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년 만에 받은 첫 축도에 성도들 ‘눈시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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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년 만에 받은 첫 축도에 성도들 ‘눈시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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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05.05.06 14: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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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성에서 여성안수 받은 인천 남촌교회 이능자목사

 
지난 3일 주일, 인천의 남촌교회 예배 시간. 모든 예배 순서가 끝난 후 담임목사의 축도가 흘러나왔다.

 
이능자목사는 떨리는 목소리로 축도를 시작했다.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축복합니다.” 이목사의 축도에 성도들은 여느 때보다 큰 소리로 ‘아멘’을 화답했다.

14년 만에 처음 듣는 축복기도. 매번 주기도문으로 예배를 마쳤던 성도들은 담임목사에게 받은 축복이 특별한 듯 눈시울을 붉혔다.

기성총회가 지난해 여성 안수를 통과시키지 못했다면 불가능했을 일이 지금 이렇게 현실이 되어 있었던 것이다.

부교역자 10년. 개척 목회 14년의 남촌교회 이능자목사(60세. 기독교대한성결교회 인천지방회)는 “길고 긴 기다림이었지만 후회는 없었다”며 늦게나마 안수를 허락하신 하나님과 총회에 감사의 뜻을 전했다. 하나님의 명령만 믿고 교회를 개척하고 4명의 가족이 모여 예배를 드리면서 겪었던 아픔과 절망을 어찌 이루 다 말할 수 있을까.

인근 성도 한 명을 불러 새벽기도를 시작하면서 불어났던 교인은 “축복도 받을 수 없는 교회는 다니지 말라”는 이웃 교회들의 훼방으로 다시 원점으로 돌아왔고, 그렇게 텅 빈 교회를 채우기 위해 전혀 하나님을 몰랐던 불신성도만 전도하기 시작한 것이 60가정에 재정 1억원이 넘는 자립 교회로 성장하는 놀라운 결실을 낳았다.

이능자목사가 교회를 개척한 것은 지난 91년. 보건소장이었던 남편과 의사인 딸 등 비교적 유복한 가정을 꾸렸던 이목사는 허허벌판 남촌에 4층짜리 성전을 짓고 교회를 개척했다.

“하나님 저는 가정도 있고 아이들도 아직 돌보아야 합니다. 부 교역자로도 만족해요. 제발 저에게 개척의 사명은 주지 마세요.”

그녀의 간절한 기도도 소용없었다. 하나님의 계획은 완강했고 예비하신 길로 하나씩 준비를 마칠 때 쯤 4층 건물은 손실 없이 완공됐다. 딸들의 적극적인 지원으로 예배를 시작했다. 하지만 성도는 가족 외에 단 한 명도 없었다. 그녀가 부교역자로 섬기던 교회에서 몇 명 따라와 줄 법도 했지만 하나님은 절대로 기존 성도를 데려오지 말라고 했다. 새로운 씨앗을 뿌리라는 명령만 되풀이 하셨다.

평신도 시절부터 전도에 은사가 있었던 이능자목사는 아무런 두려움 없이 전도에 나섰고 새신자들만 모아 바른 신앙훈련을 시켰다. 이대로라면 금세 불어날 것 같은 교회도 어려움이 있었다.

남촌지역은 ‘집시 동네’로 불릴만큼 성도들의 이사가 많았다. 양육해놓은 성도들이 서울로 이사를 가고 성도수는 매번 제자리걸음을 거듭했다. 처음에는 이 일이 상처가 되었지만 이목사는 성도수보다 하나님의 상급이 더 크다며 마음을 다잡았다.

이후 이능자목사는 선교와 구제에 매진했다. 처음 교회를 개척하던 해, 이창용선교사를 필리핀에 파송했고 교회도 건립했다. 또 대전 성락원과 베다니마을을 후원하고 인도와 우르과이, 필리핀 등 세계 50개 국에 선교하고 있다. 지금도 노인 성도 15가정에 매달 쌀 한포대씩 지원하고 있으며 노인정을 찾아 식사를 대접하는 등 효행을 강조하고 있다.

처음, 선교에 반대하던 교인들도 이제는 이목사의 훈련에 따라 행함을 몸에 익힌 성도가 되었다. 은사보다 행함을 강조하는 성결교의 교리를 고스란히 전하고 있는 것이다.

“여 목사는 오히려 목회에 장점이 많아요. 성도들 대부분이 여성도이다 보니 부를 때면 바로 심방할 수 있고 그들의 가정사를 듣고 고민과 상처를 치유할 기회가 많이 생기죠. 이렇게 돈독한 인간관계로 형성된 관계는 쉽게 끊어지지 않아요. 또 가정의 중요성과 효도의 중요성도 강조합니다. 예수 그리스도가 십자가에서 마지막으로 어머니를 부탁했던 것처럼 가정이 중심이 되는 성도가 되라고 항상 이야기 하죠.”

어쩌면 이목사의 가정이 남들 보기에 화목하고 복된 가정이기에 가능한 일이다. 그러나 대부분 초신자들로 구성된 성도들은 목사의 가르침을 그대로 따르는 순박한 복음생활을 하고 있다.

14년 동안 전도사로 불리는 담임 교역자를 위해 성도들은 작은 장로교단으로 옮겨 안수를 받으라는 권면도 했다. 하지만 그는 성결교의 신앙을 굳건히 지켜왔다. 같은 지위에서 심방전도사, 교육전도사 한명 쓸 수 없어 본인이 주일학교까지 모두 관할했고 홀로 모든 일을 도맡아했다. 그러나 후회는 없다.

“성도들의 지지가 있었어요. 제가 전도사지만 흔들림 없이 신앙생활을 해준 그 분들 덕분에 지금의 제가 있겠죠.”

이능자목사는 5월1일 담임목사 취임식을 갖는다. 그리고 제일 먼저 심방전도사와 교육전도사를 쓸 계획이다. 교회사역의 부담을 조금 덜어내면 교단 내 미자립 교회 여교역자들을 후원할 예정이다.

“요즈음은 남녀를 떠나 10명이 개척하면 9명이 실패한다고 할만큼 목회가 어렵다고 합니다. 이런 상황에서 여교역자들이 여러 가지 어려움 속에서 목회자로 성공하기란 쉽지 않죠. 하지만 교단이 목사안수를 허락하신 일은 또 더 많은 양질의 여 목사가 나와야 한다는 기대가 어우러진 것이라고 봅니다. 실력과 인성, 그리고 능력을 갖춘 여 목회자를 지원하는 일에 남은 생을 바칠 계획입니다.”

지난 10일 예배까지 이능자목사는 두 번의 축도를 했다. 그 감격은 이루 말할 수가 없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감사한 것은 두 번 세 번 거듭해서 “목사님”을 부르는 성도들의 얼굴이다. “축도를 받은 그들의 얼굴에 생기가 느껴졌다”며 14년을 참아준 성도들에게 다시 한번 감사의 인사를 건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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