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년특집] 2008년 교계 기상도 어떻게 바뀌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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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년특집] 2008년 교계 기상도 어떻게 바뀌나
  • 이현주
  • 승인 2008.01.03 1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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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정권 ‘성장기조’에 편승 새로운 부흥 꾀할 듯
▲ 지난해 대부흥 100주년을 보낸 기독교계는 회개가 부족했다는 지적에도 불구하고 올해 새정부의 정책적 지향점과 맞물려 성장기조를 유지할 것으로 전망된다.

 

교회 정치적 집착 가속화 우려... 진보권은 다시 ‘투쟁’ 결의

물량화가 교회 연합사업 좌우하며 기득권 확보 갈등도 예상


지난 12월 대선 이후 사회 각계에서는 새 정부 출범에 대한 기대감을 드러내고 있다. 역대 대통령 선거 중에서 가장 많은 선거법 위반자를 배출한 기독교계 역시 이명박 정부 출범이 교회에도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특히 참여정부 개혁대상에 교회가 포함되어 있어 지난 5년 간 ‘암흑기’를 보낸 보수교단과 일부 대형교회들은 새 정권이 교회를 파트너로 선택해주길 갈망하는 분위기가 팽배하다. 따라서 2008년은 이명박정부의 행보와 교회의 움직임이 그 맥을 같이 할 것으로 예상된다.


안정추구하며 ‘부흥’ 집착


오는 2월 출범할 이명박 정부의 기조는 ‘섬김의 리더십’으로 안정을 추구하고 있다. 참여정부가 개혁의 기치를 내건 것과 상반된다. 새해를 앞두고 이명박 당선자는 ‘시화연풍’(時和年豊)라는 사자성어를 공개했다. 화합과 안정 속에 풍요를 상징하고 있다.


교계도 이 같은 정책적 흐름을 기다렸다는 듯이 안정과 성장을 목표로 설정했다. 대부분 대형교회들이 다시 외적인 부흥을 갈망하며 교회표어를 ‘성장과 부흥’으로 조정하고 있다. 지난해 평양대부흥 100주년을 맞아 커다란 움직임을 기대했지만 정체현상에서 벗어나기는커녕 세간의 비난을 받아온 교계로서는 못 다 이룬 부흥의 꿈에 다시 도전하고 있는 것이다.


부흥에 대한 소망은 성도들의 삶이 안정적으로 변화될 것이라는 기대감에 근거한다. 기득권층부터 중하위층까지 이명박정부가 “잘 살게 해줄 것”이라는 막연한 소망을 안고 있는 상황에서 세밑 인수위원회가 발표한 생활비용 30% 인하 소식은 이러한 국민들의 기대를 충족시키고 있다. 결국 교회는 성도들의 살림살이가 나아지고 안정적인 가계운영이 가능해지면 더불어 교회성장이라는 ‘시너지효과’를 낼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교회의 이명박정부 ‘맹신’에 대해 주의를 요청하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한국복음주의협의회 대표회장 김명혁목사는 “교회가 급격한 성장을 이룬 때가 바로 박정희정권 때였고 이 때 당시 정부의 경제정책을 교회가 따라가면서 물량주의, 대형화라는 부작용이 나타났다”고 지적했다. 올해 교계가 정치, 경제문제에 정신을 쏟느라 교회의 본질적인 사역을 망각할 수 있다는 우려도 감추지 않았다.


또 김목사는 “부자를 전부 죄인으로 몰 수 없지만 타락의 전조가 나타나고 있음은 분명하다”며 “새 대통령 당선자에게 교회가 지혜를 주는 것이 아니라 안정과 성장 정책에 편승해 교회도 성장에만 몰두한다면 교회가 받은 상처와 부작용은 돌이키기 힘들 것”이라고 경고했다.


진보그룹 ‘시련의 계절’ 오나


새정부 출범에 대한 교계의 반응은 엇갈린다. 대선과정부터 도덕성 문제를 제기하며 이명박 장로후보의 사퇴를 요구했던 진보권은 다시 도래할 ‘탄압’에 대비하고 있다. 진보권으로서는 김대중정권에 이어 노무현정권까지 각종 개혁이 진행된 것에 고무된 상태였고 흡족하진 않아도 개혁이 멈추는 것은 막아야 한다는 입장을 견지해왔다.


또 지난해 노무현대통령이 2차 남북정상회담을 성사시키면서 대북지원과 교류가 활발한 것이 교회의 북한선교에도 ‘득’으로 작용했는데 새정부의 대북기조가 급격히 변화될 경우, 진보권이 그동안 그려놓은 계획들을 수정될 수도 있다는 우려가 확산되고 있다.


