방의 발에 속도를 맞추자. 쉬었다 가자하면 좀 쉬고 힘들어 하면 부추겨서라도 가는 길을 놓치지 말자.

고통과 아픔으로 가는 길이 아니라 환한 웃음으로 서로를 마주보며 걸어가는 길을 가자. 가는 발자국마다 평화의 씨를 뿌리자. 그 뿌려진 평화의 열매는 우리 민족만의 것이 아니라 우리를 둘러싸고 있는 동아시아 사람들이 함께 거둘 수 있게 하자. 나아가 온 세계가 우리가 걸어간 길을 바라보며 부러워하고 따라 올 수 있는 아름다운 길을 만들자. 우리가 걸어가는 길에 하나님께서 함께 하실 것이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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