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회단상] 주례 없는 결혼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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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회단상] 주례 없는 결혼식
  • 이병후 목사(가양제일교회)
  • 승인 2024.03.13 11: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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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병후 목사 / 가양제일교회
이병후 목사 / 가양제일교회

지난 20년간 목회를 하면서 많은 청년들의 결혼식 주례를 맡았다. 주례를 했던 가정들이 모두 행복하게 살고 있는 모습을 볼 때마다 하나님께 감사드린다.

이번 달에는 교회 성도들 세 가정에서 주말마다 결혼식 있었다. 부모님들은 모두 신실한 권사 집사로 귀한 직분자들이었다. 예전 같으면 담임목사에게 주례를 부탁했을 텐데 이번에는 한 가정도 요청하지 않고 주례 없는 결혼식을 했다. 몇 년 전부터 주례 없는 결혼식이 유행하기 시작되더니 지금은 대세가 된 것 같다.

주례 없는 결혼식이란 정형화된 틀은 없지만, 사회자의 진행에 따라 예비 장인의 편지 낭독과 동영상, 신랑 신부 친구의 축사, 그리고 축가 한 곡에 커플의 가벼운 댄스, 결혼 선언문 낭독, 양가 부모들의 덕담과 상호 인사 등으로 이루어지는 결혼식이다. 이것은 지루한 식순을 싫어하는 요즘 청년들의 변화된 취향을 반영한 새로운 결혼 문화다. 

기독교인들도 교회보다 일반 예식장을 선호하고 기독교식으로 한다 해도 예식장에서는 주례를 5분 이내로 마쳐달라고 요청하더니 이제는 아예 주례 없이 결혼식을 올리는 것이다. 처음에는 낯설다고 하는 사람도 있었는데 지금은 익숙하고 재미있어 한다. 

기독교인들의 결혼관은 예수님의 말씀에 따라 하나님이 짝지어 주셨다는 것에서 출발한다.

“그런즉 이제 둘이 아니요 한 몸이니 그러므로 하나님이 짝지어 주신 것을 사람이 나누지 못할지니라 하시니”(마 19:6) 

서로가 우연히 만나 사랑하여 스스로 결정한 결혼이 아니라 보이지 않지만 살아계신 하나님이 짝을 지어 주셨다는 말씀을 믿는 것이 신앙의 출발점이다. 하나님이 세계와 인류를 창조하신 후 아담과 하와에게 주신 말씀이기도 하다.

그러므로 기독교인들의 결혼은 주례자를 통하여 하나님이 맺어주신 배필이 서로 사랑하고 돌보며 끝까지 함께할 것을 하나님과 여러 증인 앞에서 묻고 서약한 후 주례자는 성부 성자 성령의 이름으로 성혼을 선포하는 것이 성스러운 결혼예식이다. 

하지만 요즘은 기독교인들조차 변하지 않는 진리의 말씀에 근거하지 않고 언약으로서의 혼인에 대한 개념도 약화되면서 언약의 핵심인 서약이 결혼식에서 생략되거나 사랑의 고백으로 변질되었고, 그 결과 서약을 주관해야 할 목사도 필요 없게 된 것이다.

장로교 헌법 제5편 예배모범 제14장 1항에 “혼례는 성례가 아니요 그리스도교회에만 있는 것도 아니나 하나님의 세우신 신성한 예법”이라고 되어 있다. 그러므로 그리스도인들은 신성한 예법에 따라 하나님과의 언약을 세워야 한다.

그리스도인들의 결혼식은 단순한 축제가 아니라 하나님과 사람들 앞에서 서약하고 부부가 되었다는 것을 선포함으로서 증인되게 하는 것이다. 하나님이 맺어주신 부부가 한 몸이 되었다면 사람이 마음대로 나누지 못하고 서로 사랑하며 죽음이 갈라놓을 때까지 서로 부족한 것을 도우면서 가정을 세우고 생육하고 번성해 나아가야 한다. 빠르게 변해가는 세속 결혼관이 기독교 가치와 관점으로 바뀌도록 다음세대들에게 말씀을 가르치고 기도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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