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미수연(米壽宴)의 감회(感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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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미수연(米壽宴)의 감회(感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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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05.03.16 1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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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찬환 목사<천안대 교수>


나이가 나이인지라 목회의 연륜이 있다 보니 회갑이나 고희 같은 수연을 많이 집례 했다. 그러나 미수(米壽) 88세의 생신 설교는 처음이다. 거기다 100세 목사님의 축도, 총신 1기 동기의 식사 기도. 더욱 감회 깊은 것은 동갑네기 사모는 이북에서 수절하며 1남 3녀를 키워 지금까지 생존해 있다.

미수의 장본인은 이북에 있는 식구들과 자신의 사진을 합성한 액자를 옆에 있는 의자에 놓아두고 있었다. 그 모습에 마음이 숙연해지고 눈시울이 붉어졌다. 필자도 북쪽에 고향을 두고, 같은 총회장을 역임했던 동질감에서 훌륭한 원로 목사님과 계승자에 의한 평안한 목회를 보는 즐거움에서 남달랐다. 또한 대형 교회로 성장한 모습과 아직도 신학교를 책임지고 후배 양육에 열정을 다하는 모습은 필자를 보는 것 같아 더 감격스러웠다.

필자는 이번 설교를 딤후 4:5~8을 본문으로 ‘회고, 전망, 위탁’이라는 설교를 선포했다. 본문에는 바울이 순교를 6개월 앞두고 로마의 옥중에서 고독과 적막에 쌓여 있을 때 믿음의 아들 디모데에게 전하는 말이다. 바울 사도는 자기 생애를 회고하면서 선한 싸움을 다 싸우고 달려갈 길을 마치고 믿음을 지켰다고 했으니, 그는 다메섹 도상에서 주님을 만난 후 모든 것을 포기했다. 그의 삶의 가치와 표준, 정체성, 우선순위는 오직 하나님께 영광을 돌리는 일로 귀결됐다.

그리고 바울 사도의 미래에 대한 전망은 의의 면류관 상급이었다. 한 평생을 뒤돌아보고 스스로 고백한 승리자의 확신이다. 그의 삶은 오직 말씀과 성령이 주도하는 삶이었다. 그리고 하나님을 만난 후 검증된 자신의 목회철학을 모든 후배들에게 권면하고자 하는 열정에 몰두되어 있었다. 특히 믿음의 아들 디모데에게 자기의 목회철학을 계승시키고자 했다. 더 아름다운 것은 자기를 떠났던 마가를 데리고 오라는 정감에 감동된다.

필자는 또한 조국이 둘로 갈라진 비운의 한 시대를 맞아 어언 50여 년 성상을 수절하며 1남 3녀를 키운 사모와, 남쪽 땅에 와서 미국 유학까지 거쳐 총회장, 대 교회 담임목사, 대학 교수 등을 거치는 화려한 경력을 가지면서도 새 장가를 들지 않고 오늘까지 북쪽의 사모를 그리며 통일의 그날을 그렸던 미수연의 주인공에게 존경을 표한다. 그리고 100세 할아버지 원로 목사님의 축도를 보며 그들은 필자보다 더 거룩해 보였다.

미수연의 끝 노래는 88세의 주인공 목사가 영어로 부른 통일의 노래를 선창으로 다 같이 우리의 소원을 불렀다. 사진이 아닌 남북의 만남, 이산의 슬픔이 가시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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