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 책이라뇨? 값진 보물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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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 책이라뇨? 값진 보물이죠!”
  • 현승미
  • 승인 2006.04.19 12:0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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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탐방- 국내유일의 ‘크리스천 중고서점’
▲ 70평 남짓 공간에 빽빽히 들어차있는 책들이지만, 출판사별 분야별로 세세하게 분류돼 있다.

“신학생들은 교재뿐만 아니라 신학서적 등 많은 책을 골고루 봐야 하잖아요. 그런데 물질적으로 많이 궁핍하기 때문에 책 한권 제대로 사보기가 어려워요. 제 남편목사님도 신학생 시절 돈이 없어서 헌책방을 많이 찾아다녔는데, 원하는 책을 찾기가 쉽지 않았대요.”


6년여 남짓 사당동 지하철 남성역 근처에서 ‘크리스천 중고서점(www.cubook.co.kr)’을 경영하고 있는 이성애사모는 가난한 목회자의 사모로써 남다른 사명감을 가지고 있다. 가난한 신학생들에게는 저렴한 가격에 필요한 책을 제공하면서 서점을 통해 얻은 수익금으로는 자비량으로 중국선교를 다니는 남편목사의 후원자 역할을 하는 것이다.


“일반목회를 하던 남편이 누적된 피로와 스트레스로 몸이 아파 더 이상 목회를 할 수 없게 되어 제가 생활전선에 뛰어들어야 했지요. 그때 남편의 신학생시절 아르바이트 경험과 후배 신학도들에게 좀 더 좋은 여건을 제공해주고 싶다는 바람을 담아 기독교서적만을 전문으로 취급하는 헌책방을 꾸리게 됐습니다.”


살고 있던 방을 빼고 전 재산을 털어 얻은 23.5평짜리 공간 한 편에 세 식구가 잘 수 있는 작은 공간을 마련하고 나머지 공간에 개인소장용 책 3천권을 채워 넣어 헌책방을 시작했다. 처음 하는 사업이라 걱정이 앞섰지만 인터넷을 통해 작게나마 광고를 하고 온가족이 기도로써 간구했다.


“다행히 광고와 입소문을 통해 손님이 모여들기 시작했어요. 처음에는 교재나 신학서적을 저렴하게 사려는 신학생들이 주로 찾아왔는데, 어느 날부터 책을 팔고자 하는 이들도 찾아오기 시작했어요. 경기침체로 인해 책을 사는 인구가 줄어서인지 급기야 서점 몇 군데를 인수하다시피 하기도 했지요.”


크리스천 중고서점에 모여드는 서적의 종류만큼이나 책을 파는 이들의 사연도 다양했다. 해외 선교지로 나가기 위해 가지고 있는 책을 처분해 얼마간의 여비를 충당하려는 가난한 선교사도 있다. 그런가 하면 남편목사 사후에 후배 목회자들에게 다시 값지게 쓰여지길 바라며 책을 내놓는 사모도 있다.


“목회하면서 전도 다닐 때는 한 번도 들어보지 못했는데, 중고서점을 하면서 고맙다는 말을 많이 들었어요. 형편상의 이유나 신학서적을 가지고 갈 수 없는 나라로 선교를 나가는 목회자들이 그나마 자신의 책이 후배들에게 쓰임 받는다는 데 위안을 얻는 것 같아요.”


언제든 전화 한통이면 대전, 대구, 해남까지 거리를 막론하고 직접 차를 몰고 나선다. 그렇게 들어온 책을 정리하는 것도 이성애 사모의 몫.


“직접 정리를 해둬야 나중에 손님이 요청하는 책들을 손쉽게 찾을 수 있어요. 책을 구입하러 오는 손님들을 위해 비교적 용이하게 분야별, 출판사별, 원서별로 구분을 해뒀지만, 아무래도 꽁꽁 숨어있는 책들은 제 손길이 닿아야만 찾을 수 있죠.”


2004년부터는 조금씩 인터넷으로도 판매를 시작해 2년여 만에 3천8백만 명의 인터넷 회원을 보유하게 됐다. 거리가 멀어 직접 찾아오지 못하는 지방손님들을 위해 시작한 것이 어느덧 소문이 나 미국, 중국, 뉴질랜드, 캐나다 등지에서 목회를 하는 한국인들에게 배편이나 인편을 통해 한 달에 두세 건씩 외국으로 입양 아닌 입양을 보내고 있다. 최근에는 선교사들이 필리핀, 인도 등에 학교 세우는 사역을 본격적으로 시작해 4천여 권의 원서가 한꺼번에 빠져나가기도 했다.


넘쳐나는 책

▲ 직접 정리를 해둬야 손님이 요청하는 책들을 손쉽게 찾을 수 있다는 이성애 사모.
을 주체하지 못해 작년 7월, 70평 규모의 옆 건물로 이사를 했으나 여전히 바닥엔 책들로 한 가득이다. 다 헤아릴 수는 없지만 대략 3~4만권 정도. 운이 좋으면 캠벨몰간의 마가복음 강해, 국제성서주석이나 풀빛주석, 핸드릭슨 주석 등 이미 절판돼 구할 수 없는 귀한 책들을 발견할 수도 있다.


“바닥에 깔린 책들은 너무 바빠서 미처 정리하지 못한 책들이에요. 아무래도 직접 육안으로 확인하지 못하는 온라인은 비교적 새 책에 가까운 것들로만 올려놓기 때문에 보물찾기(?)를 하려면 직접 방문하는 게 좋아요.”


보통 판매가의 절반가격으로 판매하지만 온라인상에서 구매할 경우 배송료를 감안해 5%정도 더 비싸게 판매된다. 대신 온라인으로 구매할 경우 마일리지를 적립해준다. 중고서점인만큼 온라인상에 책의 상태와 내용을 상세히 확인시켜준다. 공지사항에는 회원의 정보를 목숨까지 걸고 지켜준다는 웃지못할 약속까지 해두었다. 그만큼 신뢰를 최우선으로 하고 있다. 책을 가지 고 갈 수 없는 나라로 선교를 나가는 젊은 선교사들을 위해서 오케이통독성경 등은 서점 한 편에 따로 CD나 테이프로 준비해뒀다. 할인점에서 신용카드는 물론 도서상품권이나 문화상품권도 받는다.


‘크리스찬 중고서점’이라고 써 붙인 소박한 이름만큼이나 사람도 정직하다. 정작 본인은 서점경영에 너무 바빠 한두 달에 책 한권 읽기도 빠듯하다는 이성애 사모. 그야말로 진정 문서사역을 통해 하나님의 일꾼을 키워내는 중요한 전도자임을 확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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