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복음서(52) 왕실 혼인잔치 비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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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복음서(52) 왕실 혼인잔치 비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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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05.10.12 2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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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원 보편주의를 향한 선언
 ‘왕실 혼인 잔치의 비유’(마 22:1-14)는 그 앞에 기록된 ‘악한 포도원 농부의 비유’(마 21:33-46)와 함께 쌍(a pair)을 이루며, 유대 민족의 메시야 배척을 여실하게 드러내고 있다. 비록 장(章)으로 나누어져 있지만, 사실 하나의 메시지로 이해될 수 있는 부분이다. 악한 포도원 농부의 비유는 공관복음 모두에 포함되면서(막 12:1-12, 눅 20:9-19) 좀 더 무게있는 이야기가 되고 있는데, 마태는 여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가 유사한 종류의 비유 하나를 더함으로써 그 의미를 더욱 강조하고 있다.

이런 맥락에서 소개되는 ‘왕실 혼인잔치 비유’는 역사적으로 볼 때 일차적으로 유대인들의 배척과 이방인들의 영입을 암시하는 비유로 기능하고 있지만, 동시에 마태복음의 배경이 되는 공동체에게 전달되는 의미 또한 중요하다. 그것은 이 비유와 병행이 되는 누가복음의 ‘만찬의 비유’(눅 14:16-24)와 비교할 때 분명하게 드러난다.

누가복음의 ‘만찬의 비유’는 단순하게 주제가 되는 한 이야기, 즉 주인이 잔치를 베풀고 친구들을 초대하였으나 참석하겠다고 약속한 친구들이 잔치 당일에 모두 거절하게 되자, 주인이 화가 나서 종들을 보내어 길과 거리의 사람들을 아무나 데려오도록 명령했다는 내용을 전하고 있다. 그런데 마태복음의 비유는 여기에 또 다른 이야기가 추가되면서 이중적 의미를 갖게 된다. 즉, 잔치 참석을 알리러 보냈던 종들을 초대받은 객(客)들이 잡아 죽이자 이에 격분한 임금이 군대를 보내서 그 살인자들을 처단하고 그 동네를 불살랐다는 내용이 추가된 것이다(마 22:6-7). 물론 여기에 더하여 초대받은 손님들 중 예복을 갈아입지 않은 자들을 추방시켜 버리는 제3의 이야기도 빼놓을 수는 없을 것이다.

이런 차이점들을 고려할 때, 마태와 누가는 ‘유대인들의 배척과 이방인들의 영입’을 가리키는 이야기의 핵심을 담은 공동 전승을 참조하되, 마태는 그 배경 공동체의 사회적 상황 및 수신자들을 참작하여 또 다른 전승을 추가했을 것으로 보인다.

두 복음서 사이에서 발견되는 현저한 차이점 중 하나는 처음 초대받은 자들이 거절하자 그 대신 잔치에 참여하게 된 이들이 달리 묘사된 것이다. 누가복음에서는 ‘가난한 자들과 병신들과 소경들과 저는 자들’(눅 14:21)이 그 대신 잔치에 참여하게 됨으로써, 다분히 구제 및 자선을 부각시키는 사회적 성격이 드러나면서 ‘가난한 자들을 위한 복음’의 특징과 연결되고 있는 반면에, 마태복음에서는 ‘악한 자나 선한 자’(마 22:10)가 참여하게 됨으로써 유대 특수주의를 넘어선 구원(이방) 보편주의적 경향을 밝히 드러내고 있고(마 21:43), 동시에 윤리적인 성격도 담고 있다.

이것은 마태복음이 가난한 자들보다는 부요한 자들에 대해 긍정적으로 묘사하고 있는 것과 같은 맥락이다. 이런 측면은 누가복음의 평지 설교가 가난한 자들에 대한 복과 부자들에 대한 화를 함께 담고 있지만(눅 6:20-26), 마태복음의 산상설교에서는 부자들에 대한 저주없이 8복만을 선포하는 것에서 찾아볼 수 있다(마 5:3-12). 요컨대, 마태는 공동체의 부요한 자들을 책망하기보다는 격려를 통해 하나님 나라에 헌신할 것으로 권면하는 것으로 이해된다.


/교수·천안대 기독신학대학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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