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종수의 구약읽기(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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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종수의 구약읽기(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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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05.01.13 17: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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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세오경 - 두 아내를 얻은 야곱


우리가 주목할 점은 야곱이 레아와 라헬을 모두 정식 부인으로 맞이했다는 점이다. 엄격한 일부일처 주의를 고수했던 우리나라에도 한 명 이상의 부인을 정식으로 두는 경우가 있었다.

고구려의 유리왕, 태무신왕, 중천왕이 이처(二妻)를 거느렸고 견훤의 아버지가 이처를 두었다. 그 후 고려 말에 와서 이처제가 국가적으로 공인되었으나 조선시대에 들어와서 차차 없어지기 시작했다.

이성계 역시 이처를 두었고 세조시대의 악덕 공신 홍윤성도 왕의 재가 하에 두 처를 두었다. 일제 강점기에는 이처제도가 있었으나 대개 일인들의 현지처를 두 번째 부인으로 부르기도 했다.

그런데 고대 바벨론의 함무라비 법전에 나타난 경우에 의하면 본 부인이 임신할 수 없을 경우에 한하여 첩을 둘 수 있었다. 아브라함 역시 하갈을 정식 부인이 아닌 첩으로 맞아들였다. 그러나 에서는 동등한 자격으로 여러 아내를 두었다(창 26:34; 28:9; 36:1~5).

이스라엘 역사 가운데서도 사사시대와 왕조시대에 여러 부인들을 아내로 맞아들인 경우가 허다하게 발견된다(삿 8:30; 신 21:15). 그렇다고 하더라도 이스라엘 사회의 기본 골격은 일부일처주의를 근간으로 하고 있다는 것이다. 레위기 18:18~19에 나타나는 기록 역시 두 자매와 동시에 결혼하는 것을 금하고 있다.

야곱은 라헬을 아내로 얻기 위해 14년을 열심히 일한 후에, 다시 6년 동안 라반의 집에서 일하게 된다(창 31:41). 야곱은 라반에게 품삯을 요구하게 되고, 그 결과 야곱이 기른 염소 중에 점이 있는 것과 아롱진 것이 야곱의 소유가 되기로 합의한다(창 30:32).

재산을 모으고자 하는 야곱의 집념은 다시 속임수로 나타난다. 양떼가 물을 먹을 때, 껍질 벗긴 가지에 무늬를 새겨 양떼에게 향하게 함으로써, 그것을 보고 물을 먹은 양떼가 모두 점이 있는 새끼를 배게 한다(창 30:37~39).

이 결과는 현대인이 생각하기에 믿어지지 않는 이야기이다. 나뭇가지에 있는 무늬를 보고 물을 먹은 양들이 점이 있는 새끼를 어떻게 낳을 수 있으며, 그것이 현실적으로 가능한 것일까? 그러나 고대인들은 이와 비슷한 종교적 행위에 익숙해져 있었다. 그렇게 해서라도 야곱은 자기가 일한 대가를 받아야 했다.

이로 인해 야곱은 큰 부자가 되고, 고향으로 향하게 된다(창 30:40~31:16). 야곱의 기나긴 인생 행로에서 우리는 그의 끈질긴 집념을 보게 되며, 그 집념이 현실화되고 정당화되는 과정을 보게 된다.

성경은 야곱의 속임수를 결코 찬양하지는 않지만, 하나님은 야곱과 같은 간교한 사람을 통해서도 이스라엘을 일으키신다는 역설적인 교훈을 주고자 한다. 성경 기자는 독자에게 야곱에 대한 일관된 이미지를 심어 주는 데 성공한다. 하지만 야곱의 성품과 그의 인생 여정에 대한 평가는 우리 신앙인들의 몫이다.


 

교수/강남대 구약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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