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는 세상을 섬기기 위한 목적을 기억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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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회는 세상을 섬기기 위한 목적을 기억해야 한다”
  • 서헌제 교수 (한국교회법학회 회장)
  • 승인 2021.06.15 17: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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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교회 정관, 어떻게 만들까’ ④ 교회의 목적과 사업

정관 내 폭넓은 사업범위, 교회 섬김의 전통
교회의 목적사업 직접 사용해야 ‘면세 혜택’
판례, “운영비 일부 충당, 수양관 대여 가능”
서헌제 교수

제대로 된 정관을 마련하지 못해 분쟁과 갈등으로 어려움을 겪는 교회들이 적지 않다. 잘 정비된 정관만 있었더라면 충분히 막을 수 있는 교회 분쟁 때문에 불필요한 소송비용을 지출되고 교회 위상은 추락하고 있다. 무엇보다 성도들에게 깊은 상처를 남기게 된다.

본지는 교회 분쟁이 사회법 소송으로 비화되는 문제를 막기 위해 반드시 교회 정관이 필요하다는 데 공감하면서, 학자이자 목회자로서 오랫동안 교회법을 연구해온 서헌제 교수의 특별기고를 연재한다.

교회의 목적
교회 정관의 첫 부분에는 그 교회의 이름과 소속, 목적과 사업, 주권과 자유 등 교회의 정체성을 담은 총칙을 둔다. 그중에서도 교회의 목적에 대해서는 그다지 심각한 고려 없이 의례적으로 정하는 경향이 있다. 지상의 모든 교회는 “주는 그리스도시요 살아 계신 하나님의 아들” 이라는 베드로의 신앙고백 위에 세워지고, 따라서 교회의 목적은 성경에서 가르친 대로 정하면 무난하기 때문이다. 

대표적으로는 “본 교회는 예수 그리스도를 머리로 한 그의 몸 된 교회로서 정확무오한 신구약성경과 OO총회의 신앙 교리, 신조, 행정 원리에 따라 예배와 선교, 교육과 봉사, 그리고 성도의 교제를 목적으로 한다”는 식으로 포괄적이고 추상적으로 정한다. 

좀 더 상세하게는 “본 교회는 마태복음 0장 00절에 나타난 가르치고, 전파하며 치료하는, 예수 그리스도의 사역을 계승하여, 제자훈련의 국제화와 다음 세대를 위한 인재양성과 복음적 평화통일과 대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역할을 성실히 수행한다”라고 목적을 밝히는 정관도 있다.    
교회의 사업
교회의 목적을 선언한 다음에는 교회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교회가 하는 구체적인 사업을 열거한다. 가령 “본 교회는 제0조의 목적달성을 위하여 다음의 사업을 시행한다. 1. 전도, 교육, 구제, 선교, 교제(코이노니아)를 위한 사업 2. 사회복지사업  OO사업  OO사업 3. 기타 교회의 목적 달성을 위해 필요한 사업”이라는 식이다. 

교회의 사업 중에는 교육, 의료, 사회복지사업과 같은 사회봉사 활동이 눈에 뜨인다. 이는 한국교회가 선교 초기부터 교회 본연의 사명인 복음 전파 이외에도 병원을 짓고, 학교를 세우고 고아원과 양로원 등을 운영하여 국가의 손길이 미치지 못하는 사회의 소외되고 어려운 이웃을 품어 온 자랑스러운 역사에 기인하는 것이다. 이러한 전통에 따라 현재에도 사립학교의 50%, 사회복지사업의 70%, 병원의 20%가 기독교 계통으로서 교단 또는 개교회의 지원을 받고 있다. 

“전도와 선교 외에도 교육과 사회복지 등을 정관 안에 목적사업으로 담고 있는 것은 이웃을 품어온 한국교회의 자랑스러운 역사에서 기인한다.” 사진은 우리나라에서 두 번째 자생적으로 설립된 125년 역사의 백령도 중화동교회.
“전도와 선교 외에도 교육과 사회복지 등을 정관 안에 목적사업으로 담고 있는 것은 이웃을 품어온 한국교회의 자랑스러운 역사에서 기인한다.” 사진은 우리나라에서 두 번째 자생적으로 설립된 125년 역사의 백령도 중화동교회.

