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래로부터의 세계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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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래로부터의 세계관
  • 최성수 박사(AETA 선교사)
  • 승인 2024.04.16 1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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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독교 세계관’ 하면 대개 ‘창조-타락-구속-완성’을 생각한다. 소위 성경의 구속사를 신학 주제에 따라 설명하는 것이다. 기독교 세계관은 성경의 관점에 따라 하나님이 세상을 어떻게 보시고 또 구원으로 이끄시는지를 보여준다.

하나님의 창조로 시작하여 연대기적 역사 순서를 따라가다가 하나님 나라로 이끄시는 하나님의 행위를 하나님의 시선으로 보여주는 관점을 나는 ‘위로부터의 기독교 세계관’이라 부르고자 한다. 왜냐하면 이건 하나님의 시선을 인간의 관점으로 삼는 것이기 때문이다. 문제는 그리스도인으로서 우리가 실제로 경험하는 것이나 살아가는 건 이와 다르다는 점이다. 

인간은 이미 타락한 존재다. 그리스도인이 되었어도 이 사실에는 아무 변화가 없다. 다만 구원에 대한 소망이 있을 뿐이다. 그렇다고 해서 타락한 인간이 아무 이유 없이 구원을 희망하는 건 아니다. 그럴 이유도 없지만 그럴 수도 없다. 믿는다고 해서 바로 소망을 가질 수 있는가? 하면 꼭 그렇지만도 않다. 이렇게 되기까지 다섯 단계를 거친다. 

그 첫 번째가 인간은 어찌해서 타락했고 죄인이 되었는가? 하는 죄로 말미암은 겪는 고통에 대한 자각과 의문의 단계이다. 왜 이런 고통을 겪게 되었는가? 이 질문에 대한 대답에서는 하나님의 말씀에 순종하지 않았기 때문이라는 깨달음이 중심을 이룬다. 호세아와 예레미야 그리고 이사야 선지자에게서 들을 수 있는 메시지다.

두 번째는 어떻게 해야 타락 후 죄의 수렁에서 벗어날 수 있을까? 하는 죄의 결과와 타락의 비극적 현실을 인지하고 구원을 갈망하는 단계이다. 이 단계에서 그리스도인은 하나님에게 시선을 돌린다. 신명기 사가의 역사 서술에서 볼 수 있다.

세 번째는 구원은 오직 여호와 하나님에 의해서만 가능함을 인정하며, 창조신앙으로 귀의한다. 창조신앙이란 세상은 하나님이 말씀하신 대로 그대로 되었고 그것이 하나님이 보시기에 좋았다(아름답다)는 걸 믿는 것을 의미한다. 그리고 창조신앙을 통해서 하나님의 말씀대로 될 때 비로소 하나님이 보시기에 좋은(아름다운) 세상과 인간이 될 거라는 기대감을 갖는다. 새로운 창조에 대한 전망이다. 

네 번째 수많은 구원의 도를 약속하는 다종교 현실에서 새로운 창조에 대한 전망을 신뢰할 만한 근거는 무엇인가? 이 질문과 관련해서 그리스도인은 말씀이 육신이 되어 하나님의 말씀을 온전히 이루신 예수 그리스도에게서 대답을 발견한다.

그리고 그의 부활에서 그리스도인은 하나님의 말씀 곧 약속은 반드시 이루어짐을 확신하고 기대한다. 종말론은 사후 세계에 대한 전망이 아니다. 오히려 지금 이곳에 하나님 나라가 임한다는 사실을 설명하고 보이는 것이다. 지금 이곳에서 누리는 부활 생명에 대한 전망과 현실을 제시한다.

마지막 다섯째는 그리스도에 대한 믿음 안에서 성령을 통해 지금 이곳에서 하나님과 교제를 나누는 사는 것이다. 이건 예배와 성찬에서 가장 분명하게 드러난다. 이처럼 이미 구속사를 전제한 그리스도인이 세상을 보고 이해하는 방식과 살아가는 방식을 제시하는 기독교 관점을 나는 ‘아래로부터의 기독교 세계관’이라 부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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