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혜의 샘물] 왜 울어요?
상태바
[은혜의 샘물] 왜 울어요?
  • 이복규 장로
  • 승인 2024.04.11 10:18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이복규 장로(서울산성감리교회, 서경대학교 명예교수)
이복규 장로(서울산성감리교회, 서경대학교 명예교수)

“왜 울어요?”

새벽기도회 끝나고 집으로 오면서, 아내가 내게 이렇게 물었다. 개인 기도 시간에 내가 자주 울자 궁금해 물은 것이다. 남모를 무슨 심각한 고민이 있는가 걱정이 되어서 그랬으리라. 특히 회개할 만한 죄라도 있는지 궁금해서 물었을지도 모른다.

기도하다가 왜 우는가? 내 문제 때문에 우는 것은 아니다. 기도해 달라고 오래전부터 부탁한 지인들을 위해 기도하다가 운다. 사연은 여러 가지다.

어떤 이의 기도 제목은 아들의 신앙 회복이다. 어머니 따라 잘 믿던 아이가, 학교에 들어가 심하게 왕따를 당하면서, 마침내 신앙까지 버렸다고 한다. 하나님 믿으며 착하게 살았건만 왜 이런 일이 생겼느냐며 교회를 끊었다니 안타깝기 짝이 없다. 제자의 아들이다. 남 일 같지 않다. 주님, 그 아들이 다시 믿음을 가지게 해 주소서!

우리 교인 중 한 분의 기도는 딸을 위한 것이다. 20대 초반의 딸이, 재수에 실패한 후 아예 낙담한 나머지, 수능도 포기한 채 방에만 틀어박혀 있단다. 다른 집 자녀들은 학교에 다니거나 직장에 들어가 열심히 살고 있는데, 만날 이러고 있으니 환장할 일이 아닌가. 주님, 그 딸이 여느 청년들같이 방에서 나와 의욕을 가지고 살게 하소서!

어떤 교우는 남편을 위해 기도 중이다. 오토바이 사고로 뇌를 심하게 다쳐 거의 전신불수가 된 남편이 1년도 넘게 병원에 누워 있으니 심각하다. 말도 못한 채 듣고만 약간의 반응을 보이고 있을 따름이다. 주일학교 때 내가 가르친 학생이니 더욱 딱하다. 주님, 이 시련 잘 이겨내게 하소서!

이런 분들을 위해 기도하다 보면 눈물이 난다. 모두 가까운 이들이다 보니, 한참 기도하다 보면 감정이입이 되면서 감정이 북받치곤 한다. 나도 한때 심한 우울증으로 절망의 나락에 빠졌던 경험이 있어서 그런지도 모른다. 당사자인들 얼마나 괴롭겠으며, 옆에서 지켜보는 가족은 또 얼마나 억장이 무너질까 싶어 저절로 눈물이 나면서 간절히 기도드린다.

내 기도의 핵심은 이것이다. “지금이 끝이 아니라, 더 좋은 결과로 가기 위한 과정이 되게 해 주세요.”

내 기도를 드릴 때, 감사해서 울기는 하지만, 간구기도를 드리면서 우는 일은 별로 없다. 내 문제에 관한 한, 나는 기도보다는 실천을 더 강조하는 편이다. 하나님이 이미 주신 능력과 기회에 감사하며 최선을 다하는 게 우선이라고 생각한다. 대학 다닐 때, 장학금을 받아야 학업을 계속할 수 있는 처지였지만, 시험 잘 보게 해 달라는 기도는 거의 하지 않은 듯하다. 그 대신 열심히 공부했다. 강의시간에 맨 앞에 앉아서 교수의 강의를 경청하며 공책에 적었다. 시험 볼 때는 스스로 예상문제를 만들고 답을 준비했다. 거의 완벽하게 준비하여 시험을 치렀으니 성적이 좋을 수밖에 없었다. 그렇게 졸업해서 박사가 되고 교수가 되어서도 그런 자세로 살아왔고 지금도 마찬가지다. 진인사대천명!

하지만 교회에서 중책을 맡고 나이가 들어가면서 한 가지 달라진 게 있다. 다른 사람을 위한 기도의 비중이 많아졌고, 훨씬 간절하게 한다. 교회학교 부장을 할 때는, 유초등부 전체 학생의 명단을 적어, 새벽마다 호명하면서 기도했다. 학생의 수가 100여 명까지 늘었다. 내 후임 부장이 어느 날 물었다. “어떻게 100명이나 되었는지 노하우 좀 알려주세요” 내 대답은 간단했다. “명단 놓고 매일 기도한 것밖에는 없어요” 사실이다. 기도하면서 그 아이들을 만나면 더욱 사랑스럽고 잘해 줄 수밖에 없다. 기도하면서 설교나 공과 준비를 대충하기는 어렵다.

다른 사람을 위한 기도를 중보적 기도라고 한다. 예수님의 기도를 뒤따르는 기도다. 이 기도를 하나님은 가장 귀히 보시고 잘 들어주신단다. 남을 위해 기도하면서 우는 내 감성이 지속했으면 좋겠다. “왜 울어요?” 계속 이런 질문을 받으면서 살기를 소원한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