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스함은 햇빛만 갖고 있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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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스함은 햇빛만 갖고 있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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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06.05.24 17: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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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핵집목사<열림교회>

사람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던 화사한 꽃들은 어느새 사라지고 푸른 이파리들이 세상을 지배하고 있다. 꽃들은 한때를 지배하지만 푸른 이파리들은 가을까지 버티어낸다.

아니 사람들이 눈여겨보지 않는 나무 가지들은 이파리들이 사라진 다음에도 자신의 자리를 지킨다. 사람들이 거들떠보지 않는 땅속에 묻힌 뿌리들이야 나무가 찍혀 사라진다 해도 자신의 자리를 지키는 법이다.

화려한 것들은 순간이다. 못생긴 나무가 산을 지킨다는 말이 있듯이 이 세상을 지키는 것들은 어쩌면 화려함 뒤에 숨어 있는 못난 것들이다.

땅속 깊이 숨어 있지만 세상을 바라보는 눈들이 있다. 봄이 되면 어김없이 뿌리는 통해 물기를 공급해 생명의 싹을 틔운다. 바람이 불면 더 깊이 땅속으로 자신의 자리를 넓혀 가야하는 지혜도 가지고 있다. 세상을 따뜻하게 비추는 것은 햇빛만이 아니라는 신비한 경험을 했다.

몇 일 전 금강산 기도회에 다녀왔다. 금강산으로 가는 도로는 이제 포장되어 잘 정돈되어 있다. 출입국관리 사무소도 현대식 건물로 편리하게 지어졌다. 북쪽으로 이르는 도로 주변에는 농사일로 분주한 북쪽의 인민들로 채워져 있다. 식량난에 시달리는 그들로서는 한 톨의 식량을 더 얻기 위한 피나는 노력을 하고 있는 듯했다.

쌀 한 톨의 고마움을 느끼지 못하고 살아가는 우리는 이미 생명의 신비를 모르고 살아간다는 생각을 했다. 금강산이 있는 고성군에는 벌써 몇해 째 연탄 나눔운동본부에서 연탄을 제공하고 있다.

이번 금강산 방문에서 연탄을 나누는 과정도 보았다. 곳곳에 남쪽에서 보낸 것으로 추정되는 비료들이 들판에서 배분되는 모습도 보았다. 남쪽에서 지원한 비닐하우스에서 농사를 하는 것도 보았다. 이미 그곳에는 남과 북이 하나가 되어 가고 있고 분단은 저 멀리 사라지고 있었다.

남쪽에서 연탄을 공급해서 자신들의 생활이 좋아졌다고 기뻐했다. 이미 그 연탄 한 장으로 동포들의 마음은 따뜻하게 채워져 있는 것을 경험했다. 나무와 뿌리와 꽃을 구분해서 보는 사람들이 많다. 꽃이 필 때는 꽃의 화려함만 보며 기뻐한다. 꽃의 화사함 때문에 꽃만 보인다. 그 꽃을 지탱하고 있는 나무가 보이지 않고 뿌리는 생각조차 하지 않는다.

그러나 보이지 않는다고 서로 분리된 것은 아니다. 뗄레야 뗄 수 없는 관계로 질기게 연결되어 있다. 서로 연결된 고리를 끊는 순간 그 존재 자체는 위기를 맞이하고 파멸을 맞게된다.

분단이라는 용어를 생각해 보았다. 이것은 이념이 만들어 내고 힘을 가진 사람들이 만들어 논 허상에 불과하다.

이미 남과 북은 하나라는 생각을 지울 수 없었다. 햇빛을 통해서 모든 생명이 분출하듯 따스함은 햇빛에게만 있지 않았다. 진정한 따스함은 사람들의 마음속에 있었다. 더불어 살려는 마음속에 있었고 나누려는 마음속에 있었다.

남과 북으로 도로가 이어지고 철길이 이어지고 있지만 그보다 보이지 않는 마음과 마음이 이어지고 있었다. 마음과 마음이 이어지는 그 속에 햇빛보다 더 따스한 기운이 있었다. 이 따스한 기운이 이념으로 상처 난 자리를 치유하고 겹겹이 쳐져있는 철조망을 녹일 것이다.

우리의 마음에서 솟아나는 따스함으로 철조망이 녹아 없어지는 날 바로 그 자리에 한반도 평화의 싹이 움틀 것이다. 햇빛만 따스함을 가지고 있는 것이 아니라 햇빛보다 더 따스한 것이 우리의 마음속에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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