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치' 향해 한걸음 전진했지만 '깊은 상처' 남았다
상태바
'일치' 향해 한걸음 전진했지만 '깊은 상처' 남았다
  • 이현주
  • 승인 2006.04.19 15:05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부활절예배 결산] 대형화와 성공에만 치중...소외된 교회협만 '속앓이'

 

 
보수를 대변하는 한국기독교총연합회와 진보를 대변하는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가 사상 처음으로 만들어낸 ‘2006 부활절연합예배’는 대화와 양보를 통해 시각차를 좁히고 일치를 향해 한 걸음을 전진한 모범 사례로 평가된다.

특히 공동 설교문에 합의하고 남측의 진보-보수와 북한교회까지 하나된 공동 기도문을 발표한 것, 예배위원회를 조직하고 신학적 일치점을 찾기 위해 폭넓게 대화한 것 등 긍정적인 요소가 다분하다. 교회협의회도 “내용면에서는 만족스러운 예배였다”고 평가했고 한기총은 “많은 부분을 양보하며 행사를 성공적으로 치루 수 있게 도와준 교회협에 감사한다”는 인사를 전할 정도였다.

그러나 성공적인 행사 이면에는 ‘일치’보다 ‘성공’, ‘예배’보다 ‘사람’에 더 무게 중심을 둔 한기총의 실수가 고스란히 드러났다. 주관 단체인 한기총이 한부연 조직을 떨쳐내지 못한 채 전체 진행을 맡긴 것은 결국 행사 곳곳에서 합의가 깨지는 안타까운 결과를 초래했다.


예배를 마친 후 교회협 일치위원장 김광준신부는 “양측의 신뢰가 손상됐다. 이미 순서자 확정에서부터 삐그덕 거렸었는데 결국 예배 진행과정에서 합의도 지켜지지 않았다”며 불쾌감을 드러냈다.


일치보다 성공, 예배보다 사람이 우선?


지난해 12월 한기총과 교회협 일치위원들은 연석회의를 갖고 2006 부활절연합예배는 한기총이 주관과 사회를 맡고 설교자는 교회협이 내놓기로 합의했다. 물론 올 예배는 표면적으로 볼 때 이 틀을 유지했다. 하지만 그 과정에 우여곡절이 많았다.

문제는 한기총이 ‘김삼환’이라는 매력적인 카드를 버리지 못한데서 출발했다. 당초 양측 합의대로 한부연을 배제한 채 연합예배를 준비했어야 했지만 한기총은 한창영목사를 절기위원장으로 영입하고 한부연이 선임한 대회장 김삼환 카드를 받아들였다.

이 과정에서 김삼환목사는 임의로 조용기목사에게 설교를 부탁했고 교회협과의 논의 이전에 모든 기초 조직을 확정했다. 결국 한기총은 공동 주최라는 큰 틀 안에서 조직과 예배 형태, 신학적 일치점을 담아내야 했지만 ‘대회장 김삼환-설교자 조용기’라는 대형교회 조직을 큰 틀로 두고 그 안에 공동 예배를 끼워 맞추는 상황을 만들었다.

또 교회협의 묵인아래 한기총은 한부연측에 모든 진행을 맡기면서 일치의식에 중심을 두기보다 ‘이벤트에 대한 성공’과 ‘대형화에 대한 집착’을 우선시함으로써 이전과 다를 바 없는 ‘개혁 없는’ 부활절연합예배를 재현했다.


힘과 대형화 관행 그대로 답습


행사를 총 주관한 한기총에게 더 뭇매가 돌아가는 것은 지난 해 교단장협의회와 함께 개혁의 날을 세웠던 과거가 있기에 더욱 그러하다. 뾰족한 대안없이 행사를 한 달여 앞두고 개혁을 운운했던 교단장협은 공교회성이 없다는 비판 이면에 한부연 조직의 오랜 관행과 잘못된 관습에 철퇴를 가하고자 했었다.

그러나 올해 한기총과 교회협이 공동 주최한 부활절연합예배는 공교회성을 회복하고 신학적 일치점을 찾기 위해 노력했다는 긍정적인 평가에도 불구하고 ‘힘의 논리’와 ‘대형화 관행의 답습’이 고스란히 드러났다.

또 실제 이날 예배에서 합의와 달리 돌출적인 상황들이 발생하면서 일치정신이 사라진 예배라는 비난도 받고 있다.


교회협의회는 “공동 설교문을 내온 것은 북한인권문제와 같이 사회적으로 합의가 안도니 부분에 대해 다른 견해들이 돌출하는 것을 막기 위해서였지만 결국 이날 설교는 진보의 시각과는 다른 방향으로 전달됐다”며 아쉬워했다. 하지만 한기총은 이미 조용기목사에게 “자유롭게 설교할 것”을 주문한 상태였다.

교회협, 의도적으로 무시당했다?


또 교회협은 한기총에서 행사 전날까지 순서지를 공개하지 않았고 당일 상임대회장 인사말과 특송부분, 내빈 소개 담당자, 예배 후 특별 기도회 등이 약속과 달리 진행됐다고 주장했다.


더 큰 문제는 단상 및 내빈 석상에 순서를 맡은 교회협 인사의 자리조차 배정해 두지 않는 ‘의도적인 실수’를 저지르기도 했다. 심지어 내빈소개 시간에 교회협측 참석자에 대한 소개는 아예 생략해 버렸다. 일각에서는 이를 두고 “교회협을 동등한 예배 협력자로 생각하지 않았거나 행사에 물리적 도움을 준 대형 교회만을 인정하고 싶었던 것이 아니냐”는 곱지 않은 시선도 나오고 있다.


한기총과 교회협은 올 부활절연합예배에 대한 평가를 남겨두고 있다. 5월 초 열릴 평가를 마치면 그 자리에서 내년도 준비위원회를 구성할 예정었다. 올해 한부연이 개입되어 있었다면 내년에는 순수하게 한기총과 교회협의 예배로 치러질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현재로서는 내년 예배를 준비하는 것보다 미숙한 행사 진행으로 깨어진 신뢰를 어떻게 회복할 것인지가 우선 해결돼야 할 문제다.

교단장협이 마련한 한기총과 교회협의 일치 로드맵이 완성되기까지 넘어야할 산이 많다는 것을 다시금 확인한 부활절연합예배. 다만 수많은 시행착오를 거듭한 후에는 가장 바람직한 ‘하나의 연합체’ 또는 ‘연합예배’ 모델을 만들어 낼 수 있다는 단순한 진리를 거듭 확인한 시간이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