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끄럽습니다! 주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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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끄럽습니다! 주님
  • 운영자
  • 승인 2007.08.16 17: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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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인찬목사<의왕중앙교회>


올해는 화단에 상추와 고추, 토마토 그리고 호박과 양상추 그리고 오이를 심었습니다. 빈공간이 없도록 촘촘하게 지난해 심은 포도나무가 성장하는데 지장이 되지 않도록 배려하면서 화단을 남새밭으로 바꾸고서는 그곳에 여름 야채를 욕심껏 가득하게 심었습니다.


3층 베란다에 만든 1평반 만한 인공 화단이기 때문에 흙을 깊이 담아도 물이 곧 말라 자주 물을 주어야 하는 번거로움이 있지만 포도나무나 장미는 가뭄을 모르는 듯해서 그것도 감사할 일입니다.


제일먼저 남새밭을 빛내는 것은 상추였습니다. 일명 꽃상추라고 부르는 이 상추는 정말 쑥쑥 자랐습니다. 실로 옮겨 심은 지 일주일여 만에 아내는 제법 많은 양의 상추를 수확할 수 있었습니다. 정말 연하고 맛있는 상추가 식탁에 놓였습니다. 저는 아버지께 깊은 감사기도를 드렸습니다. 그 이후 2-3일에 한 번씩 우리가 농사지은(?) 상추가 식탁에 올라오는 기쁨을 맛보고 있습니다.


몇 주 전 수요일이었습니다. 비가 오는 을씨년스러운 날씨에 맞지 않게 아내의 경쾌한 소리가 저를 불러 세웠습니다. 베란다로 저를 불러내고 있는 아내는 즐거움이 가득했습니다. 가위를 들려주면서 오이의 첫 수확의 기쁨을 저에게 선물하고 싶다고 했습니다. 오이 다섯 그루에 크고 작은 많은 오이가 달렸는데, 그 중에서 20-25cm가량의 오이 하나씩을 딸 수 있게 되었는데, 그 수확의 즐거움을 저에게 돌리고 있는 것이었습니다. 기쁨으로 하나를 가위로 잘라 따고, 가위를 아내에게 주어 아내도 하나를 따게 했습니다. 저녁 식탁에는 그 싱싱하고 싱그러운 냄새를 그득히 않은 그리고 신기하기만 오이가 식탁에 올랐습니다. 식구들은 본격적으로 식사를 하기도 전에 오이를 다 먹어버렸습니다. 오늘 더 딸까? 하고 아내가 물어오는 오이가 두세 개가 더 있습니다.


지금 곧 우리가족에게 새로운 감사와 기쁨을 전해줄 고추와 양상추가 기다리고 있습니다. 고추는 주일이면 몇 개를 딸 수 있을 것 같고, 양상추는 속이 제법 단단하게 차고 있는 것을 느낄 수 있습니다. 흉보는 것은 아니지만 사실 토마토(방울토마토)는 나무는 제일 크고 튼튼합니다. 그런데 그 열매가 시원치 않습니다. 모르겠습니다. 나무가 실하고 좋으니까 나중에 많이 열릴지, 토마토를 세 그루 심었는데 지금은 10여개나 바듯이 열린 것 같습니다. 하나님이 창조하신 이 땅위의 식물들은 어쩌면 그렇게 정직하고 진실하고 적극적인지 모르겠습니다. 화단에 심은 상추 고추 오이 토마토… 흙이 깊지 않고, 많지 않다고, 수분이 충분하지 않다고 짜증을 부리지 않습니다. 자기에게 주어진 생명채로서의 사명을 거부하지 않습니다. 심겨진 그곳이 어디이든지, 최선의 몫을 다하기 위해 실로 가상하도록 애쓰는 것이 너무도 귀하고 아름답습니다.


며칠 동안 집을 비워야 하는 일이 있었습니다. 며칠 만에 돌아와 보니 남새밭에 풀은 수북하게 자랐는데 오히려 남새거리는 시들어 잎사귀가 늘어져 있습니다. 걱정보다 물부터 주었습니다. 놀랍게도 자고난 새벽에 언제 그랬냐싶게 하늘을 향해 얼굴을 높이하고 자기들을 소홀이한 절 반갑게 맞이해 주었습니다. 오이가 잎이 크고 넝쿨이어서 그 아래의 상추나 고추에게 비치는 빛을 가로막습니다. 그러면 반항하거나 고집을 피우지 않고, 비스듬하게 빛을 따라 누어서 햇빛을 향하여 얼굴을 내밉니다. 그리고 성실하게 열매를 맺고, 잎을 키우고, 몸을 키워 몫을 다합니다.


남새밭의 즐거움을 주신 하나님께 감사드리는 저에게 화단의 심겨진 채소들을 통해 교훈하시고 또 상처 없이 회개를 가르쳐 주시는 주님 앞에 숙연해집니다. 주님은 즐거움 속에 교훈하시고, 은혜 중에 깨닫게 하시며, 나를 돌아보게 하시어 언제나 감동과 흥분을 일으킵니다.


주님을 우러릅니다. 주께 조용히 속내를 보여드립니다. 그리고선 부끄러움으로 얼굴이 아닌 가슴이 불거집니다. 언제나 상황 탓하고, 환경 탓하고, 남 탓만 하고… 내게 주신 사명의 날에 오직 주님 앞에서 상추 그리고 오이 고추 토마토처럼 그 무엇으로 인한 좌절이라도 주을 향한 삶의 일부분으로 내일을 만들고 싶습니다.  주님! 개으르고 태만하며 변명에 훈련된 제가 늘 감사하고, 감사에 적극적이고, 감사를 찾아 주님을 즐거워하길 원합니다.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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