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로부터 시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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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로부터 시작된다
  • 현승미
  • 승인 2007.04.26 15: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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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인찬목사<의왕중앙교회>


개혁이라는 말이 너무 신선하고 좋았다. 특별히 성경으로 세상을 개혁한다는 것은 생각만 해도 설렘이요 부풀어 오름이었다.


이십 수년전 목사가 되면서 조그만 눈으로 교회를 보았고, 교계를 보았으며, 내가 속한 교단을 보았다. 거룩한 성직을 향한 선망과 드려짐의 꿈은 진실로 꿈에 지나지 않음을 보았다. 그것도 소박한 꿈이었고, 어리석음을 자각하는데 많은 시간의 흐름이 필요하지 않았다. 그리고 역시 유치찬란하고, 소박한 그러나 가장 어리석은 결심을 했다.


한국교회를 아니 우리 교단을 개혁해서 한국교회를 살리는 단초를 꿰리라는 당찬 결심과 함께 무릎을 꿇고 ‘길을’구했다. 그리고 결심 끝에 그 한방편이 언론이라고 믿고, 오늘 날의  19세기 영국의 옥스퍼드소책자 운동(The Oxford Movement)같은 참 작은 것으로 시작하지만 오늘의 교회 강단과 성직자(목사)의 삶과 의식을 개혁하는 그러나 분명한 소리가 있는 강단 개혁을 목표 삼고 교단 언론의 한 귀퉁이를 붙잡았다.


당시 옥스퍼드 운동이 대부분의 성직자들이 합리주의적 경향으로 흐르고, 세속화되고, 영적으로 무능력한 데 대한 도전으로 전개 되었듯이, 목사가 진실로 목사가 되는 것이 복음을 회복하고 세속화를 막으며 합리주의가 아닌 성경주의가 가능하다고 믿었고, 한국교회를 살리고 우리교회를 살리고, 나를 살리는 길이라고 믿었다.


나는 그때나 지금이나 장로교회의 ‘하나님 절대주권사상’을 공부하였고 신봉하고 있다. 그러나 두려움으로 고백하건데 침을 튀기며, 핏대를 세우며 하나님의 절대주권사상을 말하고, 주장하지만 결코 내 삶을 움직이는 능력의 신앙은 아니다.


나는 내 가슴으로, 신학적 체계와 지식으로 철옹성처럼 무장했으나 내 삶속에서 하나님의 절대 주권적 삶의 흔적을 찾을 수가 없다. 단언하거니와 나의 주권적 삶을 사는 일에 주저하지 않았다. 놀라운 것은 신학과 주장은 하나님 절대주권을 말하고 생각하면서 나의 주권적 삶을 살아가는데 충돌이 일어나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기가 막히는 일이고 시인할 수 없는 괴리이다. 


잘못된 제도와 잘못된 습관들, 비도덕적인 행동들을 관찰하고 날카롭게 지적하고 비난한다. 비판과 지적이 무엇을 바꿀 수 있고, 변화시킬 것이라고 생각들을 한다. 원론적인 주장을 지치지 않고 계속하지만 생각한 만큼 세상을 변화하지 못한다는 사실을 금방 눈치 챘어야 했다.


비도덕인 문제나 그릇된 행동, 잘못들을 모르고 짓고 행하는 경우가 드물기 때문에 거의 치유책이 없다는 것을 조금 더 일찍 알았어야 했다는 것이다. 문제원인과 해결책을 나름대로 알고 있어도 고치지 못하는 것은 내가 죄악 가운데 잉태했기 때문인가.


사람들은 언제나 혁명을 꿈꾼다. 개혁을 앵무새처럼 노래한다. 개혁의 완성이란 신기루 일뿐 실제로는 없다. 해 아래 새것이 없으며, 오늘의 절대 개혁의 방편과 요구가 내일의 개혁의 대상이 될 뿐이다.


개혁은 새로운 기대와 꿈을 실현할 것으로 보이지만 개혁이 현장성을 가질 때 이미 개혁의 대상이 된다는 것을 논리로는 말해도 실감하지 못하면 개벽을 말하고 곧바로 수구자가 되어버린다. 슬프고 가슴 아픈 일이다. 시간 속에서 그 개혁의 정신은 퇴색되고, 부패가 기생할 수 있는 온갖 자양분을 공급하는 썩은 뿌리가 되는 것을 뒤늦게 목격하고는 슬퍼할 따름이다.


연속적 개혁과 효과적인 변화는 세상과 재도의 개혁이 아니라 나 자신의 내면적 개혁과 성경의 요구에 따른 자기 갱신으로 시작된다는 것을 나이 살이라도 먹은 뒤에야 겨우 실감하게 되었다.


세상을 변화시키겠다는 하룻강아지 같은 건방과 오만을 슬그머니 버린다. 세상을 향하여 항우처럼 소리 지를 수가 없다. 개혁은 세상이 아니라 나 자신이기 때문이다.


우리 한국교회의 변화와 개혁을 원한다면 시선을 밖으로, 남에게 돌리지 말고, 내 안을 살피고 자신부터 변화를 시도하고, 각질을 벗기는 아픔을 감내한다면 소리 없이 다가와 온천지를 봄 냄새로 채우고 소리 없이 겨울이 쫓겨 가는 것처럼 변화되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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