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들과 행복한 ‘동행’… 이 땅에 ‘작은 자’로 오신 ‘예수님’ 만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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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인들과 행복한 ‘동행’… 이 땅에 ‘작은 자’로 오신 ‘예수님’ 만납니다”
  • 김수연 기자
  • 승인 2024.03.26 19:3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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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시 일어서는 ‘부활’ : 장애인 자립 돕는 작은예수선교회 서진교 목사

전국 방방곡곡 교회들 누비며 ‘1만 장애인 파송 운동’ 전개
발달장애 딸 키우며, 장애인 일자리 증진과 편견 해소 앞장
한 명의 장애인이 변화되면, 한 가정이 살아나는 기적 이뤄
작은예수선교회 대표 서진교 목사.
작은예수선교회 대표 서진교 목사.

십자가를 목전에 둔 예수님은 지극히 작은 자 하나에게 한 것이 곧 내게 한 것이라 말씀하시고 우리에게 소외된 이웃을 맡기셨습니다. 그래서 만약 부활 승천하신 예수님이 보고 싶다면 낮은 데로 가면 됩니다. 그곳에서 지금 당장 예수님을 만날 수 있어요. 우리가 작은 예수로 살아갈 때, 또 다른 작은 예수를 사랑할 수 있습니다.”

장애인 자녀를 키우며 장애인의 자립을 위해 발로 뛰는 작은예수선교회대표 서진교 목사의 고백이다. 세상이 외면한 이들 중에서도 특별히 장애인을 마음에 품은 그는 전국 방방곡곡 교회들을 찾아 ‘1만 장애인 파송 운동을 전개하며, 장애인 편견 해소와 일자리 증진에 발 벗고 나선다. 한 명의 장애인은 물론 그 가정의 회복까지 소망하는 서 목사의 사명을 들어봤다.

장애인의 목소리를 대변하다
한국교회 성도 중 10%만 집에서 잠자는 물건을 꾸준히 기증한다면, 적어도 1만명의 장애인에게 일자리를 선물할 수 있습니다. 장애인을 직원으로 고용하는 일터가 전국 각지에 늘면, 수백만명의 비장애인 고객이 편견을 해소할 수 있습니다. 부디 많은 성도들이 동참해 장애인과 부모들이 활짝 웃을 수 있는 날이 오길 바랍니다.”

서 목사는 수년째 전개해온 1만 장애인 파송 운동의 의미와 가치를 이같이 전했다. 전국의 크고 작은 교회들을 누비며 동역을 구하는 그의 임무는 장애인들이 직원으로 있는 매장들과 한국교회를 이어주는 것. 구체적으로는 장애인 스토어의 기증자구매자를 모으는 일이다.

그도 그럴 것이 국내에는 여러 사회적기업이 굿윌스토어같은 매장을 운영 중이다. 의류, 잡화, 생필품, 가전제품 등을 기증 또는 후원받아 저렴한 가격에 판매하는 것인데 이 과정에서 장애인들을 직원으로 고용해 재정적 자립을 돕는다.

서 목사는 이러한 사역의 가치를 알리고 동참을 촉구한다. , 굿윌스토어 이 외에도 지역마다 장애인들이 직원으로 있는 다양한 분야의 숨은 매장들을 알려 성도들의 관심과 소비를 촉진시키는 역할을 자처한다. 수익금이 높을수록 더 많은 장애인 일자리가 창출되기 때문이다.

전국 교회들을 방문하느라 1년에 차로 약 5만 킬로를 달린다는 서 목사는 최근 책 <작은 자의 하나님>을 발간하고 각종 집회와 방송으로 활동 영역을 넓히면서 더 분주해졌다. 불과 6개월 전 함께하는재단 굿윌스토어의 사목으로 일하던 그로서는 상상할 수 없는 삶이었다.

사실, 지난해까지만 해도 굿윌스토어 사목으로 사역했어요. 그런데 딸이 뇌전증에 발달장애, 그리고 자폐 진단을 받으면서 이야기가 달라졌죠. 치료와 입원이 잦아 수시로 병원을 가야 하는 상황에서 정상 출퇴근이 어려웠고, 결국 지난해 10월 굿윌스토어 사목직을 사임했습니다.”

