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단, 예방교육만으로도 분별 가능... ‘지피지기면 백전불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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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단, 예방교육만으로도 분별 가능... ‘지피지기면 백전불태’
  • 김태현 기자
  • 승인 2024.03.13 13:0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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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크리스천 청년들의 슬기로운 대학생활 (2) 호시탐탐 대학생 노리는 ‘캠퍼스 이단’

의도적으로 접근해 친분 쌓아 이단 ‘유인’
정식 동아리도 안전하지 않아… 검증 필요
타 지역에 진학했다면 출석교회 등 확인해야
캠퍼스 내 이단 단체들이 일반 동아리로 위장해 부원을 모집하니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사진은 캠퍼스 선교단체 CCC의 신학기 동아리 소개 현장.
캠퍼스 내 이단 단체들이 일반 동아리로 위장해 부원을 모집하니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사진은 캠퍼스 선교단체 CCC의 신학기 동아리 소개 현장.

“혼자 다녔다면 큰일 날 뻔했다는 생각에 지금도 아찔해요.”

광주광역시에 소재한 A 대학을 졸업한 청년 이 씨는 ‘캠퍼스에서 이단을 마주친 적이 있었냐’는 질문에 이렇게 대답했다. 대학 생활 내내 이단들의 접근이 일상이었기 때문에 혼자 다닐 수조차 없었다고 회상했다.

학원복음화협의회가 발간한 ‘2022 청년 트렌드 리포트’에 따르면 기독교인 대학생의 49.9%가 이단 접촉 경험이 있고 한다. 코로나가 종식되고 캠퍼스에 활기가 돌아온 만큼 이단들의 포교도 더욱 거세질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새 학기는 이단들이 가장 기승을 부리는 때이므로 신입생들에게 각별한 주의가 요구된다.

신입생들은 캠퍼스에 대한 기대로 가득 차 있다. 어떤 학생들은 동아리에 가입해 활동하는 모습을 꿈꾸기도 하고, 또 어떤 학생들은 지식을 탐구하는 자신을 그리기도 한다. 캠퍼스 커플의 로망을 품는 학생들이나 다양한 대외활동을 다짐하는 새내기들도 있다.

이런 설렘 가득한 신입생의 마음을 이단들은 적극 활용한다. 가장 많이 알려진 길거리 설문조사 방법 외에도 △로맨스 포교 △위장동아리 설립 △동아리 잠입 △세미나·교육 △봉사활동 △상담 등으로 학생들을 미혹한다. 다양한 옷을 입은 이단들의 접근에 새내기들뿐만 아니라 재학생들도 현혹되기 쉽다.

목회데이터연구소가 작년 8월 15일 발간한 ‘한국교회 이단 실태’에서 이단 신도의 평균 이단 신앙 시작 연령은 22세라고 한다. 신입생뿐만 아니라 재학생들도 이단의 포섭 대상이며, 한국교회가 대학 캠퍼스에서 ‘천하보다 귀한 한 영혼’을 이단에 뺏기고 있다는 뜻이다. 학원복음화와 청년 전도를 목적으로 전통적인 활동을 펼쳐온 캠퍼스 선교단체들은 이단으로부터 대학생들의 영혼을 지키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다.

평범했던 지인, 알고 보니 이단?
충청북도 위치한 B 대학 출신 청년 홍 씨는 모태신앙으로 CCC 순장을 하는 등 활발한 동아리 활동으로 동아리연합회 종교분과장을 맡기도 했다. 홍 씨는 “이단에 대해 알고는 있었지만 실제로 자신에게 접촉해오거나 교내로 침투하려는 시도를 직접 경험하게 될 줄은 몰랐다”며 자신이 겪은 일을 말해주었다.

새내기 시절 기숙사에 살게 된 그는 룸메이트와 빠르게 친해졌다. 지금 와서 생각해보면 친분관계를 다지는 것부터가 포섭 시도의 일환이었던 것 같다고 한다. 친밀한 관계가 형성된 후, 같이 맛집을 찾아다니거나 영화를 보는 등 자주 외출해 시간을 보내게 됐다.

