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의 개방 정책과 미디어 정책이 교회커뮤니케이션에 미친 영향(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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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개방 정책과 미디어 정책이 교회커뮤니케이션에 미친 영향(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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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05.03.30 15: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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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종교의 역사적 경험에서 1988년은 큰 분기점이 되고 있다. 각 종교마다 역사의 전환점이 될만한 사건들이 있었다. 먼저 1970년대 이래 가장 주목할만한 활동을 벌여왔던 기독교계를 보면 평양에 두 개의 교회가 서립되는 역사적인 사건을 맞게 된다.

 조선기독교도연맹은 1980년대 중반부터 교회 건립을 추진했던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이것은 신앙공동체의 필요에 의해서라기보다는 종교 외교적인 요인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1991년도에 방북한 한 목사는 이렇게 말한다. “외부와 계속 접촉하고 있었던 연맹측으로서는 끈질기게 교회 건립을 요청해 온 해외 한인들 때문에 교회 건립의 필요성을 느끼고 있었을 것입니다”(63세. 남성).

따라서 1988년에 평양에 건립된 봉수교회는 해외로부터의 요청과 방문자의 편의 때문에 정책적 차원에서 만들어진 것으로 보인다. 이와 관련 2002년도에 방북한 한 교계 인사는 다음과 같이 말한다.

“북한 정부에서 토지와 재료를 무상 공급하고 북한과 남한 및 해외 기독교인들이 건축비를 모아 교회를 건축한 것으로, 여기에는 그동안 북한에서 기독교인들, 특히 지도자들이 사회를 위해 기여해 온 긍정적인 역할이 작용하고 있었을 것입니다”(59세. 남성).

아무튼 북한 사회 전체가 외부의 영향을 받으며 변해가야 하는 속에서 외부와의 접촉이 가장 많았던 북한 교회는 가장 먼저 변화를 요구받고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북한 천주교에게도 1988년은 역사적인 시점이었다. 천주교인들은 1988년 6월 마침내 개신교 조직인 조선기독교도련맹과는 구별된 조선천주교인협회를 발족시켰다. 뿐만 아니라 10월 첫 일요일에는 평양에 건립된 장충성당에서 처음으로 예배를 드렸다.

전쟁 이후 북한에서 처음으로 드려진 공개된 천주교 의식이었다. 1988년은 기독교 이외의 종교들에게도 매우 의미있는 해였다. 우선 조선불교도련맹은 이해부터 부처님 오신 날, 성도절, 열반절 등 중요한 불교 절기를 공개적으로 매년 기념하기 시작했다. 한편 북한 언론은 보현사의 대장경 보존고에 보관 중인 팔만대장경이 1988년 5월에 번역 완료됐다고 발표하기도 했다.

중앙종교단체들은 모두 노동당이 통일선전부(약칭 통전부)에 의해 지도, 관리되고 있다. 통정부 요원들이 각 종교단체에 파견되어 근무하고 있다고 한다. 통전부는 조국평화통일위원회, 조국통일민주주의전선, 아태평화위원회, 해외동포원호위원회 등의 단체를 통해 해외 교포나 남한 내 민간단체를 대상으로 한 공개적인 통일전선을 총괄하고 있는 것이다. 따라서 교회 설립이나 공개적인 법회 개최 등의 일은 통일전선적 판단에 의해서 실행됐을 가능성이 농후하다.

결국 1988년이 북한 종교의 역사에서 전환점이 됐다는 것은 이때를 분기점으로 해서 북한 종교인들이 그동안 정착, 발전시켜온 사회주의적 종교가 서부 자본주의적 종교의 모습으로 변화하기 시작했다는 사실을 시사한다. 이 변화는 북한 당국의 주도 아래 중앙종교조직을 통해 이루어지고 있다.

이 시기 북한의 종교 경험에 가장 큰 영향을 끼친 사건은 문익환, 임수경 등의 방문이었다. 2002년도에 탈북한 한 주민은 당시 상황을 소상히 전했다.

“이들의 일거수 일투족은 텔레비전을 포함한 북한의 언론 매체를 통해 자세히 보도됐습니다”(42세. 남성).

그들이 봉수교회와 장충성당 등에 가서 예배드리거나 발언하는 장면도 그대로 텔레비전을 통해 방영됐다. 문익환, 임수경의 장충성당 방문 사실이 보도된 후 장충성당의 존재가 널리 알려지게 되고 지방에서 많은 신자들이 연락을 해오는 현상이 벌어졌다고 한다. 북한 언론의 관심은 문규현, 임수경 등이 남한으로 돌아간 후에도 계속되어 그들의 구속과 재판, 그에 대한 전 세계 종교인과 종교 단체의 반응을 보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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