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초의 장로교회 60년 당회록, 현대어로 재탄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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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초의 장로교회 60년 당회록, 현대어로 재탄생”
  • 이인창 기자
  • 승인 2024.03.20 15:0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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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문안교회, '새문안 당회록 현대어 풀이본' 10권 출간
1907년 독노회 이후 교회사와 국어 연구 중요한 사료
초기 교회 행정, 민주적 당회 운영, 치리·권징 내용 등

 

새문안교회는 1907년부터 1967년까지 60년 당회록을 현대어로 풀어내 <새문안 당회록 현대어 풀이본>으로 출간했다. 

1887년 언더우드 선교사에 의해 설립한 한국 최초의 조직교회 새문안교회(담임:이상학 목사)가 1907년부터 1967년까지 60년 동안 ‘당회록’(堂會錄)을 현대어로 풀어내고 책으로 발간했다.

조선예수교장로회 독노회가 조직된 1907년부터 1967년 12월까지 당회록을 <새문안 당회록 현대어 풀이본> 10권으로 엮어낸 것. 이번에 발간된 책은 한국 근현대사, 한국 교회사, 교회 생활사, 국어 변천사와 국어 문체 등을 연구하는 데 중요한 사료가 될 전망이다.

새문안교회 당회록은 당회 회집일시와 당회장소, 참석회원, 결의 안건, 당대 교회 사정 등이 기록되어 있으며, 상위 기관인 노회의 검사도 정기적으로 받았던 것으로 확인된다. 교인들의 이명 기록도 잘 서술되어 있고, 일찍부터 민주적으로 당회를 운영했던 역사도 알 수 있다.

지금의 북한지역의 교회명과 담임목사, 세례 여부, 가족관계 등도 상세하게 기록되어 있어, 통일 이후 북한교회 복원에도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교회의 행정체계가 관공서보다 잘 이뤄져 있음도 증명하고 있다.

옛 당회록은 현대인이 읽기 어려운 옛말이나 국한혼용체를 사용해 속필로 기록되어 있다. 새문안교회 당회록(제2~제5)

다만 과거 당회록은 현대인이 읽기 어려운 옛말체 및 국한혼용체로 쓰여 있을 뿐 아니라 속필로 기록되어 있어 해독하기는 쉽지 않았다

이런 어려움에 ‘새문안교회역사관’에서 봉사해온 박장미 권사가 8년간 헌신한 끝에 이번에 <새문안 당회록 현대어 풀이본> 발간할 수 있었다. 박 권사는 누구나 읽기 쉬운 현대어로 번역 정리한 끝에, 전체 10권, 3천866페이지 분량으로 제작되도록 도왔다. 

당회록은 독자 이해를 돕기 위해 각 권의 문헌 해제와 역대 당회원 일람표, 1887~1920년 미 북장로교 파송 선교사 목록, 당회록, 당시의 사진 등을 담고 있으며, 교인들의 세례문답, 치리와 권징 내용도 비중 있게 기록된 점도 눈길을 끈다. 

치리 사유 중에는 술집 운영자에게 세를 놓거나 주일 성수를 하지 않은 교인, 음주, 남녀학생의 연애편지 교환, 민며느리를 들이거나 믿지 않은 집으로 출가, 이혼 등이 눈길을 끈다. 우상숭배(제사)와 7계명(축첩)을 어긴 교인에게는 출교한 기록까지 있다.

당시 교회는 책벌을 내리기 전에 먼저 해당 교인을 불러 기도하고 권면한 뒤 시행했다. 또 주일을 잘 지키고 우상숭배를 하지 않는 것이 수차례 문답으로 확인한 끝에 세례를 줄 정도로 엄격했음도 보여주고 있다.

당회록에 기록된 세례 문답자 중에는 우리나라 최초의 사진관 천연당 운영자이자 고종황제 어진을 최초로 촬영한 김규진, 현대 한국화가 청강 김영기, 한글운동과 연구에 헌신한 국어학자

장지영과 최현배, 대한제국 학교를 최초로 졸업한 의사 홍석후와 동생 홍난파(홍영후), 작곡가 윤이상, 독립운동가 김마리아 등이 이름도 기록되어 있다.

국내에서 가장 오랜 역사를 가진 새문안교회 당회록이 온전히 보관된 것은 이례적이다. 100년 이상 된 교회들이 6·25전쟁과 자연재해, 재건축 과정에서 사료가 훼손된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더구나 새문안교회의 경우 광화문 한복판에 자리하면서 1948년 새 예배당을 준공한 바 있고, 6·25전쟁 중에는 인민군 주둔 본부로 징발됐지만 당회록은 보존될 수 있었다.

이상학 목사는 “대한제국을 거쳐 일제강점기의 힘든 시기와 광복, 한국전쟁 등을 거친 기독교 역사의 한축이 고스란히 담긴 기록물이다. 117년 동안 온전히 보존된 것은 한국교회를 사랑하시는 하나님의 특별한 선물”이라며 “한국교회사 연구자뿐만 아니라 일반인들도 필요에 따라 열람할 수 있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한편, 새문안교회는 1914년부터 시작된 '제작회'의 회의록, 광복 전 주보 역할을 한 '교회일지' 등 옛 문헌도 온전히 보전하고 있다. 앞서 2016년 1914년부터 1945년까지 '제직회록'을 현대어 풀이본으로 발간한 바 있다. 새문안교회는 다음달 7일 발간 감사예배를 드릴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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