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십자가와 부활은 굉장한 사랑, 하나님께 순순히 붙잡히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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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십자가와 부활은 굉장한 사랑, 하나님께 순순히 붙잡히세요”
  • 이인창 기자
  • 승인 2024.03.27 03: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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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남포교회 원로 박영선 목사를 만나다

과감하게 질문하며 올바른 ‘기독교 세계관’ 정립해야
하나님과 연합은 조건과 보상이 아니라 사랑과 믿음

이 세상 한복판에서 살아가야 하는 성도들의 고민이 깊다. 예수를 믿기만 하면 풍성한 삶을 누릴 수 있다는데, 현실은 녹록하지 않다. 이해할 수 없는 고난을 당할 때면 “교회를 다니는 사람이 왜 그런 일까지 당하는 것이냐”는 질문까지 받는다. 마땅히 해명하지 못하는 나의 무지가 더욱 실망스러울 법하다. 신앙으로 세상을 이기지 못하는 것은 아닐까. 

CBS 유튜브 채널 ‘잘 믿고 잘 사는 법’에서 성도들의 신앙적 고민을 여유롭게 풀어주고 있는 남포교회 박영선 원로목사(76)는 오늘날 한국교회가 ‘기독교 세계관’을 제대로 정립해주지 못한 탓이라고 했다. 예수님은 십자가에서 사망하면서 세상에 졌지만, 부활하심으로 세상을 이기셨다. 신앙인들이 예수님처럼 지고 승리하는 방식을 따라야 함을 역설했다. 부활절을 맞아 박영선 원로목사를 만나 어떻게 하면 예수님처럼 승리하는 삶을 살아갈 수 있을지 질문했다. 

남포교회 박영선 원로목사는 “부활은 죽어도 망하지 않는다는 것”이라며 세상을 살아가는 신자는 예수님의 모범을 따라 “지면서 승리할 줄 알아야 한다”고 도전했다.
남포교회 박영선 원로목사는 “부활은 죽어도 망하지 않는다는 것”이라며 세상을 살아가는 신자는 예수님의 모범을 따라 “지면서 승리할 줄 알아야 한다”고 도전했다.

1985년 1월 서울 개포동 상가 지하에서 개척한 박영선 목사. 그가 개척했을 때는 폭발적인 한국교회 부흥기였다. 젊은 시절부터 탁월한 설교가였던 그의 매력에, 개척 당시 창립예배에만 300명이 참석했다. 남포교회는 2년도 안 되어서 1천여명, 5년 후에는 3천여명 교회로 부흥 성장했다. 

그런데 지금 한국교회 현실에서 당시 남포교회와 같은 부흥이 가능할까. 교회와 신자를 향한 세상의 시선도 더욱 부정적으로 바뀐 현실이다. 신앙인들은 자신감을 잃어버린 듯하다. 

박영선 목사는 “순교시대와 부흥시대를 지나오면서 한국교회가 제대로 성숙하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원인을 진단했다. 

1948년 평양에서 태어난 박 목사는 증조부 때부터 신앙을 이어온 믿음의 가정에서 자랐다. 6.25 전쟁 때 월남해 한양대 전기공학과에 입학했던 그는 군 제대 후 목회로의 부르심을 따라 신학교에 진학했다. 신학생답게 성경에 몰두하면서도 현실적인 고민을 피하지 않고 신앙적 해법에 골몰했다. 거침없는 고민과 목회 경험은 한국교회 현실을 보다 냉철하게 직시하도록 만들었다. 

