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회기획 : 깊어가는 목회갈등과 그 해소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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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회기획 : 깊어가는 목회갈등과 그 해소법
  • 승인 2004.11.2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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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절한 ‘분노해소’로 건강목회 유지를

“풀리지 않는 문제는 없다”는 말이 사실이라면, 목회갈등 역시 해결될 문제임에 틀림없다. 단지 해결될 것이라는 믿음이 약하고, 해결하고 싶은 간절함이 없는 까닭에 갈등은 계속되는 것이리라. 목회자들은 치유 받아야 마땅한 마음의 상처를 치유하지 못한 채 살아가는 환자다. 갈등의 목회구조 속에서 계속 상처받으며 다른 사람에게도 같은 상처를 줄 수 있는 위험성마저 내포하고 있는 것이다. 우리 기독교회 목회자들이 말하는 갈등해소 방법과 바꾸어야 할 목회자의 습관을 알아본다.

갈등의 당사자인 목회자들은 그 갈등이 자신에게만 한정된 일이라며, 극히 개인적인 부분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하지만 많은 상담학자들이 밝히는 목회현장의 갈등은 목회자의 상실한 소명감 때문만도 아니고 사역자들을 무시하는 사악한 장로나 제직들 때문만도 아니라는데 동의한다. 물론 사역자를 괴롭히는 ‘독특한’교인이 없는 것은 아니다. 또 교인들 위에서 제왕적 위치를 유지하고자 폭군행세하는 사역자가 없는 것도 아니다.

이처럼 여러 가지 형태의 목회현장 갈등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뒤틀린 목회구조가 만들어 낸 파생물이라는 데는 이견이 없는 듯하다. 수 십 년 동안 이어진 잘못된 목회구조 속에서 비성경적인 ‘사역관계’가 결국 모든 갈등의 뿌리에 있음을 인정하자는 추세다.

이 가운데 감리교에서 종교사회학을 가르치는 이원규교수는 교회의 목회구조가 제도화되면서 갖가지 갈등요인들이 늘어난 것 같다고 진단하고 있다. 그는 목회구조의 제도화는 결국 대형화를 낳고 그 대형화가 목회자의 리더십을 약화함으로써 다양한 욕구와 필요를 갖고 교회에 나온 신자들의 바람을 제대로 충족하지 못하는 경향을 보인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대형화를 유지하기 위해 목회구조는 제도화를 더욱 치밀하게 이루는 한편 확고하게 자리잡은 제도화는 관료적 성격을 더욱 강하게 드러냄으로써 복음전파라는 목적 대신 그 방법의 하나인 성장(부흥)이 목적이 됐다고 지적 했다. 이원규 교수는 결국 교회구조의 관료적인 색채가 모든 갈등의 씨앗이라고 보고, 역동적 목회구조 창출이 동시에 이루어져야 할 것이라고 주문했다.

여기서 이 교수의 지적에 특별히 주목하는 것은, 갈등문제를 항상 개인의 문제로만 인식하려는 대다수 사역자들의 비밀스런 마음 때문이다. 결코 개인의 문제가 아니다. 전제의 문제요 구조의 문제인 것이다. 죄성(罪性)을 가진 인간들의 뒤틀린 결과가 현실에서 나타나는 것뿐이다. 그래서 조금씩 더 나은 방법들을 진지하게 모색해야 하는 책임과 의무가 공존하고 있음을 명심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목회현장의 갈등 속에서 나타나는 공통적인 요소들을 살펴보는 일은 매우 흥미로울 것이다. 갈등으로 고민스러워 하는 사역자들 치고 앞으로 제기하는 갈등요인을 비켜가는 사람들은 거의 없을 것 같다. 고병인 교수(한세대 목회상담학)는 최근 사역자들의 갈등요인의 하나로 ‘분노’라는 개념을 도입, 외적 내적 원인들을 치밀하게 지적한 바 있다.

고 교수는 먼저 사역자들의 분노를 유발하는 외적요인을 이렇게 표현했다. “목회자는 대부분의 직업인들 보다 분노할 이유가 많다. 특히 교회 지도자들 앞에서 분노를 표시하면 문제가 되는 환경에서 일하는 것이 가장 중요한 점이다.”

고 교수는 교회에서 가르치는 분노에 대해 ‘분노를 표현하지 말라. 모든 분노는 다 죄다. 감정을 드러내는 것은 부끄러운 일이어서 권리를 주장하지 말라’등으로 가르쳐 성경적 견해와 다르게 인식한다는 점을 꼽았다. 즉 목회자는 우리민족 전통의 유교적인 선비사상 속에서 길들여진 정서를 안고 ‘외적환경’에서 사역한다는 것이다.

