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족의 양심, 한국 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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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족의 양심, 한국 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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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05.04.04 2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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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병금 목사<강남교회>


요즘 한국 교회는 민족의 역사와 사회 앞에 책임있는 모습을 보이기 위해 애쓰고 있다. 그동안 크고 작은 문제로 인해 교회에 대한 사회의 인식이 부정적으로 나아가고 있는 이 때에 늦은 감이 없지는 않지만 그나마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교회는 제사장적, 예언자적 사명을 동시에 가지고 있다. 그런데 그동안 한국 교회는 우리 민족의 역사와 사회에 대해 예언자적인 기능보다는 제사장적 기능만을 강조해왔다는 자성이 목소리가 높다. 그러나 제사장으로서의 기능은 제대로 감당해왔는가도 반성해 보아야 한다. 제사장이라 하면 하나님과 백성의 중간에서 백성의 죄를 용서받게 하고, 하나님의 자녀로 살게 했어야 했다.

한국 교회는 선교 120년 만에 전 국민의 25%에 가까운 1천2백만 명의 신자를 가지게 됐다. 이것은 한국 교회의 기도운동과 구령열, 그리고 기독교 선배들의 민족의 역사와 함께 했던 데 힘입은 바 크다 할 것이다. 그러나 산업화와 함께 교회성장주의에 깊이 매몰되어 한국 교회는 백성들을 치유하고 지도하는 일조차도 강담하지 못하고 말았다.

근자에 와서는 이윤을 추구하는 것이 당연한 기업마저도 사회적 책임을 감당하지 못할 때, 그 사회에서 도태되는 것을 보게 된다. 기업의 생존을 위해서도 사회적 책임에 눈을 돌리지 않을 수 없게 된 것이다. 하물며 하나님 나라가 이 땅에 임하기를 기도하는 교회는 이 세상에 대해 깊은 책임감을 가져야 하는 것이다. 그런데 이 땅에 하나님의 뜻을 펴야 될 교회들이 자기 교회의 몸집 불리기에만 매몰되어 사회적 책임에 대해 눈감아 버린다면, 이것은 하나님에게도, 사람에게도 버림 받음을 자초하는 일인 것이다.

근자에 와서 한국 교회는 사회적 책임을 깊이 인식하며 영적인 대각성 운동을 벌여가고 있다. 이는 많은 교회들이 역사와 사회에 대한 책임은 멀리하고 영혼 구원에만 몰두해 온 것에 대한 자성의 움직임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문제는 이러한 운동이 일반 교인들과의 연계성 없이, 교회 지도자들을 중심으로 이루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우후죽순식으로 생겨나는 사회단체의 난립은 한국 교회가 사회적 책임감을 회복하고 있다는 긍정적인 면보다는, 기득권을 잃지 않고 자기 목소리를 관철하기 위해 집단적 대응을 하고 있다는 부정적 인식만을 확산시킬 뿐이다. 이보다 선행돼야 하는 것은 한국 교회 전체가 ‘하나님 앞에서’ 신앙적 양심을 회복하고 사회적 책임감을 통감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 말뿐인 회개가 아니라, 자신의 기득권을 모두 포기하는 철저한 회개가 뒤따라야 할 것은 물론이요, 한국 교회 전체가 하나님 나라의 첨병이라는 의식의 변화가 뒤따라야 할 것이다.
  

물론 교회는 영혼 구원을 그 핵심적 사명으로 알아야 할 것이다. 그러나 개인의 영혼은 역사와 사회의 문제를 떠나 생각할 수 없기에 교회는 자연스럽게 이 땅의 문제에 눈을 돌려야 하는 것이다. 예수 그리스도께서 성육신하셔서 이 땅에 오신 것 또한 인류를 구원하고, 이 세상을 하나님의 나라, 곧 정의와 평화가 넘치는 세상으로 만들기 위해서다. 그러므로 그리스도인들이 이 세상의 문제에 대해 깊은 관심과 책임의식을 갖는 것은 당연한 과제인 것이다.

3%의 염분이 바닷물을 썩지 않게 한다는 말이 있다. 이 사회를 건강하게 유지하는 것은 사회의 실력자가 아니라, 보이지 않는 곳에서 양심 세력으로 자리잡고 있는 소수자들 때문이다. 교회는 바로 그 역할을 감당해야 한다. 안타깝게도 지금의 교회는 그러한 모습과는 너무나 거리가 멀다. 하지만 우리에게는 아직도 이 민족의 양심의 보루로서 서야 하는 사명이 주어져 있다. 한국 교회는 이것을 자각하고 나서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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