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과 그림자’로 만물을 지배하는 하나님의 위대함을 그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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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과 그림자’로 만물을 지배하는 하나님의 위대함을 그리다
  • 정하라 기자
  • 승인 2024.03.21 12: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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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세 일본작가 후지시로 세이지 [오사카 파노라마展] 열려

그림자 회화의 거장 후지시로의 ‘사랑과 평화의 파노라마’
‘겟세마네에서의 기도’‧‘천지창조’ 등 성화작품 다수 전시

“빛과 그림자는 인생 그 자체, 우주 그 자체다. 나는 빛과 그림자로 자연의 아름다움, 살아있는 생명의 소중함을 그리는 것과 동시에 인생을 그려가고 싶다.”

‘그림자 회화’(카게에)의 거장으로 불리는 일본 작가 후지시로 세이지의 <오사카 파노라마展>이 열렸다. 올해로 100세를 맞은 후지시로는 이번 전시전을 통해 80여 년에 걸친 그의 작품 세계를 파노라마처럼 펼쳐놓았다.

그림자 회화의 거장으로 불리는 후지시로는 이번 전시전을 통해 80여 년에 걸친 그의 작품 세계를 파노라마처럼 펼쳐놓았다.
그림자 회화의 거장으로 불리는 후지시로는 이번 전시전을 통해 80여 년에 걸친 그의 작품 세계를 파노라마처럼 펼쳐놓았다.

‘카게에’ 장르의 기법을 처음 개척한 후지시로 세이지는 일본에서 100회 이상의 순회 전시 개최, 그림자극을 2,000회 이상 상연했다.

‘카게에’는 일반 유화와는 달리 그림을 그려 밑그림을 오려낸 뒤 빛을 투과시켜 회화를 완성되는 작품이다. 그림을 오려낸 부분에 셀로판지나 조명필터를 덧대고 빛과 그림자의 균형과 재료의 투과율까지 고려해 작업을 진행한다는 점에서 작가의 세밀함을 요하는 작업이다.

후지시로 세이지의 작품에는 인문학적인 주제는 물론 일본의 경제‧사회적 변화, 자연과 재해 등 다양한 환경의 변화상을 투영하는 특성이 녹아있다. 한 세기를 걸어온 거장의 작품을 따라가다 보면 20~21세기에 걸친 일본의 문화와 역사의 기록을 오롯이 들여다볼 수 있다.

전시에 앞서 그는 이번 한국전이 가장 의미를 두고 심혈을 기울여 준비한 전시회라고 밝혔다. 한국과 더 가까워지고 싶다는 작가의 의지를 담아 한국인에게도 친숙한 ‘오사카’라는 지명을 사용해 이번 전시회의 이름을 붙였다.

특히 이번 전시회에서는 조선 설화를 다시 읽고 재제작한 ‘선녀와 나무꾼’ 작품 시리즈 14점과 6m가 넘는 초대형 작품을 비롯해 그의 대표작 200여 점을 한 자리에서 만날 수 있다.

이번 전시회에서는 그가 일생의 과업으로 여기고 작업해온 ‘성화 코너’가 마련돼 눈길을 끌었다. 그는 평생을 사랑과 평화, 공생을 추구하며 작업을 해왔으며, 주로 동화의 이야기를 소재로 작품활동을 펼쳐왔다. 성서가 주는 메시지도 이와 같다는 점에서 그는 그림자 회화 기술을 통해 성서의 내용을 카케에, 즉 ‘빛과 그림자’로 구현해냈다.

후지시로는 1980년부터 2016년에 걸쳐 성화 작품만 100점 이상을 작업했다. 이번 전시에서는 그의 성화작품 중 15점이 소개됐다. 그는 “성서는 읽으면 읽을수록 그 크기와 무게에 압도돼 어떻게 시각적으로 호소할지 그 핵심을 파악하는 데 오랜 시간이 걸려 많이 고민하며 작업에 임했다”고 말했다.

특히 그는 <천지창조> 연작을 총 11년간 이어갔으며, 창세기 1장부터 11장까지 작업을 통해 31점의 작품을 완성했다. 천지창조에 처음 등장하는 ‘혼돈’이라는 작품을 작업할 때 시각적인 표현법을 고민하며 성서를 더욱 깊이 읽게 읽으며, 빛과 그림자로 표현하기 위한 작업에 심혈을 기울였다. 그러면서 서서히 몸과 마음속에 성서의 메시지를 체화해 나갈 수 있었다.

후지시로는 1980년부터 2016년에 걸쳐 성화 작품만 100점 이상을 작업했다. 사진은 그의 <천지창조> 작품.

후지시로는 성화 작업을 통해 “만물을 지배하는 하나님의 위대함, 성경이 지닌 깊은 의미와 인생의 지침, 경고와 희망을 느낄 수 있어 감사하다”는 말을 덧붙였다. 이번 전시에서는 <예수의 예루살렘 입성>과 <최후의 만찬>, <십자가의 예수> 등을 소개한다.

특히 이번 전시회에서는 여성 최초로 노벨 문학상을 받은 셀마 라게를뢰프의 책 <진홍가슴새 이야기>를 모티프로 한 시리즈 작품 다섯 점도 만나볼 수 있다. 십자가에 못 박히신 예수님의 이마에서 면류관 가시를 뽑는 순간 잿빛의 새가 빨간 피로 물들어 진홍가슴새가 되었다는 내용으로 희생적인 사랑의 위대함을 느끼게 한다.

빛과 그림자로 완성하는 카게에의 상징성은 흑과 백의 대비 안에서, 그리고 빛의 탄생으로부터 출발하는 성경 이야기를 통해 가장 분명하게 드러난다.

그는 한국인 관람객을 향해 “빛과 그림자는 태양과 달, 불과 같은 자연과 우주의 근원으로 인간과 통과하는 커다란 힘을 가지고 있다”며, “이 빛과 그림자의 전람회로 ‘삶의 기쁨의 씨앗’이 한국에서 싹 터 아름답고 멋진 미래가 세계로 퍼져가길 기원한다”는 기대를 밝혔다.

후지시로는 1980년부터 2016년에 걸쳐 성화 작품만 100점 이상을 작업했다. 사진의 <십자가의 예수> 작품. 
후지시로는 1980년부터 2016년에 걸쳐 성화 작품만 100점 이상을 작업했다. 사진은 그의 <진홍가슴새 이야기 1~5> 작품.

거장의 탄생을 알리는 모노크롬 시리즈 <서유기>와 <목단기> 시리즈를 비롯하여 일본의 국민작가이자 세계적인 동화작가인 미야자와 겐지의 동화를 소재로 한 <첼로 켜는 고슈>, <은하철도의 밤>, <구스코부도리 전기> 등을 소개한다. 또한 우리 국민에게도 친숙한 오사카, 교토, 나가사키 등 일본의 풍경을 담은 작품들도 만나볼 수 있다.

아울러 그는 “이번 전시회를 통해 한·일 양국 간의 관계가 조금 더 가까워지길 기원한다”며, “한 세기에 걸친 사랑·평화·공생의 메시지를 담은 작품들이 한국 관객들의 마음에 닿길 바란다”는 100세 현역 작가로서의 소회를 밝혔다.

한편 교회에서 단체 관람을 원할 경우 구매 금액에 5%를 해당 교회로 헌금할 예정이다. ‘오사카 파노라마展(전체관람가)’은 오는 4월 7일까지 세종문화회관에서 열리며. 전시회 관람권은 ‘타임티켓’을 통해 구입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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