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주민의 매체 접촉 상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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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주민의 매체 접촉 상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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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05.03.09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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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문화정책개발원이 발주해 통합문화연구소와 연변대학이 1980년 이후 북한에서 남한으로 온 탈북 귀순자 62명과 북한 거주 경험이 있는 연변 지역 조선족 252명 등 314명(20세 이상 70세 미만 성인 남녀)을 대상으로 실시한 ‘북한 주민의 문화 향수 조건과 실태’(조사 기간 1996년 7월29일~8월28일)에 의하면 평일 텔레비전 시청 시간은 1~2시간(43.9%)과 2~3시간(18.8%)이 가장 많고, 휴일에는 2~3시간(44.6%), 3~4시간(19.1%), 1~2시간(15.3%) 순으로 많았다.

주로 보는 TV 프로그램은 보도(39.9%), 영화(37.5%), 연속극(28.2%), 운동경기(24.0%), 교육 및 예술공연 프로그램(18.8%), 교예와 희극을 포함한 오락(16.4%), 정치교양 프로그램(15.5%) 등의 순이었다.

평일 라디오 청취 시간은 1~2시간(43.6%), 듣지 않는다는 응답(37.3%)이 높게 나타났고, 휴일에는 1~2시간(34.0%), 2~3시간(31.6%), 듣지 않는다(18.5%)의 순이었다.

선동 위주의 정치 선전 프로그램 편성 비율이 높음에도 불구하고 주로 듣는 라디오 프로그램은 음악, 가극 등 예술 프로그램(51.0%)이 가장 높은 비율을 차지했다. 다음으로는 보도(47.8%), 방송극(30.3%), 정치 교양 프로그램(12.3%)의 순이었다.

북한 주민이 주로 읽는 서적은 문학 예술 분야(40.1%)가 압도적으로 높은 비율을 차지하고 있으며, 다음으로 생활정보 분야(29.0%), 정치 교양 분야(22.9%), 직업관리 분야(18.5%), 취미 오락 분야(17.2%)의 순이었다.

한편 1996년도에 탈북한 한 여성은 다음과 같이 말했다.
“평양과 지방에 거주하는 주민들 간에 미디어 시청 여건은 매우 차이가 납니다. 평양 주민들만 볼 수 있는 만수대TV 채널의 경우, 자본주의 국가를 비롯한 외국의 영화들을 주로 방영하며, 프로그램도 다양합니다. 이러한 여건은 지방 주민들에게는 꿈같은 얘기입니다”(65세 여성).

북한은 1990년대 이후 평양 시민 등 일부를 제외한 대다수 주민들이 극도의 식량난에 허덕이는 극한 상황에서도 TV 시청 등 군중문화 향수정책을 지속적이고 광범위하게 전개해 왔다고 한다.

1989년도에 방북한 한 인사의 이야기를 들어보자.
“군중문화 향수정책은 주민들이 이를 어떻게 받아들이는가와 상관없이 북한 당국이 경제적 난관을 극복해 나가는 데 크게 도움이 된다고 보는 관점을 확고하게 유지하고 있기 때문에 가능한 것으로 생각하고 있습니다”(35세 여성).

북한은 고난의 시기가 본격화된 1996년 이래 ‘고난의 행군’, ‘사회주의 강행군’, ‘사회주의 붉은 기 진군’, ‘강성부흥전’ 등 고난을 극복하기 위한 각종 슬로건을 내걸고 사회운동을 전개해 나감에 있어서 문화예술의 힘을 적극 이용해왔다. 물론 주민들의 입장에서 볼 때 입에 풀칠할 것도 없는 상황에서 고난 극복과 경제 건설을 추동하기 위한 각종 캠페인성 문화 행사를 달갑게 생각할리 없다. 그러나 주민들이 선택할 수 있는 길은 달리 방도가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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