“한국교회에는 구원론과 종말론밖에 없는 셈이에요. 제일 급한 건 현장인데, 현실에 대한 설명이 없는 겁니다. 젊었을 때 이 문제에 대해 도발적 질문을 하곤 했는데, 교회에서는 이런 질문 자체를 용납하지 않아요. 나중에서야 이런 고민이 ‘기독교 세계관’에 대한 것임을 책으로 알게 되었습니다. 십자가의 구속과 은혜의 승리를 아는데, 하나님은 왜 이 세상에 우리를 남겨두어 고생하게 하셨을까. 밤낮 기도하고 회개도 많이 하는데 왜 현실을 이런 것인가…”

교회를 향한 비판이 날로 거세지고 있다. 교회가 세상에 아무런 도움이 안 된다고 매도하기도 한다. 세상과 경쟁하며 신자들이 겪는 애환은 당연한 일이라고 박 목사는 말한다. 세상이 교회를 적대적으로 대하는 태도일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세상은 죄와 사망을 향해 가는 것이고, 우리는 영생으로 나아가는 것입니다. 세상은 우리를 유혹하거나 협박하고, 우리는 세상을 향해 너희가 틀렸다고 정죄합니다. 극명한 차이에도 우리는 세상 속에서 살아가야 합니다.”

믿는 자들이 세상을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박 목사는 요한복음 17장 21절을 언급하며 설명했다. “‘아버지께서 내 안에, 내가 아버지 안에 있는 것 같이 그들도 다 하나가 되어 우리 안에 있게 하사 세상으로 아버지께서 나를 보내신 것을 믿게 하옵소서”

박 목사는 이 말씀 속에서 하나님과 신자 간 연합의 개념을 도출했다. 하나님과 연합은 조건과 보상이 아니라 사랑과 믿음이다. 그 사랑과 믿음이 기독교 신앙을 대표하는 2가지 표현이다. 하나님께서 대등한 시선으로 우리를 사랑하고 믿어주심을 박 목사는 보여주고자 했다. 

“어른노릇 할 신자 길러내야”
다만 아담과 하와가 선악과를 따먹었듯이 사람은 죄를 짓곤 한다. 박 목사는 “선악과를 먹었던 죄는 하나님의 말씀을 어겨 분리되는 것이었고, 그것은 죽음, 소멸, 무가치로 귀결된다. 죽음을 해결할 수 없는 사람은 필요를 채우기 위해 뺏고 속인다”면서 “성경에서 아담과 하와, 가인과 아벨, 노아 홍수, 바벨탑 사건은 하나님이 없는 인생의 결과를 보여주신 것”이라고 들려주었다. 

반면 죽음의 길을 선택하지 않은 신앙인의 삶은 달라야 한다고 강조한 박 목사는 영향력 있는 삶을 위한 4가지 훈련 과정을 제시했다. 그의 설명을 기록하자면, 출생기, 양육기, 정체성 확인기(반발기), 성숙기로 구분할 수 있을 것 같다. 박영선 목사는 “어른 노릇을 할 줄 아는 신앙인이 되려면, 현실 문제에 대해 계속 질문하면서 실패를 두려워하지 말고 도전하며 실력을 쌓아야 한다”고 했다. 또 “세상에서 겪는 고난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질 줄 아는 성도가 돼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미 신자에게는 승리한다는 주님의 위대한 약속이 있고, 그 약속이 없는 사람들은 세상의 헛된 것을 좇는 것이기 때문이다. 경쟁사회에서 지면 탈락한다고 악착같이 싸운다면 신자와 세상이 무엇이 다르겠냐고 반문한다. 

“예수 믿는 사람들은 손해를 보면서 성장합니다. 공격하던 사람들이 놀라서 ‘너는 다르다’고 할 수 있게 해야 하는 겁니다. 예수님은 승리할 줄 알았는데, 십자가에서 돌아가시자 제자들은 놀라 자빠졌습니다. 나를 따르려거든 자기를 부인하고 십자가를 지라고까지 하셨어요. 일부러 패배하라는 것이 아니라 세상 방식의 싸움에 말려들지 말라는 뜻입니다. 군대에서 3개월 동안 성경을 통독하면서 때리는 사람이 지칠 때까지 맞았습니다. 힘든 시간이 지나자 그들이 나를 찾아와 상담을 했습니다. 기독교인은 현실에서 도망가면 안 됩니다.”

