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교․이념의 차이 넘어 인간 사랑해야
상태바
종교․이념의 차이 넘어 인간 사랑해야
  • 운영자
  • 승인 2005.05.11 12:04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석탄일에 대한 교회의 축하’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류장현 교수<한신대 겸임교수. 조직신학>


5월 15일은 석가모니 부처가 온 날로 모든 불자들에게 있어서 가장 성스럽고 경사스러운 날이다. 많은 교회들이 경축 메시지를 보내어 이 날을 불자들과 함께 축하한다. 그런데 일부 기독교인들은 이런 종교간의 화합과 대화를 위한 노력을 우상 숭배이며 종교다원주의적 태도라고 비난한다. 이런 닫힌 신앙은 믿음과 구원을 잘못 이해했기 때문이다.

그들은 ‘오직 예수 그리스도를 믿음으로 구원을 받는다’는 신앙고백에서 ‘오직’을 믿음과 연결시켜서 ‘행위에 반하여’로 해석하여 믿음과 행위를 분리시키며 믿음을 구원의 원인으로 이해한다. 그래서 그들은 행위 없는 인간의 믿음을 구원의 조건으로 강조하여 기독교 구원론을 왜곡할 뿐만 아니라 타종교에 대해서도 매우 배타적이다. ‘오직’은 믿음을 수식하는 말이 아니라 ‘율법에 반하여’로 이해해야 한다. 인간은 율법이 아니라 믿음으로 구원을 받는다는 의미이다(롬 3:27~28).

그러나 구원의 원인은 조건 없이 인간을 사랑하시는 하나님의 은혜이다. 즉 인간은 자신의 믿음이 아니라 하나님의 은혜로 구원을 받는다. 인간의 믿음은 단지 그 은혜를 받아들이는 통로일 뿐이다(롬 3:22).

또한 믿음은 어떤 교파의 신학과 교리에 대한 맹종이 아니라 하나님의 뜻을 실천하는 행위를 통해서 증명된다. 그것은 하나님과 이웃을 사랑하는 일이다(막 12:29~31). 하나님 사랑은 이웃 사랑으로 나타나야 한다(요1서 4:7~12). “너희가 여기 내 형제 중에 지극히 작은 자 하나에게 한 것이 곧 내게 한 것이니라”(마 25:40). 그것은 병든 사람, 가난한 사람, 억압당하는 사람을 사랑하는 것이다(마 10:8, 눅 4:18).

하나님을 사랑한다고 하면서 이웃을 사랑하지 않는 기독교인은 하나님의 자녀가 아니라 악마의 자녀이다(요1서 3:10). 이웃 사랑은 교회의 선교 사명이며(마 10:1~8) 마지막 심판의 기준이다(마 25:31~46). “나더러 주여 주여 하는 자마다 천국에 다 들어갈 것이 아니요 다만 하늘에 계신 내 아버지의 뜻대로 행하는 자라야 들어간다”(마 7:21).

이런 사랑으로 행하는 믿음은 인간을 종교적․사회적으로 구분하지 않는다. 종교의 울타리에 갇힌 사람은 인간을 이단과 정통으로 나누어 종교 갈등을 일으키며 사회의 울타리에 갇힌 사람은 인간을 물질, 학식, 권력, 이념의 눈으로 판단하여 인간을 분열시킨다. 그러나 예수는 종교와 사회의 울타리를 넘어서 인간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인다. 종교는 간음한 여인에게 돌을 던지지만 예수는 조건 없이 그 여인을 용서한다.

민족주의자들은 세리를 민족 반역자로 규탄하며 종교지도자들은 율법을 지키지 못하는 사람을 죄인으로 정죄하지만 예수는 세리와 죄인들의 친구로서 그들과 함께 먹고 마시기를 즐기는 사람이다(눅 7:34). 오히려 예수는 자신을 의롭다고 주장하는 율법학자와 바리새인의 위선을 책망하며(마 23:1~36) 종교적 제도에 얽매여 고통당하는 사람을 외면하는 거룩한 종교인을 비판한다(눅 10:25~37). 심지어 그는 종교와 율법이 인간을 억압하는 도구가 될 때 그 자체를 부정한다(막 2:27. 요 2:13~22). 그는 종교적 경건이 아니라 가난한 사람을 사랑하는 것이 구원을 받는 길이라고 말한다(막 10:17~22).

그러므로 기독교인은 종교, 교파, 교리, 이념의 차이를 넘어서 인간을 사랑해야 한다. 그리고 인간의 행복을 위하여 자신과 다른 종교적 신념을 가진 종교인들과 협력해야 한다. 길선주 목사는 고통당하는 민족과 민중을 구원하기 위하여 천도교인과 불교인과 함께 3․1 독립운동을 이끌었다. 이용도 목사는 모든 종교와 교파, 정치적․사회적 신념의 장벽을 넘어서 예수 사랑을 실천했다. 80년대에 기독교인, 천주교인, 불교인들은 민주화와 통일을 위하여 함께 투쟁했다.

누가 그들을 종교다원주의자이며 우상 숭배자라고 비난할 수 있는가? 탁발승에게 소금을 뿌리며 ‘사탄아 물러가라’고 외치는 시골 교회 권사님의 무지한 신앙, 불상의 목을 쇠톱으로 자르고 붉은 페인트로 십자가를 그리며 예수 승리라고 써놓는 광신적 신앙, 석가탄신일에 경축메시지를 보내는 것을 우상 숭배라고 정죄하는 편협한 신앙은 예수 그리스도를 믿는 신앙과는 전혀 무관한 종교적 맹신일 뿐이다.

참된 예수의 제자들은 마음 안에 있는 탐욕․분노․어리석음의 삼독을 제거하고(마 23:25~28), 대자대비의 정신(고전 13장)으로 가족, 사회, 국가의 갈등과 분열을 치유하며, 대승보살의 정신(롬 9:3)으로 고통당하는 이웃을 사랑하는 열린 신앙인이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