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귀와 벼룩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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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귀와 벼룩이"
  • 송영락
  • 승인 2005.04.04 20:0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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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디오피아 염상섭 선교사
 이디오피아에 들어오고 난 후 느끼게 되는 생리적인 변화의 첫 번째는 아마도 방귀일 것입니다. 하루에도 수없이 방귀가 나와 소화기 계통에 이상이 있는 것이 아닌지 걱정이 될 정도입니다. 신임 선교사들 중에는 방귀 증상에 고민하다가 심각하게 물어오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방귀가 많이 나오는 이유에 대해서, 물론 먹는 음식에서 그 이유를 찾을 수 있겠지만, 또 다른 큰 이유는 고산지대에서 방귀가 심하다는 것입니다. 고산지대의 산소부족과 방귀의 그 역학관계를 잘 이해할 수는 없지만 아무튼 이디오피아에서는 방귀의 횟수가 빈번하다는 것이 사실입니다.

이디오피아에서는 대체로 남들 앞에서 방귀를 끼는 것은 큰 실례입니다. 10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이디오피아 사람들이 있는 곳에서 방귀 소리를 들어본 적이 거의 없을 정도 입니다. 소리 없이 교묘히 새어 나오게 하는 사람이 간혹 있는데, 이런 경우는 물증(냄새)은 있어도 모두다 시치미를 떼고 있으니 심증만을 가지고 누구인가를 추측할 뿐입니다.

반면에 아내나 저는 방귀를 참으면 대장암에 걸릴 확률이 높다는 정보를 들어 우리 둘 만 있을 때는 조금도 거리낌 없이 뀌어댑니다. 어느 때는 소리의 정도가 심해 상대방이 민망해질 정도입니다. 나이를 먹으면 창피를 모르게 된다는 말이 이면에서는 사실이라는 생각입니다. 특히 여자가 말이죠.

물론 이디오피아 사람들이 있을 때는 방귀의 돌출을 조심합니다. 꿈 참는다든지, 아니면 한쪽으로 가서 끼고 온다든지 합니다. 문제는 자신도 의식하지 못한 채 저절로 터져 나오는 놈이 문제입니다. 그런 경우는 시치미 딱 떼고 어느 한 사람을 지목합니다. 모든 사람들이 박장대소하는데, 이들 모두가 내가 끼고 시치미 떼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기 때문입니다.

굼즈 친구 알라무에게 벼룩이에 물려 간지러워서 참기가 힘들다고 하소연 한 적이 있습니다. 왜 이렇게 벼룩이가 많이 있는지 모르겠다고 푸념을 늘어놓았습니다. 그런데 이 친구가 하는 말이 가관입니다. 방귀를 끼면 벼룩이가 많아진다는 것입니다. 방귀가 변해 벼룩이가 된다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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