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경진의 신약 읽기(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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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경진의 신약 읽기(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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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05.01.03 15: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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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복음서 - `수세 시 성령강림의 의미`

                                                                                   김경진교수/천안대 기독신학대학원

예수님의 세례는 공관복음에 모두 등장하는 사건으로, 흔히 삼중 전승(triple tradition)이라고 부른다(막 1:9~11; 마 3:13~17; 눅 3:21~22).

세 기사의 기본이 되는 마가복음은 짤막하게 사건의 뼈대만 제시된다. 그러나 누가복음은 세례 기사에서 요한이 제외돼 마가·마태복음과는 조금 다르게 기록된다. 즉, 주님이 세례 받을 당시 요한은 감옥에 갇혀 있는 것으로 되어 있는데, 이는 아마도 세례 요한과 주님의 사역 사이의 시대적 구분을 의도한 것으로 해석된다(눅 3:20; 16:16 참조). 그러나 여전히 마가복음처럼 사건의 뼈대만 간략하게 서술되어 있다.

마태복음은 앞의 두 복음서하고는 매우 다르게 나타난다. 그 차이는 주님과 세례 요한 사이의 대화의 기록에서 발견된다. 그리고 추가된 내용 가운데 마태가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 혹은 신학은 마태복음의 총 주제인 ‘더 나은 의(義)’와 연결되어 있다.

이렇게 복음서들 사이의 차이점에 유의하여 각 기자의 신학을 찾아가는 일은 중요한데, 이러한 차이점을 통해 복음서의 다양성을 바르게 이해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복음서 이해에 있어 다양성 못지않게 중요한 것이 바로 통일성이며, 세 혹은 네 복음서에서 공통적으로 반복되는 내용에 대한 바른 이해는 필수적이라 할 수 있다.

예수님의 세례 이야기에서 발견되는 통일성 가운데 하나는 바로 성령의 등장이다. 즉, 주님이 세례 받으시고 물에서 올라오실 때 성령이 주님 위에 강림했다는 사실이다. 물론 이전에 예수님이 잉태할 때도 성령이 등장했지만(마 1:20), 세례 이후 성령은 주님의 사역에 참여해 동역하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는데, 이 점이 특히 강조되는 곳은 누가복음이다(눅 4:1, 14, 18; 10:21).

비록 성령이라는 단어가 직접 나타나진 않지만, 예수님이 행하신 능력 혹은 권능은 결국 모두 성령과 결부된 것이다(마 11:20, 21, 22; 13:54, 58; 눅 4:14; 36; 5:17; 6:19; 8:46; 9:1; 10:13, 19; 19:37; 21:27). 그리고 예수님과 성령의 공동적 사역의 시작이 바로 세례 사건인 것이고, 따라서 이 사건은 그만큼 중요한 것이다.

어떤 이들은 예수님의 수세(受洗) 시 성령의 등장을 모든 그리스도인들의 신앙적 경험을 위한 원형(原型)으로 이해하기도 한다. 즉, 예수님의 수세 시 성령이 강림한 것을 근거로 믿는 자(believer)들은 성령이 임할 때 비로소 온전한 그리스도인(christian)이 된다고 말하면서, 성령과 중생을 연계시켜 이해하는 것이다. 그리하여 사도 바울은 “누구든지 그리스도의 영이 없으면 그리스도의 사람이 아니라”(롬 8:9)고 선언하였으리라.

그러나 이런 사실과 함께 중요한 것은 성령을 통하여 나타난 능력과 권능에 대한 이해이다. 주님은 성령의 권능을 힘입어 사역하였고, 이런 까닭에 승천하시면서 제자들에게 “오직 성령이 너희에게 임하면 너희가 권능을 받고…”(행 1:8)라고 말씀하였던 것이다. 그러므로 오늘날 우리들에게도 이런 성령의 권능은 우리의 성도다운 삶과 사역에 여전히 절실히 요청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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