믿는 사람들이 세상 속에서 주님께 더욱 순종하는 삶을 살려면 “세상 사람들이 하는 악랄함의 극치를 봐야 한다”는 것이 박 목사의 지론이다. 그걸 보면서 나는 저러지 말아야겠는 다짐에 이른다는 것. 하나님 없이 인간이 얼마나 악해질 수 있는지를 보면서 나의 길을 찾을 수 있다는 조언이다.

“질문을 두려워하지 마세요”
인공지능 AI를 원로목사는 어떻게 받아들일까? 불투명한 미래에 대해 질문을 던졌다. 박 목사는 “과학은 기능적인 것일 뿐, 인격을 만들 수는 없다. AI를 아무리 사용해도 대답할 수 없는 영성에 관한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 지동설이 등장했을 때, 콜롬버스가 아메리카를 발견했을 얼마나 놀랐나. 지금 와서 보면 너무 우스운 이야기이다. 사실 기독교는 AI에 대해 답해야 하는 게 아니라 인간을 기능으로만 보는 세상을 향해 영성을 보도록 외쳐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 목사는 오늘날 한국교회는 순교의 시대와 부흥의 시대를 지났다고 말했다. 이제는 성숙한 그리스도인을 길러내야 하는 과제가 있다고 방향을 제시했다. 성숙한 그리스도인을 양육하기 위해 무엇을 해야 할지 물어볼 수밖에 없었다. 

“부모에게 아이가 어른이 되는 것과 똑같죠. 아이의 잘못을 기다려줄 줄 알아야 합니다. 잘못하면 회복될 수 있도록 안아주고, 다음이 있다고 일러줘야 합니다. 그래서 신자의 방황기도 꼭 있어야 합니다. 하나님에 대해 의심하고 자기 현실에 대해 질문해야 합니다.”

때로는 하나님께 매를 맞기도 한다. 박 목사는 그것이 하나님의 우리를 향한 엄청난 사랑의 증거라고 언급했다. 

“부모가 자식을 때리는 건 자기를 때리는 것보다 아픕니다. 심지어 하나님께서 우리를 위해 아들을 보내시고 십자가에 못 박았는데, 이것은 굉장한 사랑입니다. 기독교의 신은 우리 생각을 훨씬 넘어서는 겁니다. 부활은 더 놀라운 일입니다.”

“하나님이 계시니 괜찮습니다”
박 목사는 한국교회가 빛과 소금의 사명을 감당하기 위해 신자들을 신자답게 길러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한국교회가 생화를 생산해야 하는데 조화를 만들어내는 것 같다”고 우려했다. 

“회사에서 신우회를 만들 것이 아니라 직장에서 인격적인 신앙인으로 살아가게 만들어야 합니다. 세상에 가서 성육신이 일어나도록 해야 합니다. 교회에 오라는 표현만 하는 신자가 아니라 자기 분야에서 달란트를 발휘하도록 해야 합니다.”

박 목사는 성숙한 신앙인을 길러내는 교회가 되려면 말씀과 경건, 성령의 역사가 균형을 이뤄야 한다고도 조언했다. 

한편, 현재 한국교회가 안고 있는 고민 중 온라인 예배 확산이 가져올 부작용을 어떻게 보는지 질문했다. 박 목사는 “괜찮다”고 답했다. 신대원 진학하는 신학생이 줄고 있다는 현실에 대한 질문에도 “괜찮다”고 답했다. 낙관적으로 전망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교회가 멋있게 잘 해내면 좋은 것이고, 그렇지 않다면 하나님께 혼낼 것입니다. 엘리야가 나밖에 남지 않았다고 할 때 하나님은 웃기지 말라고 하시고 7천명 선지자를 남겨두시지 않았나요? 하나님께서 바로 세우실 겁니다.”

마지막으로 부활절을 맞아 한국교회 성도들을 향한 당부의 말씀을 부탁했다. 

“부활이라는 건 죽어도 망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인생에서 가장 실망했을 때 그것이 끝이 아니라는 것을 기억하세요. 아무리 세상 속으로 도망가도 하나님께 잡혀 오니 순순히 손들고 나오셔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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