그러나 서 목사가 소명까지 내려놓은 건 아니었다. 오히려 장애인 자녀를 둔 부모로서 이 사역이 누구보다 간절해진 그는 곧바로 작은예수선교회를 설립하고, 장애인 자립을 돕는 일에 모든 한국교회의 참여를 독려하는 ‘1만 장애인 파송 운동에 본격적으로 매진하기 시작했다.

크고 작은 교회들에 초대되는 그는 무명의 목회자를 강단에 불러 장애인의 목소리를 대변하도록 허락하신 하나님께 감사하다솔직히 장애인의 달처럼 특수한 때를 빼놓고는 장애인 사역자를 초청하는 교회가 거의 없다. 장애인의 존재가 친숙하지 않고 관련 사역을 비주류로 여기는 경향이 짙기 때문이라고 조심스레 분위기를 전했다.

그러면서도 설교 자리에서 절대 장애인을 도와달라고 구걸하진 않는다. 예수님을 따라 굶주리고 헐벗은 이들과 동행할 때 느끼는 참 기쁨과 행복을 전할 뿐 장애인들의 이야기는 이 속에 자연스럽게 녹아있다은혜를 깨달으면 낮은 자리에서 행진이 일어난다. 복음에 반응한 성도들은 자발적으로 섬김을 실천할 수밖에 없게 된다고 덧붙였다.

1만 장애인 파송 운동의 일환으로 전한 서 목사의 메시지는 선한 날갯짓이 됐다. 실제로 장애인 자립 사역의 필요성에 공감한 교회는 물품 기증함을 새로 비치해 정기적 기부를 약속하는가 하면 자체적으로 캠페인을 벌이기도 했다. 여기저기서 성도들의 후원 또한 잇달았다.

하루는 대구에 위치한 굿윌스토어 매장을 방문했더니, 직원이 저를 붙잡고 울면서 고맙다는 겁니다. 알고 보니 방송을 통해 장애인 자립 사역을 알게 된 손님들의 발걸음이 엄청 늘었다는 거예요. 그때 큰 보람을 느꼈습니다.”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만남을 가질 때, 비로소 서로에 대한 편견을 거둘 수 있다는 서 목사는 이 사회가 장애인을 불편해하는 이유는 간단하다. 그들을 잘 모르기 때문이라며 아무리 학교에서 장애인에 대한 올바른 인식을 교육해도 실질적인 접촉점이 없으면 무용지물이다. 앞으로 지역마다 장애인을 고용하는 매장이 편의점처럼 많아지면 좋겠다고 바랐다.

한 영혼과 가정이 살아나는 기쁨
서 목사가 지극히 작은 자에게 손을 내미는 까닭은 자신부터 불우한 삶을 경험한 덕분이다. 어렸을 적 알코올 의존증을 앓던 부모님 밑에서 가난하게 자란 서 목사는 인생에서 네 번의 퇴학을 경험할 만큼 힘들었다. 한때 게임 중독자로 허송세월을 보내기도 했다.

하나님은 이런 서 목사를 포기하지 않으셨고, 숱한 고난에서 기적적으로 건져주셨다. ‘예수님이 나를 위해 십자가에서 대신 죽으셨다는 성경의 말씀이 믿어지면서 신학을 결단했고, 우연히 길에서 만난 노숙자를 통해 작은 자를 위해 살라는 소명을 발견했다.

17년 만에 힘겹게 목회자가 된 그는 6년 전 즈음 운명처럼 함께하는재단 굿윌스토어에 말단 직원으로 들어와 장애인들과 마주했다. 그리고 입사 초반 적자를 모면하기 위해 일일이 교회들을 찾아다니며, 장애인 자립 사역을 알린 게 지금의 1만 장애인 파송 운동의 도화선이다.

당시 장애인들과 함께 일하는 순간이 즐거웠다고 회상한 서 목사는 나 역시 장애인과 잘 지낼 수 있을지 미지수였다. 그렇지만 환한 미소로 환대해 주던 장애인 동료들의 얼굴에 오히려 내가 치유를 받았다고 돌아봤다.

오죽하면 쉬는 날에도 아내와 아이를 매장에 데려와 장애인 직원들과 시간을 보냈습니다. 제 아이 두 돌 때는 케이크를 사와 다 같이 축하파티를 열었죠. 반대로 저 역시 장애인들이 월급을 받았다며 부모님께 선물도 사드리고 외식도 시켜드리는 모습을 보면서 정말 기뻤습니다.”