‘교회목적 사업’과 세금   
교회는 성경 말씀에 기초한 믿음공동체라는 측면과 함께 국가법이 적용되는 사회단체라는 양면성을 지니고 있음을 지적한 바 있다. 교회의 목적과 사업을 선언하는 총칙 조항도 마찬가지다. 교회의 목적을 정할 때 성경 말씀에 따르면서도 이것이 세법상 공익법인으로 간주되는 교회의 재산에 대한 세금과 관련이 있음을 잊어서는 안된다. 

지방세특례제한법에 따르면 “종교단체가 해당 사업에 사용하기 위해서 취득하는 부동산에 대하여는 취득세를 면제한다”라고 규정한다. 상속증여세법도 종교단체가 기부 받은 재산을 3년 이내에 그 고유목적사업에 사용하지 않으면 비과세 혜택을 박탈한다. 

이와 같이 교회재산이 면세혜택을 받으려면 그 재산이 교회의 ‘목적사업에 직접 사용’되는 재산이라야 한다. 종래 교회재산은 예배당과 같은 교회 건물이 전부였으나 교회의 규모가 커지고 재정상태가 좋아지면서 본당 이외에도 교육관, 사택, 주차장, 그리고 교회와는 멀리 떨어진 곳에 수양관 명목으로 많은 부동산을 보유하게 되면서 어느 범위까지가 비과세 대상인지 문제 되고 있다.

법원 판결에 나타난 몇 가지만 예를 들어보면, 교회 밖 80m 지점에 위치한 교회 주차장, 농어촌 출신 학생들에게 저렴한 비용으로 주거편의를 제공하고 신앙생활을 지원하는 학사관은 교회목적사업에 직접 사용되는 재산으로 비과세 혜택을 받았다. 

반면 교회 부목사용 사택은 비과세 혜택을 받지 못하였다. 그 이유인즉, 중대형교회에서 부목사는 꼭 있어야만 하지만 수시로 노회의 승낙을 받아 임시로 시무하는 지위에 있다면 교회의 종교 활동에 필요불가결한 중추적인 지위에 있다고는 할 수 없으므로, 부목사 사택은 교회의 목적사업에 직접 사용되는 재산이라고는 할 수 없다는 것이다.  

교회의 수익사업과 세금 
교회의 사업과 관련해서 또 한 가지 유념할 것은 교회는 수익사업을 해서는 안 된다는 점을 정관에 명기해야 한다는 것이다. 교회는 우리 구원을 위해 하늘의 모든 영광을 내놓으시고 이 땅에 오셔서 머리 둘 곳도 없이 가난해지신 주님을 본받아 희생하고 봉사하는 존재이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해서 카페나 수양관, 학사관 등 교회시설을 외부인에 유료로 개방하는 게 수익사업에 해당하는지가 종종 문제된다.   

대형교회인 M교회가 치악산 밑에 큰 규모의 수양관을 조성하고 본 교회 교인들이 이용하지 않는 시간대에 외부 단체에 이용료를 받고 빌려주었다가 수익사업으로 간주되어 거액의 취득세를 부과받게 되었다. M교회 측이 과세당국을 상대로 제기한 부과처분 취소소송에 대해 법원은 다음과 같이 판단하였다. 

“이 수양관을 이용하는 외부인들로부터 관리비 등의 명목으로 지급받는 돈이 실제 운영비에 크게 못 미치는 적은 액수이고, 이 수양관 운영비의 대부분은 자발적인 헌금이나 교회 본당의 지원금으로 충당되고 있는 점 등을 종합해 보면, 교회가 이 수양관을 그 고유의 사업인 선교사업을 위해 건립하였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다행히도 이 사건에서는 법원이 교회측은 손을 들어 주었지만 교회시설의 유료 대여에 대해서는 각별한 유의가 필요하다.

세상을 섬기는 교회
세금 부담 여부를 떠나 교회는 세상을 섬기기 위한 목적으로 세워진 성도의 단체임을 잊어서는 안 될 것이다. 교회가 지나치게 많은 재산을 보유하면서도 비과세혜택을 누리거나 거액의 헌금을 쌓아두고도 구제에 인색하다면, “세상을 이처럼 사랑하사 독생자를 주신” 하나님의 마음이 어떠하실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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