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둑의 개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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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둑의 개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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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05.01.13 15: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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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창 교수 / 천안대학교

옛날 어느 산골에 홀어머니를 모시고 어렵게 살아가는 총각이 있었다. 가난하다고는 하나 그 총각은 어머니를 정성껏 모시는 효자였고, 남이 어려운 일에 처하면 자기 몸도 돌보지 않고 열성껏 도와주기로 유명했다.

그러던 어느 날, 그 총각집안에 제삿날이 다가왔다. 내일 모레가 아버지의 제삿날이었다. 그러나 워낙 어려운 살림이라 제삿거리를 장만할 수가 없었다. 효자 총각의 딱한 사정이 알려지자 그 마을의 부자가 총각을 불렀다.

“내가 자네에게 송아지 한 마리를 줄 터이니 그것을 팔아 제삿거리를 마련하게. 그 대신 송아지 값만큼 내 집 일을 해주면 되네.”

생각지 않았던 도움을 받은 총각은 고마워하며 장으로 가 송아지를 판 돈으로 제삿거리를 사들였다. 송아지 값을 많이 받아 그래도 수중에는 묵직한 돈이 남아있었다. 집으로 돌아오자면 고개를 넘어야 하는데 해진 저녁에는 가끔 도둑이 나타나 장꾼들의 돈을 털곤 했다.

여러 사람이 떼를 지어 가면 탈이 없을텐데 어머니가 외롭게 기다릴 것을 생각하니 마음이 다급해져 총각은 혼자 고개에 올랐다. 예감이 이상했듯이 총각은 고개마루에서 도둑을 만났다.


“네 허리춤에서 쇳소리가 나는 걸 보니 돈냥 깨나 지닌 모양이구나. 냉큼 내놓아라.”

총각이 순순히 허리춤의 돈을 내주자 도둑은 이번에는 어깨에 둘러맨 제삿거리마저 내놓으라고 윽박질렀다.

“이건 제 아버님 제사를 지낼 물건입니다. 제발 이것만은...”

그러나 도둑은 막무가내로 내놓으라며 고함을 쳤다. 그때 마침 포졸들이 고개를 지나다가 그 광경을 보았다.

“거기 있는 사람들 뭐하는 거요?”

도둑은 하얗게 질리며 얼른 칼을 감추었다. 포졸 하나가 가까이 다가와서 물었다. “당신네들, 이 외진 고객마루에서 왜 싸우고 있는 거요?”

총각이 도둑을 가로막으며 대꾸했다.

“나리, 저희는 다투는 게 아닙니다. 제 아버님께서 살아계실 때 이 분에게 쌀 열 섬을 꾼 적이 있습니다. 그래서 제가 그때의 빚을 갚고자 하나 이 분은 옛날 일이니 그만 두자며 사양을 하고, 저는 꼭 받아주십사 하다 보니, 사정을 모르는 나리 같은 분들이 보기에는 다투는 것으로 여겼을 겁니다.”

“그래요? 참 기특한 사람이구먼.”

포졸 일행이 사라지자 도둑은 총각 앞에 무릎을 꿇으며 눈물을 흘렸다.

“제가 잘못했습니다. 이런 짓만 일삼는다고 아버님한테 꾸지람을 많이 듣고 따귀도 숱하게 맞았죠. 그러나 아무리 심한 꾸중을 들어도 저의 한번 비뚤어진 마음은 돌이켜지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오늘 댁의 인자한 보살핌에 감동되어 단단히 결심했습니다. 이 짓에서 완전히 손을 떼겠다고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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