그러던 중 룸메이트는 지인이 심리검사(MBTI 등) 자격증이 있어서 무료로 상담받을 수 있다며 관심을 끌었다. 또 최근 친해진 사람이 원데이클래스를 운영해서 공짜로 체험활동을 할 수 있다고 같이 방문하자는 제안도 했다. 이단들의 접근방식과 같아 경계하다가 친구를 따라 심리검사를 받고 원데이클래스도 방문했다. 그러나 홍 씨는 이들이 이단이라는 것을 전혀 알아채지 못했다고 한다. 모든 활동이 정상적으로 진행됐기 때문이다. 이후 “심리검사 해석을 해주겠다”, “원데이클래스 수업을 잘 따라와서 더 가르쳐주고 싶다”는 등의 말로 재방문을 유도했고 2~3회 만남이 이어지니 슬쩍 성경공부 이야기를 꺼내며 전도를 시도했다. 성경공부 이야기를 듣고서야 이단이라는 것을 확실하게 인지했기에 단호한 어투로 거절하고 다시는 해당 활동들에 참여하지 않았다. 그렇게 친하던 룸메이트와는 같은 방을 쓰지 않게 된 후로 연락이 끊겼다고 한다.

홍 씨는 “교회에서 주기적으로 이단 예방교육을 진행해 이단을 분별하는 법과 대처 방법을 배웠고, CCC 간사님으로부터 교내에 활동하고 있는 이단의 종류와 접근 방법에 대해 들어 알고 있었다”며 “사전 교육을 받은 덕에 단호하게 끊어낼 수 있었다”고 말했다.

그는 “이단에 대해 이미 알고 있거나 경각심을 가지고 있는 사람은 이단의 포섭 우선 대상자가 아닌 것처럼 느껴졌다”며 예방 교육의 필요성에 대해 강조했다. 이단에 대한 사전 지식과 교육, 대처방법을 인지하고 있는 것과 그렇지 못한 경우 이단들의 접근 방식과 태도가 달라진다는 것은 한국교회가 유의 깊게 생각할 부분이다.

홍 씨는 또 동아리연합회의 종교분과장을 맡을 당시 이단의 교내 침투를 저지한 경험도 간증했다. 신규동아리가 정규동아리로 활동하려면 학교와 동아리연합회의 승인을 받아야 하는데 그 과정에서 가입을 막은 것이다. 가입을 요청한 동아리는 외형상으로는 봉사동아리였다. 봉사동아리는 공식적인 봉사단체 산하에 있어야 사회복지자원봉사인증관리(VMS)에서 활동을 인정받을 수 있다. 그런데 이 동아리는 교회 소속이었고, 해당 교회에 문의를 거쳐 이단인 것을 확인하게 된 것. 이처럼 종교색을 뺀 다양한 형태의 동아리로 위장해 연합회 가입을 시도하는 사례가 있어 기독교 동아리들의 연대 및 대응 활동도 반드시 필요해 보인다.

가장 좋은 대처는 예방 교육
이단 전문 기관 현대종교의 탁지원 소장은 이단 대책과 관련해서 ‘경계’, ‘예방’, ‘깨어 근신함’, ‘지피지기’ 등의 4가지 대응을 권고했다.

먼저 ‘설마’라는 생각은 반드시 버려야 한다며 ‘설마 우리가 이단에 빠질까?’라는 생각보다 ‘우리도 이단 문제를 겪을 수 있으니 늘 경계와 예방을 게을리하지 말자’는 생각을 갖길 촉구했다.

탁 소장은 대학생들에게 인간관계에 있어 경계심을 놓지 말라고 충고했다. “이단들은 자신들의 정체를 교묘하게 숨기고 접근하는데 정통교회나 선교단체로 위장해 접촉해온다”며 “모르는 사람이 종교를 이유로 다가올 때는 교회나 단체의 정확한 교단이나 소속을 확인하고 주보, 웹사이트까지 체크해 보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특히 개인정보 유출을 조심하라고 주의를 당부했다. “이단 탈퇴자들이 한결같이 하는 말은 전화번호나 개인정보를 알려주지 않는 것만으로도 이단 포교의 50%는 막을 수 있다는 것”이라며 “설문조사 등으로 접촉해올 때 처음부터 거절하는 것이 최선이지만, 설사 대화가 시작됐다 하더라도 절대 연락처와 이름을 남기지 말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한 탁 소장은 교회에서는 반드시 정기적으로 이단 예방 교육을 실시할 것을 권고했다. 이단 단체별 포교 방법과 전략, 용어와 핵심 교리만 교육하더라도 이단에 미혹될 위험성을 대폭 낮출 수 있다는 것.

특히 고향을 떠나 타 지역에서 공부하는 청년들의 신앙생활에 각별한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며 자녀가 현재 출석하고 있는 교회의 주보와 사이트를 확인하는 검증 역시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탁 소장은 “캠퍼스의 이단은 청춘을 담보로 한다. 이단들은 학업, 가정, 직장 등 모든 것을 포기하고 포교에만 집중하게 만든다”며 “부디 ‘지피지기면 백전불태’라는 자세로 이단을 경계하고 예방하는 데 신경 써주기를 바란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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