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둑이 놓아 둔 돈을 돌려준 선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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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둑이 놓아 둔 돈을 돌려준 선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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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05.03.02 09: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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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창 교수<천안대>


옛날 조선조 후기의 문신이며 공조판서를 지냈고 후일 헌종의 장인이 된 홍기섭은 젊어서 매우 가난했다.
하루는 홍기섭의 집에 도둑이 들어와 마루며 부엌이며 돌아다녀 보았지만 물건이라고는 부엌 부뚜막 위에 있는 솥밖에 없었다. 그래서 도둑은 솥 안에 손을 넣어 보았더니 언제 밥을 지어먹었는지 솥 안이 보송보송하였다. ‘아니 이다지도 가난한 집이 있단 말인가? 쯧쯧 재수 옴붙었군’하고 중얼거리다가 너무도 딱한 사정에 동정심이 생겨 자기가 가지고 있던 돈 닷 냥을 솥 안에 넣고 달아나 버렸다.

그러니 이튿날 아침 홍기섭의 부인이 솥을 열어 보고 깜짝 놀랐다. 들어있던 돈 닷 냥을 들고 남편에게 달려 간 부인은 “우리 집이 하도 가난하다 보니 하늘이 도와 주신 모양이에요. 우선 쌀과 나무를 사야겠어요”라고 하자, 홍기섭은 펄쩍 뛰면서 “그게 무슨 당치도 않은 말이오. 부당한 재물을 취하겠다니 말이나 되는 소리요?”라고 하였다. 그리고는 집 담벼락에다 ‘돈을 잃은 자가 있거든 찾아가시오’라고 방을 써 붙였다. 그러니 쌀 한 톨 없는 홍기섭의 식구들은 쫄쫄 굶었다.

한낮이 되어 전날 밤에 들렀다가 돈을 놓고 간 그 도둑이 궁금해서 이 집엘 와보니 이게 웬일인가? 돈을 찾아가라는 방을 써 붙인 것을 본 도둑은 뒤통수를 얻어맞은 느낌이었다. “주인 없는 돈을 찾아주려고 광고까지 하는 사람이 있는데 나는 남의 것을 훔치러 다니다니!”라고 중얼거리며 그 집 언덕에 올라가 무엇인가 한참 동안 골똘히 생각에 잠겨 있다가 홍기섭의 집 대문을 두드렸다.

도둑은 홍기섭을 만나서 이야기했다.
“소인이 이러이러해서 그러한 것이오니 조금도 개의치 마시고 그 돈을 받아 주십시오.”
그러나 홍기섭은 아무리 받으라고 해도 까닭 없이 남의 돈을 받을 수 없으며 부당한 돈이니 가지고 가라고 딱 잘라 거절하였다. 감동을 받은 도둑은 그 날부터 그릇된 삶을 청산하고 새 사람이 되었다.

그리고 도둑은 한 때 남의 물건을 훔치기는 했으나 반명(班名) 축에 드는지라 홍기섭에게 돈을 내고 글공부를 열심히 하여 초시에 합격을 하였으며,
홍기섭은 또한 도둑이 내는 돈으로 굶주린 배를 채우니 공부에 열중할 수 있어 얼마 안가 대과에 급제하여 벼슬길에 나아가 판서까지 되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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