그는 이어 분노의 내적원인을 다음 일곱 가지로 열거한다. 첫째, 낮은 자존감(自尊感)이다. 환경의 부적합을 느끼게 되면 본인 스스로가 가장 소중한 존재가 돼야 한고 생각하고 분노하게 된다는 것이다. 둘째, 주도권에 대한 욕구다. 대인관계가 엉클어졌을 경우 주도권을 자기중심으로 재배치하고자 할 때 나타나는 분노다. 셋째, 자기만족에 대한 것으로 ‘완전해 지고자 하는 욕구’다. 스스로 설정해 놓은 목표대로 대우받지 못할 경우 나타나는 분노요 상처다. 넷째, 좌절감이다. 사역자가 추구하려는 것을 차단당할 때 나타는 현상으로 이런 경우 자주 폭력이 사용되곤 한다.

다섯째, 실패에 대한 ‘죄책감’이다. 자신을 비난하는 것에 대해 죄책감을 느낄 경우 상처받고 분노하게 되는 것이다. 어쩌면 이런 경우는 자신의 잘못을 완전히 시인하지 않기 때문에 분노하는 예가 많다. 여섯째, ‘거절당함’도 분노의 원인이다. 문제는 거절을 당했다는 것이 남들이 보는 앞에서 깎아 내림을 당했다고 판단될 때 더욱 상처받고 분노한다는 점이다. 일곱째, 목회자가 겪은 일들을 다른 사람들이 매우 편의적으로 해석할 때 상처와 분노로 작용한다.

앞의 사례들을 한 번 조목조목 따져보자. 나와 관계있는 것들이 몇 가지나 되나. 쌓여진 목회자의 내면 상처와 분노의 대부분이 바로 여기에서 발견되고 있다. 고병인 교수는 전체적인 맥락에서 목회자들의 ‘남성지배적인 영성’이 분노를 더욱 증폭시킨다고 진단하면서 “억제와 절제가 더욱 큰 증세를 유발함으로써 어쩌면 강박관념을 양산, 스트레스로 인해 건강을 해칠 수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그는 치유 받을 만큼 쌓여진 갈등과 분노를 해소하는 일이 가장 급선무라고 지적하고 “건전한 분노처리”에 주목할 것을 요청했다. 더 이상 숨기지 말고 왜 분노하는지, 무엇이 잘못됐는지 분노를 통해서 무엇이 영향을 받고 있는지 나의 감정이 누구를 향하고 있는지 등을 꼼꼼하게 따지라고 강조한다. 사실 교회 안에서 쟁론하고 다투는 것보다 더 힘든 것은 모든 일이 끝나고 난 후 여전히 남아있는 감정적인 앙금들, 수치스런 잔상들이라고 한다.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 적절하게 분출하는 지혜가 필요하다는 조언이다.

여기서 김상복목사(할렐루야교회)가 제시하는 분노해결 방안에 잠깐 귀 기울여 보자. 김목사는 생각없이 했던 말이 불씨가 되어 갈등을 증폭하는 사례가 너무 많다고 하면서 교회 안에서 사용하는 언어생활에 촉각을 세워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예를 들어 상대방을 조심없는 사람으로 단정하거나 심지어 거짓말을 하고 있는 듯한 단어들을 무책임하게 사용함으로써 갈등을 야기한다고 지적했다.

김목사는 교인과 갈등을 최소화하기 위해서는 우선 목회자가 효과적인 갈등예방법과 갈등해소방법에 대해 ‘의도적인 훈련’을 받아 스스로를 계발하고 본을 보이는 것이 중요하다며 “오히려 갈등이 생겼을 경우 지혜롭게 해결하는 중재자로 나서야한다”고 밝혔다.

대화에서 유의해야 할 사례들

◆상대방이 조심없는 사람임을 암시

“당신이 소홀해서 구체적인 내용을 빠트리고” “당신이 그것을 제대로 하지 않았기에” “당신이 실수로 그것을 포함시키지 않아서 그만” ◆상대가 거짓말을 한다는 암시

“당신이 그렇다고 주장하지만” “당신이 그렇게 말은 하고는 있지만” ◆갈등과 격려의 대화

갈등: 당신은 한 번도 제 시간에 일을 끝내는 법이 없어요. 격려: 당신에게는 시간을 맞추는 것이 힘이 드는가 보군요, 제가 도와드릴까요? 갈등: 글세, 한 번이라도 조심스럽게 읽어 보았으면 잘 알았을텐데 격려: 제 글이 분명하지 않았나 보군요. 제가 설명을 더 해드릴까요? 윤영호기자(yyho@uc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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