뜻밖에 시련이 찾아온 건 굿윌스토어 입사 3년 차였다.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외동딸 지휼이가 소아뇌전증과 발달장애를 진단받은 것. 장애인을 일으켜 세우는 일에 부르심을 받은 사명자임과 동시에 이해 당사자가 된 순간이었다.

처음에는 원가정도 죽을만큼 힘들었는데, 하나님 또 이러시네.’라는 원망도 있었죠. 그러나 불평도 잠시 이내 괜찮아졌어요. 아이가 너무 사랑스러웠거든요. 그때 모든 부모들은 자신의 자녀를 장애인으로 바라보지 않는다는 걸 깨달았습니다. 장애를 부정한다는 게 아니라, 장애가 있든 없든 똑같이 예쁘고 보배롭고 존귀하게 여긴다는 뜻이에요.”

다만 주위 따가운 시선은 걱정과 짐으로 남는다. “‘장애를 가진 자녀가 고등학교를 졸업하는 날은 부모에게 사형선고일이란 말이 있습니다. 하루 종일 불 꺼진 방에 누워 천장만 바라보는 아들딸 옆에서 부모는 억장이 무너져요. 결국 장애인 자녀의 삶을 평생 책임지고 죽는 것이 소원일 만큼 무거운 죄책감을 안고 살아갑니다.”

반면 자녀가 날마다 출근해 일을 하고 재정적으로 자립할 수만 있다면 평생 가슴 깊이 진 응어리를 풀 수 있다. 장애인들이 직업교육을 받고 비장애인과 지속적으로 접촉하면서 사회화를 습득하는 일련의 자활은 가족들에게도 희망을 심어주기에 충분하다. 자기 인생을 찾는 자녀의 모습에 감격하는 부모들을 서 목사는 그동안 숱하게 목도해왔다.

무엇보다 서 목사가 보람을 느낄 땐, 이들이 복음을 받아들이고 예수 그리스도를 구주로 영접하는 역사가 이뤄질 때다. 꿈이 없던 친구가 하나님이 주신 비전을 이야기할 때, 그들의 삶을 너머 영혼이 소생될 때 그는 더할 나위 없는 감사와 행복을 느낀다.

더 많은 장애인에게 복음을 전하기 위해선, 더 많은 장애인들이 세상에 나오도록 유도해야 합니다. 우리가 일상에서 장애인들을 쉽게 만나지 못하는 이유는 대부분 집에서 꽁꽁 숨어지내기 때문이에요. 이들은 사람에게 받은 상처도 많아서 오랜 시간 친밀한 관계가 형성돼야 귀를 기울이죠. 그러려면 먼저 이들을 집 밖으로 인도하는 일이 선행돼야 합니다. 함께 일하고, 함께 교제하면서 신뢰를 쌓아야 복음도 전할 수 있으니까요.”

끝으로 서 목사는 이 일을 위해 1만명의 장애인을 집 밖으로 파송하는 일에 한국교회가 적극 앞장서 주길 당부했다. 한 장애인의 변화가 한 가정을 살린다고 힘주어 말한 서 목사는 훗날 내 아이가 자라서 맞이할 세상은 더 나아지길 바라며 이 사역을 포기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우리의 죄를 위해 십자가에서 죽으신 예수님은 자기 몸에 못 자국을 남긴 채 부활하셨습니다. 완벽하게 아름다운 육체가 아니셨던 거죠. 그리고 남들과 조금 다르다는 이유로 차가운 시선과 태도를 견뎌야 하는 장애인들 같은 약자들을 섬기셨습니다. 장애인들과의 동행을 통해 낮은 데서 지극히 작은 자의 모습으로 오신 예수님을 만납니다.”  

굿윌스토어에서 근무할 당시 장애인 직원들을 위해 기도해주는 서 목사의 모습. <br>
굿윌스토어에서 근무할 당시 장애인 직원들을 위해 기도해주는 서 목사의 모습.

 

장애인 사역을 주제로 한 설교가 많지 않은 가운데, 서 목사는 전국 교회들을 돌며 ‘1만 장애인 파송 운동’을 전개한다. 사진은 강단서 설교하는 서 목사의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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