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교회 예배가 무너진다(2) 영상 예배, 그 편의의 허구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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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교회 예배가 무너진다(2) 영상 예배, 그 편의의 허구성
  • 승인 2004.06.2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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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의와 기술 의존성이 낳은 필요악”

‘영상 예배’. 그리 낯설지 않은 단어다. 그러나 예배학 등의 신학적 시각으로 접근할 경우 심각한 문제점을 드러내는 한국교회가 낳은 병폐 중 하나다. 인간적 편의와 기술 의존성이 낳은 예배학적 근거를 하나도 찾을 수 없는 필요악이다.

영상 예배는 빔프로젝트를 이용해 강단 뒷편에 설치된 스크린에 설교자의 모습은 물론이고 예배 순서에 따른 성시교독, 찬송가 가사, 성경구절, 설교와 관련된 각종 영상 자료 제공 등 예배와 관련된 최대한의 정보를 영상으로 제공하는 것을 말한다. 최첨단 영상 장비가 영상 예배를 가능하게 한 것이다. 예배와 관련된 모든 정보들이 스크린을 통해 제공되므로 성도들의 불필요한 움직임을 방지하고, 예배가 끝나는 시간까지 성도들을 예배에 집중하게 할 수 있다는 주장이다.

그러나 교회들이 앞다투어 도입하고 있는 영상 예배에는 허구성이 있으며, 심각한 신학적 문제점을 내포하고 있다고 신학자들은 지적한다. 서울신대 조기연교수는 “성도들은 화면이 지시하는 대로 따라 해야 하기 때문에 시선을 화면에 고정시켜야만 하고, 이럴 경우 실제로는 화면이 예배의 집례자가 되며 중심이 되는 폐해가 발생한다”고 말한다. 또한 “화면의 인물이 예배를 집례하는 것은 설교자와 성도들 사이에 인격적 접촉과 교감이 일어나지 못하게 하는 한계가 있어서, 성도들은 예배에서 감동적인 설교를 들을 수는 있지만 주님을 영접하는 경험을 할 수 없을 뿐 아니라 만남과 접촉에서 오는 생동감과 직접적인 긴장감도 기대하기 어렵다”는 심각성을 지적한다.

문제는 이 영상 예배가 개 교회 차원을 넘어 일부 대형 교회들의 지 교회에서 행해지는 영상 예배와 위성 예배에까지 그 위험성이 확산된다는 것. 그리고 이 예배가 교회의 일치를 깨는 형국으로까지 발전할 가능성이 있어 그 위험성이 농후하다는 지적이다.

김영재교수(합동신학대학원)는 “해당 교회의 목회자가 엄연히 있음에도 불구하고 예배에서 모 교회 목사의 설교를 화상을 통해 듣게 한다는 것은 설교자 자신을 교주로 만들 뿐 아니라, 설교와 목회를 별개의 것으로 이분화하며 교회로 하여금 예배답지 않은 예배를 드리게 만드는 비 전통적이며 불합리한 처사”라고 신랄하게 비판한다. 조기연교수 또한 “지성전 예배는 전파 송수신 기술을 이용한 중계 예배”라고 정의하고 “성만찬의 빵과 포도주로 가능한 교회의 일치를 무너뜨리는 위험 요인”이라고 지적한다.

그러나 이런 문제점에도 불구하고 영상 예배를 도입하고 있는 현장 교회들의 경우, “교인들 대부분이 영상 예배의 도입에 문제를 제기하지 않고 그 편의성으로 인해 환영하고 있다”며 그 가능성을 평가한다. 3년 전 교회를 신축하면서 영상 예배를 실시하고 있는 비전교회 김진호목사(49)는 “영상 예배를 도입한 이후 중·고·대·청년들의 예배 참석률이 증가하고 예배 또한 활기를 띠고 있다”고 상황을 전하고, “다양한 영상 자료의 확보를 통해 설교와 예배를 완성시키는 데 최대한 협조하고 있다. 앞으로 영상 예배를 더 적극적으로 활용해 불신자들을 위한 다양한 용도로도 활용할 것”이라며 영상 예배의 긍정적인 면을 부각시켰다.

그러나 영상 예배와 관련 최인식교수는 “적합하지 않은 그림 자료가 성경의 본래의 의미를 왜곡시키기 때문에 동영상이나 정지 화상을 보조 자료로 사용하고자 할 때는 사전에 충분한 신학적 검토를 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교인과 목회자들의 편의에서 출발한 영상 예배는 예배의 회복이라는 요구 앞에서 신령한 예배로 거듭나야 할 한국교회의 예배를 ‘신앙집회’로 격하시키는 우를 범하는 결과를 가져오고 말았다. 영상 예배가 한국교회의 예배를 불신자들을 교회로 끌어들이고 멀티미디어 시대를 호흡하기 위한 교회로 한 단계 없그레이드 시켰다는 긍정적인 평가 또한 없는 것은 아니지만 예배학을 무시한 무분별한 영상 예배의 도입은 목회자들의 예배에 대한 무지에서 비롯됐다고 교계는 입을 모은다.

대부분의 한국교회가 목회자에 의해 예배의 방식이 결정되는 점을 감안한다면 목회자의 예배에 대한 바른 이해와 개념 정립이 시급한 실정이다.

공종은기자(jekong@uc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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