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종수의 구약읽기(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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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종수의 구약읽기(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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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05.01.13 17: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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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세오경 - 다말의 한
 창세기 38장은 다말의 한 많은 생을 그리고 있다. 유다의 두 아들 엘과 오난이 죽자, 유다는 엘의 아내인 다말에게 “친정으로 돌아가 세 번째 아들인 셀라가 자랄 때까지 수절하고 기다리라”고 말한다(38:11).

고대 이스라엘에서는 형이 후손을 남기지 않고 죽으면 동생이 형수를 아내로 맞아 형의 후손을 이어가도록 하는 관습이 있었다(신 25:5~10).

‘삼국지 위지동이전’에 의하면 부여에도 형사취수법 제도가 있었다. ‘시형제 결혼법’(levirate law)이라고도 부르는 이 제도에 의해 엘이 죽자 다말은 남편의 동생 오난과 동침했으나, 형 엘에게 아들을 얻게 하지 않으려는 오난의 질외 사정으로 임신하지 못한다.

땅에다 설정함으로써 여호와의 목전에서 악을 행한 대가로 오난은 야훼의 벌을 받아 죽게 된다. 유다는 엘과 오난이 죽자 막내아들 셀라도 죽을까 봐 다말을 친정으로 보낸 것이다(창 38:11). 그리고 친정으로 돌아가라는 부당한 대우를 받은 다말은 묵묵히 유다의 말을 따른다.

다말은 자신을 아무런 대책 없이 친정으로 내몬 유다에게 항의할 구실을 찾고, 유다는 다말의 계획에 말려들어 간다. 자기가 사는 곳에 유다가 온다는 말을 듣고 다말은  과부의 옷을 벗고 성문 앞에서 창녀복을 하고 그를 유인한 것이다.

그 여인이 누구인지 확인도 하지 않은 채 다말의 요구에 순순히 응하는 유다의 모습은 측은하기까지 하다. 다말이 유다에게 화대를 요구하자 그는 화대 대신 당시 개인이 휴대했던 기본 장구인 도장과 끈, 지팡이 등 몇 가지 저당품을 맡긴다.

다말은 곧 임신하게 되고 유다는 이 사실을 전해 듣는다(창 38:12~23). 유다는 사람들에게 아이를 임신한 다말을 “불사르라”고 명한다(24절). 사건의 진상을 세밀하게 따져 보기도 전에 다말을 화형에 처하라고 명함으로써 유다는 그의 잔인함을 보여준다. 이 때의 유다의 모습은 이름 모르는 여인 앞에서 다급함을 감추지 못했던 이전의 모습과는 판이하게 다르다. 여기서 우리는 유다의 이중적인 면모를 보게 된다. 사적(私的)인 자리에서는 그렇게도 연약하면서, 대중 앞에서 위엄을 보이려는 지도자의 모습이 바로 그것이다.

유다의 아이를 임신한 다말을 불사르라는 유다의 말이 떨어지자마자 다말은 유다가 남긴 증거물을 제시하면서 유다의 잘못된 처사에 항의한다(25절).

간음하다 붙잡히면 목숨을 잃는다는 사실을 뻔히 알고 있었던 다말에게 어떻게 그런 용기가 생길 수 있을까? 다말은 생명을 걸고 자신의 권리를 주장한 과감한 여인이자, 주도면밀한 성품의 인물이었다.

다말의 항의에 직면한 유다는 결국 자신의 잘못을 시인하고, 다말이 자신보다 의롭다고 인정한다. 다말은 간음죄에서 풀려나고 쌍둥이 형제 베레스와 세라를 낳는다(창 38:27~30). 다윗의 조상이 된 베레스 덕분에 가나안 여인 다말이 다윗의 족보에 오르게 된다.

교수·강남대 구약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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