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촌교회, 목장교회예배 어떻게 볼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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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촌교회, 목장교회예배 어떻게 볼 것인가?
  • 송영락
  • 승인 2006.04.12 14: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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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난 박해 대비", "교회는 건물이 아니다"

4월 9일 11:30분 종려주일. 수만명의 성도들이 찬양과 기도로 예배를 드렸던 지구촌교회(이동원목사)본당은 굳게 닫혀 있었다. 인기척이 사라진 본당에는 “오늘은 여러분의 목장교회가 예배당입니다”라는 광고문만이 붙어 있었다.

 

지구촌교회가 지난해 이어 올해 종려주일예배를 셀그룹인 ‘목장교회’에 흩어져 대예배로 드렸다. 목장교회예배는 1천5백개의 목장이 참여하여 적게는 15명에서 많게는 20여명이 모인 열린예배로 진행됐다.

 

‘목장교회예배’는 환영, 찬송, 기도, 성경봉독 및 말씀, 삶의 나눔, 헌금, 기도, 찬송, 주기도문 순으로 진행됐다. 예배는 목장을 인도하는 ‘평신도목회자’인 목자가 진행했지만 말씀은 사전에 녹화된 이동원목사의 영상설교로 대신했다.

 

이처럼 대예배를 중요시하는 한국교회의 일반정서와 다른 파격적인 예배를 시도한 지구촌교회는 성도들에게 “교회는 건물이 아니다”란 것을 인식시켜 주기 위해 ‘목장교회예배’를 드리게 됐다고 밝혔다. 이번 목장예배를 기획한 조병민목사(지구촌교회 부목사)는 목장교회예배를 드리게 된 3가지 동기를 설명했다.


 1500여개 목장교회에서 15~20명의 소그룹으로 주일대예배 드려
 

첫째, 만약에 있을 수 있는 재난과 박해로 주일예배를 드릴 수 없을 경우를 대비한 예배라는 것. 셀교회밖에 대안이 없다는 사실을 알리기 위해서다. 예를 들어, 중국이 문화혁명을 일으키고 교회를 폐쇄하고 선교사를 쫓아낼 때, 중국교회는 망했다고 생각했었다. 그러나 가정교회로 생명을 이어간 중국교회는 현재 박해이전보다 엄청난 부흥을 경험하고 있다. 즉 지구촌교회는 말로만 셀교회가 아닌 세상 속에서 작은교회로 생존 가능한 완전한 교회를 갖추기 위해서 이번 예배를 기획했다고 밝혔다. 다시 말해서 셀교회가 교회의 역할을 대신하도록 하기 위한 훈련이었다는 설명이다.

 

둘째, ‘평신도목자=목회자’의 의식을 고취시키고 ‘목자’의 위치를 부각시키기 위해서다. ‘목자’가 주일예배를 인도하게 함으로써 ‘목자’의 역할과 위치의 중요성을 강조한 것이다. 또한 목자의 중요성을 재인식하게 하고 명실공이 평신도목자의 개념을 정착시키기 위해서다. 주중예배로는 목자의 중요성을 인식시키는데 한계가 있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즉, 주중예배를 인도하는 ‘목자’를 구역장과 비슷하게 인식하는 경향이 강하기 때문이다.

 

셋째, 목장에 참여하지 못하는 성도들에게 경각심을 심어주기 위해서다. 예배의 소비자로 단순히 교회의 서비스만을 즐기는 성도들에게 ‘목장’의 중요성을 강조하기 위해서다. 성도들이 소그룹공동체에 소속되어야 하겠다는 생각을 갖도록 하기 위해서다.

 
평신도 목회자인 목자 인도로 교제와 이동원목사의 영상설교 진행 

목장교회예베에 참석한 김은주 성도(지구촌교회)는 교회 인터넷을 통해 “지구촌 주일 예배의 적막감 속에서도 역동적이며 살아 있는 예배의 움직임을 감지할 수 있었다”고 평가했다. 또 민석기 성도(지구촌교회)도 “옛날 믿음의 선조들의 다락방예배 모습이 생각이 났다. 목장 식구들과 함께 먹고 마시며, 가슴 찡한 부모에 대한 사랑의 간증, 진정한 교회의 모습이었다”며 자랑했다.

 

이처럼 성도들이 목장교회예배에 대해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있는 가운데, 지구촌교회는 예배의식에 대한 전환, 셀교회에 대한 자신감, 평신도지도력 강화를 목적으로 ‘목장예배’를 기획했다고 밝혔다. 조병민목사(지구촌교회 부목사)는 “지구촌교회가 셀교회로 전환한 후 3년의 정착과정을 거쳤기 때문에 가능했다”며 “특별한 교회를 모델로 삼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현재까지 지구촌교회처럼 대형교회가 주일예배를 셀교회에서 드린 경우는 없다. 그러나 유사한 경우는 많다.

외국교회의 경우, 새들백교회(릭웨린목사)는 지난해 12월 25일 성탄예배를 교회에서 드리지 않고 가정예배로 드리도록 했다. 마찬가지로 윌로크릭 커뮤니티처치(빌하이벨스목사)도 지난해 성탄예배를 가정예배로 드렸다. 이처럼 미국의 복음주의 교회들은 특별한 경우, 대예배를 가정예배로 대치하여 드렸다.

 

국내교회도 이같은 현상을 보여주고 있다. 2003년 주5일제가 도입되면서 갈릴리교회(임명진목사)는 주일1부 예배를 금요일에 드리고 있다. 안산동산교회(김인중목사)는 수요예배를 지구별로 드리고 있다. 이처럼 예배 패러다임의 변화는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즉 셀=교회로 인식하는 많은 교회들은 앞으로 ‘가정교회’를 강조할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같은 시도는 주일성수를 중요하게 여기는 한국교회의 현실에서, 특히 장로교가 강한 한국교회의 정서를 감안할 때 파격적이다. 국제제자훈련원 김건주목사는 평가하기가 조심스러운 부분이라고 말했다. 회중교회를 강조하는 침례교의 특성과 지구촌교회의 위치를 감안할 경우, ‘목장예배’는 가능하지만 한국교회의 현실에서 ‘옳다 그르다’라고 평가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김덕수교수(백석대학교)도 “신학적으로 문제가 없다고 하더라도 한국교회의 일반정서를 감안 할 때 쉬운 문제가 아니다”며 “신학적으로 충분한 토론이 요구되는 민감한 문제”라고 평가했다.

 

가정교회를 이끌고 있는 방성기목사(이랜드 사목)도 “가정교회는 정도를 벗어나면 이단적인 구조를 가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그만큼 가정교회는 신학적으로 부족한 평신도가 인도함에 따라 인도자의 개인경험 강조, 주관적인 성경적용과 해석에 노출 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셀교회가 이뤄지기 전에 가정교회를 지향하는 것은 위험하다고 평가했다.

 

지구촌교회의 ‘목장교회예배’는 예배의 장소와 본질에 대한 충분한 토론을 요구하고 있어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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