이 같은 분위기를 반영하듯 지난 12월 10일 한국기독교장로회가 주최한 평화의 밤 행사에서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수석부의장인 김상근목사는 “기장이 다시 춥고 배고파지며 매 맞을 시대가 온 것 같다”고 정국의 변화를 예상한 바 있다.


이어 27일 열린 에큐메니칼 송년의 밤에서도 원로인 박상증목사가 나와 “대선과정에서 상당히 많은 신음소리를 들었다. 하지만 분노와 비명을 외치기보다 오늘의 패배가 어디에 있는지 스스로 자인하고 국민 앞에 참회해야 할 때”라고 말하며 진보권 교계에 닥칠 변화에 대비할 것을 주문했다.


결국 진보권은 지난 10년 정체성을 잃고 시대에 안주했다는 비판을 떨어 버릴 기회를 다시 찾은 것으로 새정부에 대해 ‘비판적 입장’을 고수하며 투쟁의 수위를 높여 갈 것으로 예상된다.


연합운동 전망도 불투명


새해 연합운동이 어떻게 전개될 것인가를 전망하는 일도 쉽지 않다. 일단 한국기독교총연합회가 군소교단 후보를 대표회장에 당선시킴으로써 연합운동에도 변수가 예상된다. 새 대표회장에 선출된 엄신형목사가 교회 운영이나 개인적인 사상 측면에서 건실하게 활동해왔음에도 불구하고 그를 바라보는 시각은 편협하다.


교단을 옮겨 다닌 것과 부흥사 이미지가 강하게 남아 마이너스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여기에 이번 선거 공약을 발표하는 과정에서 “총회 전까지 10억 원을 입금하겠다”는 발언을 함으로써 “연합운동을 돈과 결부시켰다”는 지적도 받고 있다.


하지만 한기총이 사회적으로 명성을 얻은 이면에는 이와 같은 ‘물량공세’가 있었던 과거를 감안한다면 엄신형목사가 공약을 이행할 경우, 한기총은 어느 때보다 활발한 사업을 전개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길자연목사나 최성규목사, 박종순목사 등이 자신이 속한 대형교회 재정을 기반으로 막강한 자금력과 추진력을 과시했기 때문이다.

반면 지난해 대표회장으로 활동한 이용규목사의 경우, 금전적인 기여가 거의 없었고 한기총의 대외적인 활동도 위축되면서 내부에서는 “돈 있는 사람을 뽑아야 한다”는 이야기가 나돌았다.

취임 직후 바로 ‘레임덕’ 현상을 겪은 이용규목사는 이에 대한 타계책으로 조선그리스도교연맹을 대화 파트너로 북한까지 방문했지만 오히려 “북한교회의 실체를 인정하지 않은 한기총이 뜬금없이 웬 북한 방문이냐”는 지적을 받아야 했다.


다행히 여의도순복음교회 조용기목사 등 평소 대북관에 보수성을 견지해온 목회자 몇몇이 노선을 선회해 북한과 접촉을 시도하고 ‘평양 조용기심장병원’ 건립을 결정하는 과정에서 한국교회 보수권의 대북 시각이 한결 부드러워졌다는 평가에 편승할 수 있었다.


문제는 보수성향이 강한 엄신형목사가 애써 이용규목사의 대북관을 이어갈 것인가 하는 점과 연합사업에 합의점을 찾아가는 교회협과의 갈등없이 대화를 지속할 수 있을 것인가 하는 점은 좀 더 두고 보아야 할 일이다.


‘기득권’ 싸움으로 계속 될 듯


보다 밝은 전망을 내기 어려운 것은 연합사업 기관들도 마찬가지. 지난 1년간 삐걱대던 ‘21세기찬송가’의 경우, 오는 4월로 새롭게 발효되는 계약서를 이행할 것인지 여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하지만 찬송가공회는 2008년까지 1000만권의 찬송을 보급할 계획이어서 수익면에서 기여도가 약한 연합기관과의 약속을 끝까지 지켜낼 것이란 장밋빛 전망은 어렵다.


여기에 성경공회가 연말 9년간 작업해온 ‘바른성경’을 선보이면서 성서공회에 정면 도전장을 내밀어 성경을 둘러싼 갈등도 재연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이처럼 상당한 변화를 안고 시작하는 2008년 새해, BBK특검과 상반기 총선이 끝날 때까지는 교회 안에서도 정치적인 대립이 계속 될 전망이다. 하지만 ‘외형적 부흥’을 갈망하는 분위기 속에서도 지난해 못 다한 ‘회개’를 이어가야 한다는 목소리와 ‘섬김의 리더십’을 회복하는 것이 우선과제라는 공감대가 확산되고 있다.


경동교회 박종화목사는 “성도수의 증가가 아닌 진정한 그리스도인을 양성하고 하나되는 목회, 거룩한 목회, 섬김의 목회 등 교회 본질의 사명을 감당할 때 교회가 생존할 길을 찾아낼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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