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시대에 맞는 정치운동 패러다임 전환 시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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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시대에 맞는 정치운동 패러다임 전환 시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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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07.07.05 15: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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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선욱교수<숭실대 철학과>


한국의 기독교 시민운동의 경우를 살펴보면 기독교가 전래되어 의료 기술 등을 통해 사회적 활동을 하기도 했지만, 민중 계몽운동이 교회를 통해 이루어지고 또 항일 독립운동이 교회를 중심으로 이루어졌던 것은 교회가 정치적 차원에서 무관심할 수 없음을 현실적으로 자각하였기 때문이라고 말할 수 있다. 그런데 한국 교회가 신사참배를 강요받아 굴복한 뒤의 일제 강점기의 상황에서 정치적 차원과 신앙의 차원에 대한 분리가 강요되었으며, 이와 더불어 이러한 분리가 친일 세력에 의해 자발적인 검열과정을 통해 교회와 신학적으로 내면화되어갔던 것 같다. 해방 후의 기독교회는 메카시즘의 열풍과 더불어 반공의 정신을 교회 차원의 신학 속으로 내면화하였고, 이로 인해 교회가 마땅히 가져야 할 사회에 대한 책무 또한 스스로 견제하는 결과를 가져왔던 것 같다. 그래서 1950년말에 있었던 장로교회의 세계기독교협의회 가입과 관련된 극심한 내홍이 소위 에큐메니칼이냐 아니냐의 문제가 용공이냐 아니냐의 문제로 이해되고, 이러한 반공 이데올로기를 중심으로 한 사회참여에 대한 이분법적 구별은 오늘에 까지도 그 그림자를 교회 안에서 찾아볼 수 있게 된다.


이러한 운동은 명백히 사회운동을 표방한 것이지만, 이는 바로 정치적 반향을 불러일으키게 되고, 도시산업선교회, 즉 도산이 들어가면 회사가 도산한다든지, 도산은 용공이라는 생각이 소위 보수적인 교회 속으로 깊숙이 전파되기도 하였다. 이는 기독교의 선교활동이 정치적 의미를 자동적으로 가질 수밖에 없는 메커니즘을 보여주기도 하면서 동시에 당시 한국의 사회구조에서 정치적 차원이 어떻게 억압을 당해왔는지를 여실히 보여주는 예가된다.


오늘의 시대는 이처럼 개인주의와 탈교파주의, 그리고 이와 동시에 탈근대주의로 특징지을 수 있는데, 이 가운데 기독교 정치철학의 주제는 새롭게 자리매김 되어야 한다. 처음에 우리가 논의를 시작하였던 정치적인 것은 이러한 다양한 담론의 맥락을 관통할 수 있는 핵심 개념으로 기능할 수 있으리라고 생각한다. 서구의 기독교 문명이 더 이상 보편적인 문명으로 인정되지 않고 상대화되는 이 시점에서, 오히려 그러한 상대화의 적극적 수용이 세계 평화를 이룩하는데 도움이 된다는 통찰에서, 우리는 기독교 신학적 전통의 외부에 존재하는 정치철학적 사유의 결과를 보다 적극적으로 신학 내부로, 신앙 내부로, 그리고 교회정치의 내부로 도입하여야 한다고 본다.


더욱이 20년 전의 6월 항쟁 이후 한국 사회는 급속도로 민주화를 이루었고, 또한 그 이후 한국에서는 급속한 시민사회운동의 성장이 이루어졌다. 그리고 과거의 투쟁 중심의 민주화운동이 오늘에 더 이상 효력을 발휘할 수 없듯, 인권에 기울여졌던 기독교의 과거의 투쟁사는 새로운 패러다임을 모색하지 않을 수 없다. 복지를 중심으로 하는 기독교 사회운동도 지속적으로 이루어져야 하지만, 인간적 삶의 가치를 근본으로 추구하는 정치적 차원에 대한 교회의 관심도 또한 지속되어야 할 여러 이유가 있다. 비록 제도적인 민주주의는 이루어져 있지만 삶의 차원에서의 민주주의에는 아직 실현되어야 할 부분이 많이 있기 때문이다.


오늘의 기독교 정치실천운동은 시민사회운동의 형태를 할 수 밖에 없으며 기독교적 시민사회운동은 기독교적 가치를 삶 속에 구현하는 적극적 방식으로 이해될 수 있을 것이다. 시민사회의 시대라는 축복 속에 살고 있는 기독교인들은 이제 자신의 존재가 갖는 정치적 의미를 보다 진솔하게 고민하고, 주어진 역할을 제대로 감당할 때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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