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주의 훈련부터 먼저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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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주의 훈련부터 먼저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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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06.05.18 16: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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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영설목사<문래동교회>

풀뿌리민주주의를 실현하자는 취지로 시작된 지방자치 단체장 및 의원을 선출하는 선거 계절이 돌아왔다. 선거에 출마하는 사람들은 모두 자신의 소신과 전문성을 살려 지역사회에 봉사하고자 선택한 길이라고 역설한다.

이번 지방선거는 고학력 전문직 종사자들이 경쟁적으로 출마를 준비하고 있다. 생활이 보장되는 전문 유급제 도입이 가장 큰 이유다. 이번 선거는 변호사, 세무사, 의사, 약사, 은행원, 공무원, 언론인, 교수 등 전문직 출신 기초의원이 대거 탄생할 전망이다.
1991년 지방자치제가 실시된 이후 시·군·구의회를 구성하는 기초의원은 끊임없이 자격 논란에 시달려왔고, 비리행위도 잇따랐다. 지금도 형편은 별로 나아진 것이 없다고 생각한다. 이 때문에 기초의회나 자치행정의 폐지론이 제기되기도 했다. 필자도 여전히 생각을 바꾸고 싶지 않을 만큼 아직도 지방자치제도에 대한 긍정적인 면을 발견하지 못했다. 그래서 지방자치제도를 잘 정착시켜 나가자는 취지에서 몇 가지를 지적하고 싶다.

첫째, 중앙당의 공천문제이다. 이번 선거부터는 지방선거의 후보자가 되기 위해서 중앙당의 공천을 받도록 제도를 바꾸었다. 이는 지방자치제라고 하지만 결국 중앙당의 정책과 입장을 대변하는 결과를 초래할 가능성이 높다. 결국 중앙당이 지방자치정책에 더 깊숙이 개입하게 되는 원인이 된다고 본다.

지방자치제도는 지역의 살림살이와 형편을 잘 아는 그 지역사람들이 스스로 꾸려가도록 하자는 취지에서 운영하는 제도가 되어야한다. 올바른 지방자치제도가 되려면 정당의 간섭을 받지 않도록 선거 제도를 운영해야 할 것이다.

둘째, 무분별한 각종 인허가 문제이다. 지방자치단체의 조세수입을 위해 무분별하게 인허가를 남발하는 경우가 너무 많다. 이 과정에서 각종 비리와 의혹이 발생하며 우리 사회의 불신을 초래했다. 무엇보다도 우리의 자연환경이 심하게 파괴 된다는 점을 지적하고 싶다.

지방자치제를 단순히 재정수입이 많아야 한다는 개념을 가지고 운영하려는 것이 결국 각종 인허가를 통해서 재원을 확보하려고 하는 듯하다. 그렇지 않아도 선거 때만 되면 각종 개발정책 공약으로 우리 강산이 파괴되어가고 있는 현실이다.

셋째, 선거와 관련된 비리문제이다. 중앙당의 공천을 받기 위해서 수억 원의 뇌물을 주는 사건들이 심심찮게 발생하고 있다. 최근에 물의가 일어난 것만 봐도 뇌물은 받는 의원부인은 공천을 위한 대가가 아니라고 주장한다.

반면 뇌물을 준 사람은 공천을 위해 준 뇌물이라고 주장한다. 참으로 웃지 못 할 일이다. 또 어떤 의원 부인은 공천을 위한 대가성 뇌물인 것을 알고 돌려주었다고 한다.

이런 씁쓸한 이야기들은 우리사회가 아직 민주주의원리가 무엇인지 잘 모르고 있다는 증거이다. 지방자치제를 실시하는 것보다 더 중요한 것은 민주시민의식을 갖도록 훈련하는 일이다. 우리 사회는 대화와 타협이 부재하다.

자신의 의지를 관철시키기 위해서 격렬한 구호를 앞세워 투쟁, 단결, 쟁취, 타도를 호소한다. 이는 생각하지 않고 사색하지 않는 국민성 때문이요, 민주시민의식이 발달하지 못한데 원인이 있다. 우리는 이해관계나 갈등을 해결하는데 있어서 대화와 협상보다 여전히 “목소리 큰사람이 이긴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다. 수직적 위계질서에 의해서 움직이는 우리 사회는 남의 이야기를 경청하지 못한다.

서구 민주주의 발상지라고 할 수 있는 고대 그리스 도시국가 폴리스(Polis)는 1만 명 정도였으며, 커야 3만 명 정도 되었다고 한다. 폴리스들은 서로 끊임없는 분립과 항쟁을 하였고 내부의 당파싸움도 심했다.

반면 올림픽경기를 통하여 문화교류를 하며 대화하고, 협상하면서 상대를 존중했다. 협상을 자신들에게 유리하도록 이끌어내기 위해서는 전략을 위한 사색이 필요했고, 상대의 입장을 존중하는 것은 매우 중요했다. 이런 삶의 습관들이 결국 서구민주주의를 발달하게 한 원인과 배경이 되었다.

우리 사회는 정책과 논리보다 감정에 호소하는 경우가 더 많다. 이를테면 삼보일배(三步一拜)와 단식은 이미 우리의 의지를 관철시키고 뜻을 알리는 중요한 수단과 방법으로 자리 잡았다. 이는 원칙에 의해 문제를 해결하기 보다는 인간관계에 의존하는 우리의 감정적 정서이다. 이번 선거는 먼저 민주주의를 훈련하여 성숙한 시민사회를 이룩하는 계기가 되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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