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교개혁 특집 - 더 활개치는 물량주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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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교개혁 특집 - 더 활개치는 물량주의
  • 승인 2001.10.2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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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세 확장에만 관심… 개혁소신 갈수록 '위축'

종교개혁은 계속 돼야 할 교회의 과제이며 동시에 복음의 속성이다. 현재 한국교회는 개혁을 하고 있는가 아니면 개혁을 구상하고 있는가. 중세시대와 상황이 바뀐 현재 교회개혁은 무엇을 대상으로 삼아야 하는지 한스 윌리히 예거 박사(스위스 취리히대학교)의 지적을 전제로 알아본다. 종교개혁의 기본은 ‘복음에 맞게 교회를 맞추는 작업’이다. 다른 말로 사람의 마음에 드는 교회를 만드는 것이 아니라 복음의 틀에 맞는 교회로 바꾸는 것이다. 이런 맥락에서 기복신앙은 ‘인간의 욕망을 채우는 신앙적 행위’라고 할 수 있다.

중세교회의 부패는 인간의 욕망, 즉 교황을 포함한 중세교회 성직자들이 성경의 관점에서 교회를 치리하지 않고 오히려 자신들이 처한 위치에서 치리했기에 성경과 멀어졌다. 교회재정을 더 늘리려는 방법으로 여러 제목의 헌금을 설치했고 또 중세시대 부의 척도였던 토지를 교회가 소유, 이해관계를 함께 했던 영주들과 ‘통치자 시각’을 갖고 일반 서민들과 멀어지는 결과를 초래했다.

이것은 교회가 복음의 틀로부터 벗어날 때 이미 개혁이 시작됐음을 알려주는 대목이다. 오늘날 교회는 무엇을 개혁해야 하며 어떤 방향으로 나아갈 것인가. 목회자·신학자들 사이에서 많은 의견들이 개진되고 있지만 한가지 점에서만은 의견통일을 보이고 있다. 이른바 물량주의가 그것. ‘교세배가운동’‘총동원주간’‘교회건축준비위원회’‘넘치는 복을 주시옵소서’…. 근간에 많이 듣던 구호·기도소리들이다.

한국교회는 이같은 물량주의 흐름 속에서 ‘안정’을 추구하고 있다. 일부에서는 “교회가 다시 권위주의적인 형식을 받아들이고 있어 중세적 위험을 보이고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대형화된 교회는 필연적으로 권위주의 형식을 띠게 되고 목회자를 중심으로 수직적 조직을 갖는다는 것이 이들이 갖는 걱정이다. 중세시대 한창 역동적인 자리에 있던 시민계층이 시대변화 속에서 안정적인 자리를 갖게됨으로써 오히려 보수적 성향을 갖게되어 현대에 이르러서는 ‘개혁을 꺼리는 계층’이 됐다는 것이다.

한국기독교목회자협의회 상임총무 김원배목사는 “시민계층이 현재 두개로 분화되고 있는데 하나는 엘리트층이고 또 다른 하나는 소시민, 즉 일반 봉급자들이나 작은 업체를 운영하는 자영업자들이 그들”이라며 “현재 한국교회는 특출한 엘리트층을 중심으로 움직여 소시민층을 소외시킴으로써 교회 본연의 사역을 감당하는데 어려움을 보이고 있다”고 분석했다. 더 나아가 김목사는 “엘리트층은 신앙을 이데올로기와 융합시켜 교회 안에 독특한 권위주의를 양산하는 듯한 인상도 있다”고 밝혔다.

여하튼 교회 속에서 나타나는 갈등문제는 교회 밖의 문제가 교회 안으로 들어온 것뿐이다. 교회 밖의 문제를 교회가 치유하지 못한 채 그대로 교회 안으로 들여와 복음의 본질을 흐리고 있는 것이 큰 문제이다. 세상의 흐름에 교회가 편승, 안정적인 기반을 구축하려는 목회자·평신도들은 적어도 전통적인 개혁신앙과는 무관하다는 것이 개혁을 열망하는 사람들의 볼멘소리다. 물량주의는 따라서 ‘엘리트 시민층’이 갖는 기본 속성이 가시적으로 드러난 결과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하나님의 구원사역은 99마리 양보다 한 마리 길 잃은 양에 더 관심갖는 ‘체화된 신앙’에 바탕을 둔다.

최근 일부교단들이 교단통합을 했다가 다시 분열하고 또 다시 삼삼오오 짝을 이뤄 교단통합을 했다는 소식은 ‘물량주의에 휩싸인 교회들의 살아남기’이외에 다름 아니다. 목숨을 걸고 교황 앞에 섰던 루터의 개혁소신을 지닌 인물이 아쉬운 때다. 윤영호기자(yyho@uc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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